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핀란드발 기본소득 뉴스로 난처해진 핀란드 정부


핀란드 노총은 왜 기본소득을 반대하나


마틴 루터 킹 암살도 기본소득 때문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월급’을 준다는 기본소득 제도는 일견 황당하게 들린다. 한국 사회에서는 ‘좌파 포퓰리스트’ 정책 가운데서도 너무 심한 주장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기본소득론은 긴 역사와 탄탄한 지지자들을 끼고 있는 이론이다. 밀턴 프리드먼,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폴 새뮤얼슨 같은 세계적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 체제 수호’나 ‘효율성 높이기’ 등의 이유로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최근 핀란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국가 차원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른바 ‘자유경제’의 주도 국가인 미국 역시 한때 전국적 차원에서 기본소득 법안을 입안한 바 있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의 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기본소득’〉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본소득론의 선구자는 저명한 흑인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다. 그는 1968년 ‘완전고용이 불가능하다면 소득보장이라도 실현하라’고 요구하던 중 암살당했다. “사악한 베트남 전쟁에 350억 달러를 쓰고, 사람을 달에 보내는 데 200억 달러를 사용하는 나라라면, 하나님의 자녀들이 대지 위에 자신의 다리로 서는 데 수백억 달러를 쓸 수도 있다”라고 주장하던 참이었다. 킹 목사 서거 직후 새뮤얼슨 등 경제학자 1000여 명이 ‘보장소득 촉구’ 성명서를 내자, 닉슨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 가족들을 대상으로 최저 소득을 보장하는 정책을 발의했다(1969년). ‘가족 최저소득’인 1600달러 이하의 가구에 모자라는 부분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미국 의회 하원에서 통과되었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1970년대에는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지역에서 ‘기본소득 실험’이 전개되었다. 빈곤층 가운데 일부 가구를 선정해 일정 기간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험의 목적은, 기본소득으로 최저 생계를 보장받은 가구 구성원들이 그냥 빈둥거리며 지내는지 혹은 일자리를 구해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 노력하는지 살피는 것이었다. 미국 덴버와 시애틀의 5000가구에는 연간 3800~5800달러(요즘 시세로는 2500만~4000만원)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했는데, 이로 인해 노동을 작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조사되었다. 캐나다 도핀 지역에서는 5년 만에 빈곤 가구가 사라졌다. 우간다에서도 실업자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니 노동시간이 오히려 17%, 소득은 38%나 올라갔다. 지금도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이런 사례들을 기본소득의 현실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스위스가 내년 11월에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네덜란드의 일부 도시도 생계비 중 일부를 지급하는 ‘제한적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AP Photo마틴 루서 킹 목사(왼쪽)는 미국 기본소득론의 선구자다. 닉슨 대통령(오른쪽)도 관련 정책을 발의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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