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만 한 자궁 안에 아기가 있었다. 짧은 팔다리를 뻗으며 자궁을 넓히던 그 아기로 인해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자궁 안에는 또 무엇이 있었을까. 그 무엇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므로 내 삶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모두 내 선택이었다. 무엇이 있기 전에 자궁이 있고, 자궁이 있기 전에 내가 있다. 내 몸과 내 인생과 내 미래, 내 모든 것이 걸린 일. 결정권은 오로지 나에게만 있다. 여자의 몸은 여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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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썩기 전 사람이 먼저 썩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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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성 기자
강은 역설적이게도 초록빛으로 썩어간다. 녹조 발생 메커니즘이 뭔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이 뭔지 몰라도 한 가지는 안다. 강은 단 한 번도 스스로 썩은 적이 없다. 누군가에 의해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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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자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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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경 기자
지난 5월2일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사과 기자회견에 피해자는 초대받지 못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찾아간 피해자와 가족들은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 속에서 10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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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는 송구스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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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소설가)
78명 사망, 224명의 직업병 피해자를 낳은 삼성 반도체·LCD 공장.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2년간 일하다 스물세 살에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부친에게 ‘입막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