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명 사망, 224명의 직업병 피해자를 낳은 삼성 반도체·LCD 공장.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2년간 일하다 스물세 살에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부친에게 ‘입막음’으로 500만원을 건넨 삼성. 500만원. 그들이 생각한 사람의 목숨 값. 누군가의 생명 같은 사랑하는 딸, 언니, 누나, 동생, 친구의 목숨 값 500만원. 망자에 대한 윤리, 망자를 잃은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는 비인간성.
“저도 아이 둘 가진 아버지로서 가슴이 아프다. 모든 일에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이재용 부회장, 2016년 12월6일).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그 뻔뻔한 태도에 묻고 싶다. 그것이 마음 아픈 사람의 태도이고 책임을 느끼는 사람의 행동인지. 당신의 눈에는 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지. 이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이 사람들의 갈기갈기 찢긴 마음을 조금도, 아주 조금도 느낄 수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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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깃발 들고 함께 울다
웃기는 깃발 들고 함께 울다
변진경 기자
지난 11월14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수상한 깃발 하나가 휘날렸다. 검은 장수풍뎅이의 몸통 아래 궁서체로 단체 이름을 새긴 이 깃발은 예고도 없이 광장에 나타났다 홀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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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이 있기 전에 내가 있다
자궁이 있기 전에 내가 있다
조남주(소설가)
주먹만 한 자궁 안에 아기가 있었다. 짧은 팔다리를 뻗으며 자궁을 넓히던 그 아기로 인해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자궁 안에는 또 무엇이 있었을까. 그 무엇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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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썩기 전 사람이 먼저 썩었다
강이 썩기 전 사람이 먼저 썩었다
이오성 기자
강은 역설적이게도 초록빛으로 썩어간다. 녹조 발생 메커니즘이 뭔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이 뭔지 몰라도 한 가지는 안다. 강은 단 한 번도 스스로 썩은 적이 없다. 누군가에 의해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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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자리는 없었다
피해자의 자리는 없었다
변진경 기자
지난 5월2일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사과 기자회견에 피해자는 초대받지 못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찾아간 피해자와 가족들은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 속에서 10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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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삼성 직업병 농성장에서
가을날, 삼성 직업병 농성장에서
은유 (작가)
비닐 천막을 걷어내자 두어 평 남짓 평상이 휑하니 드러난다. 이중 삼중으로 깔려 있던 돗자리 바닥 아래 플라스틱 지지대 사이엔 여름휴가철 해변처럼 쓰레기가 나뒹군다. 스티로폼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