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역설적이게도 초록빛으로 썩어간다. 녹조 발생 메커니즘이 뭔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이 뭔지 몰라도 한 가지는 안다. 강은 단 한 번도 스스로 썩은 적이 없다. 누군가에 의해 여울이 사라지고 모래톱이 자취를 감춘 이래 강은 매 순간 정치·경제적으로 썩고 있다.
강을 썩게 만든 것이 누구인지 우리는 안다. 그럼에도 단죄의 물줄기는 흐르지 않는다. 그저 강을 찾지 않는 것으로 침묵할 뿐이다. 창궐하는 초록빛 재앙 앞에서 우리는 최소한 부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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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이가 바라보고 있다
주현이가 바라보고 있다
김훈(소설가)
기울어진 선실에 물이 차오르고 젖은 핸드폰이 꺼졌을 때 아이들은 얼마나 무서웠고 얼마나 살고 싶었으랴. 죄 없는 사람들이 세상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세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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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깃발 들고 함께 울다
웃기는 깃발 들고 함께 울다
변진경 기자
지난 11월14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수상한 깃발 하나가 휘날렸다. 검은 장수풍뎅이의 몸통 아래 궁서체로 단체 이름을 새긴 이 깃발은 예고도 없이 광장에 나타났다 홀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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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이 있기 전에 내가 있다
자궁이 있기 전에 내가 있다
조남주(소설가)
주먹만 한 자궁 안에 아기가 있었다. 짧은 팔다리를 뻗으며 자궁을 넓히던 그 아기로 인해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자궁 안에는 또 무엇이 있었을까. 그 무엇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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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자리는 없었다
피해자의 자리는 없었다
변진경 기자
지난 5월2일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사과 기자회견에 피해자는 초대받지 못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찾아간 피해자와 가족들은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 속에서 10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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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는 송구스럽지 않은가?
이들에게는 송구스럽지 않은가?
최은영(소설가)
78명 사망, 224명의 직업병 피해자를 낳은 삼성 반도체·LCD 공장.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2년간 일하다 스물세 살에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부친에게 ‘입막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