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대처하는 두 정상의 태도
  • 이종태 기자
  • 호수 587
  • 승인 2018.12.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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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양국 간 무역 갈등을 90일간 ‘봉합’했다. 중국이 미국이 만족할 만한 타협안을 90일 안에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 “시진핑이 항복해야 미·중 무역전쟁이 끝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들어 격화되어온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이 일단 휴전 국면에 들어갔다. 12월1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을 통해서다. 두 사람은 2시간 넘게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합의에 대해 둘 다 ‘매우 성공적인 만찬’이었다고 평했다.

미·중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역 문제로 인한 양국 간 갈등을 ‘잠시나마’ 봉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만찬 직후 나온 미국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1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던 조처를 일단 철회했다. 그 대신 중국 시진핑 주석은 ‘매우 큰 규모(very substantial)’의 미국산 상품(농산물·에너지 등)을 수입하기로 했다고, 백악관 성명은 주장했다. 다만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시진핑 서로 “나의 승리”

ⓒAFP12월1일 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맨 왼쪽)과 트럼프 대통령(맨 오른쪽)은 ‘무역 담판’을 통해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여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첨단 기술 제품)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한 바 있다. 중국 시진핑 정부는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상품들(주로 농산물과 천연가스 등 에너지)에 관세율 25%를 적용하는 것으로 보복했다. 9월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들에 일단 10%의 관세를 부과한 다음 내년 1월1일부터 25%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5~10%의 관세를 물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글로벌 경제의 양대 축인 두 나라가 티격태격하면서 세계경제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예측치를 3.9%(4월)에서 3.7%로 낮추면서 ‘트럼프의 무역분쟁 도발’을 주된 이유로 거론했다. 이렇게 진행되었던 미·중 양국의 치킨게임이 12월1일의 정상회담으로 잠정 중단된 것이다. 그러나 이 ‘휴전’에는 기한이 붙어 있다. 단 90일(3개월)이다.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거센 비판을 이어왔다. 중국 정부가 자국 땅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제할 뿐 아니라 인터넷 해킹으로 미국 내의 전산망에 침투하거나 첩보원을 활용해 산업정보를 빼간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은 특정 제품들의 수입을 정책적으로 통제하고 자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도 제한한다(비관세장벽). 미국 정부는 중국 측의 불공정 행위에 시정을 요구해왔는데, 미·중 정상회담으로부터 90일 동안 이어질 양국 간 협상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 기간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내년 1월1일 시행하기로 했다가 미룬 조치(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율 적용)를 3월 초쯤에는 다시 강행할 것이다. 이뿐 아니라 267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을 추가 선정해서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언론과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무역전쟁 국면에서 결정적 전환점이 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12월2일)는 “이번 휴전으로 미·중 정부 양측은 정치적으로 숨 돌릴 여유를 얻었다”라고 보도했다. 의견 차이를 조금이라도 해소했다기보다 양국 정부가 각자 다음 수를 모색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정치적 합의를 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미·중 정부는 성명서에서 상당히 다른 시각을 보인다. 공통점은 자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중국 측 성명서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가 내년 1월1일에 인상되지 않는다”라는 점만 강조한다. 90일의 ‘휴전 기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미국 측 성명서는 협상의 주요 의제가 ‘강제적 기술이전’ ‘지식재산 보호’ ‘비관세장벽’ ‘사이버 기술 탈취’ 등이라고 명시한 반면, 중국 측은 “미·중 양국이 무역 이슈들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협력할 것”으로 애매하게 표현한다. 한편 중국 정부는 ‘양국 지도자의 상호 방문’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미국의 존중’ 등을 성명서에 넣었지만, 미국 측은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을 자유시장 자본주의로 변혁시키자”

양국 성명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 합의 사안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는 12월2일 트위터에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고율 관세 40%를 삭감 내지 철폐하기로 했다”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여름부터 수입차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해왔다(그 전에는 25%). 지난 8월의 대미(對美) 보복관세로 미국산 수입차에 대해서는 관세 25%를 추가해 40%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산 수입차의 관세율을 다시 15%로 낮춘다는 것인지, 무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은 90일 안에 트럼프 행정부를 만족시킬 만한 타협안을 낼 수 있을까?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일단 중국은 ‘강제적 기술이전 금지’ 등 미국의 주요 협상 의제를 선뜻 받기 힘들다. 시진핑 정부는 ‘중국 제조 2025’라는 산업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2025년까지 10개 부문의 첨단산업을 급속히 발전시켜 중국을 글로벌 경제의 지배적 국가로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서방 선진국의 기술을 빼내는 중국의 공개·비공개 수단들은 중국 제조 2025의 일탈이라기보다 ‘핵심 방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서방 측의 시각이다.

양국 지도자의 개인적 특질을 감안할 때 합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워싱턴포스트>(12월1일)는 프린스턴 대학의 중국 전문가 에런 프리드버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하면서 “미·중 관계가 1972년의 리처드 닉슨과 마오쩌둥 이후 지금만큼 최고 지도자의 개인적 성격에 좌우된 적은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두 사람 모두 스스로의 이미지를 조국의 이익과 영광을 수호하는 ‘최대 지도자(maximum leader)’이자 강한 남자로 대중에게 각인시켜놓았다. 두 사람 모두 약하게 보여 자신의 협상력을 위축시키려 하지 않는다. 다만 미·중 관계를 완전히 파탄시키는 책임 역시 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원만한 해결을 바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성명서에 따르면 “양측 지도자는 협상팀에 교섭 속도를 높여서 모든 관세를 제거하는 쪽으로 상호 호혜적인 ‘윈윈 합의(win-win agreement)’를 내라고 요청했다.” 백악관 성명서에는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다. 미국 유력 인터넷 언론 <복스(Vox)>(12월2일)는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타협이 아니라 ‘완전한 지배(total domination)’이며 시진핑의 완전한 항복만이 트럼프를 만족시킬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직전인 11월26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중국과의) 유일한 협상은, 중국이 자국을 미국과의 경쟁에 개방하는 것이다. …그들은 중국을 미국에 개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협상이 성사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포부는 크다. 그는 중국의 발전 모델인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사실상 자유시장 자본주의로 변혁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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