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핀란드발 기본소득 뉴스로 난처해진 핀란드 정부


핀란드 노총은 왜 기본소득을 반대하나


마틴 루터 킹 암살도 기본소득 때문

 

핀란드에서 기본소득이 ‘시민의 임금’이란 이름으로 이슈화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다. 1990년대 들어 기본소득 논의가 본격화되자, 핀란드 노총(SAK)이 강력하게 제동을 걸었다. 노총은 ‘노동과 소득의 분리(노동하지 않아도 기본소득 제공)’가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복지국가 체제 및 사회 자체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핀란드 복지국가는 ‘노동(과 그 소득에서 나오는 보험료)’, 그리고 자신의 소득이 다른 시민의 복지에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는 ‘사회적 연대의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핀란드의 일자리 불안이 더욱 깊어지면서 사회세력화한 ‘프레카리아트’ 집단이 기본소득을 요구하게 되었다. 프레카리아트는 ‘precarious(불안정한)’와 ‘proletariat(무산계급)’를 조합한 조어로 비정규직·파견직·실업자 집단 등을 가리킨다. 2006년 4월30일의 메이데이 행사 때는 헬싱키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던 프레카리아트들이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한다. 이런 움직임을 발 빠르게 정책화한 것이 녹색당이었다. 2007년 총선운동 당시 1인당 440유로의 ‘기본소득 모델’을 만들어 공개했다. 이와 함께 주택수당, 생계 보조금 등 시민 개개인의 재산 규모에 따라 결정되는 (가난할수록 많이 받는) 복지급여는 계속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진좌파인 핀란드 좌익연합도 2010년 전당대회에서 기본소득을 당 노선으로 채택하고 나름의 모델을 제시했다. 이에 가장 강경하게 반대한 세력은 핀란드 노총, 그리고 노총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민주당이었다.

2008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메이데이 시위. 노동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후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는 시민사회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2011년 5월에는 ‘핀란드 기본소득 네트워크’가 조직되어 세를 결집해 나갔다. 기본소득 네트워크는 프랑스 루벵가톨릭 대학 판 파레이스 교수가 1986년 유럽 차원에서 만든 조직이다. 핀란드 기본소득 네트워크는 ‘기본소득 지지 서명운동’을 추진했는데, 핀란드에서는 5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국회 의안으로 제출된다. 이후 중도노선당(Centre Party) 등 우파 세력까지 합세하면서 기본소득론은 대세로 떠오른다. 최근 수년 동안에는 사회민주당도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중도노선당을 중심으로 뭉친 ‘중도우파 연합’은 기본소득을 사실상 공약으로 내세워 지난 4월 총선에서 집권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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