2042명 중 2034명이 찬성 비표를 든 순간
  • 전혜원 기자
  • 호수 596
  • 승인 2019.02.2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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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시사IN> 대학기자상-사진·그래픽 부문 <이대학보> 우아현

2018년 3월28일 이화여대 학생총회가 열렸다.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조소과 K 교수와 음악대학 관현악과 S 교수의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직후였다. 총회가 성사되려면 재학생 10분의 1인 1535명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참여자는 2000명을 훌쩍 넘겼다. 해당 교수들을 파면하고,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이 2차 피해를 받지 않도록 요구하자는 안건이 올라왔다. 학생 2042명 중 2034명이 ‘찬성’ 비표를 들었다.

<이대학보> 우아현 사진기자(조소과 17학번)는 바로 그 순간을 카메라로 포착했다. 2016년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에 반대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끌려가거나 신상이 공개되는 등으로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는 학생이 적지 않다. 그만큼 학생들의 모습을 찍는 일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이날은 학생들이 비표를 들면서 얼굴이 많이 노출되지 않게 되자 우 기자도 대강당 뒤편에서 앞쪽으로 다가가 셔터를 누를 수 있었다.

ⓒ시사IN 조남진성폭력 문제 안건을 다룬 이화여대 학생총회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우아현 사진기자.

이화여대 학생들의 싸움은 상처도 남겼지만, 새로운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이화여대는 사립대 최초로 총장직선제를 실시했다. 우 기자는 “2016년 사건 이후로 제대로 지켜보지 않으면 학교가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 학생들이 느끼게 되었다. 특히 성폭력 의혹의 경우 구성원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사건이 묻히고 피해자가 고립될 수 있다. 도울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일단 이야기를 듣고 찬성·반대 표시를 하는 건 어렵지 않다는 마음들이 모여서 총회가 열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새 학기에 사진부장이 된다는 우 기자는 지금 같은 영상의 시대에 찰나를 기록하는 사진기자가 왜 필요한지 답을 찾으려 한다. “결국 사진기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문제에 대해서 깊이 느끼고 개인의 생각을 갖는 것, 자신이 느끼는 걸 사람들에게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궁리하는 게 중요하겠구나 생각한다. ‘당신만이 볼 수 있는 장면을 찍어주세요’ 하는 방향으로 사진부를 이끌어가고 싶다.”


사진·그래픽 부문 심사평

사진기자의 고민 잘 드러낸 구도

정규성 (한국기자협회 회장)

ⓒ시사IN 이명익
사회 전반에 걸쳐 ‘미투’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순수한 학문의 공간인 대학도 미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성적과 졸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교수들의 성폭력 문제는 모든 이들을 분노케 한다.

지난해 3월28일 이화인 10대 요구안 상정 및 총장 공개 면담 진행, 교수 성폭력 문제 해결 등의 안건을 두고 이화여대 학생 2186명이 참가한 학생총회 ‘2018 이화올림픽’이 개최되었다.

이날 총회의 핵심 안건은 ‘교수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안 채택’. 이 안건은 재적 인원 2042명 중 2034명의 동의를 얻어 가결되었다.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 필요하고 또한 용기를 낸 피해자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었다.

<이대학보>가 제출한 “2042명 중 2034명 ‘교수 성폭력 문제, 주요 안건으로…’” 제하의 사진은 여러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

20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참석도 놀랍지만, 참석자 대부분이 안건 채택에 동의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수상작은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관심과 의지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다.

특히 의장석 뒤편에서 참가한 학생들 전체를 화면에 담아낸 구도는 사진기자의 탁월한 선택과 위치 선정의 고민이 담겨 있고, 또한 빈틈없어 보이는 화면은 학생들의 의지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이번에 함께 출품된 다른 작품들도 다수의 심사위원들로부터 수상작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아쉽게 선정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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