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 2기’가 열리면서 ‘혁신학교 2기’도 시작됐다. 2014년 3월 현재 전국의 혁신학교는 모두 578곳. 혁신학교 발상지인 경기가 282곳으로,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혁신학교 2기는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

혁신학교와 관련해 보수 성향 비판자들이 일차로 문제 삼는 것은 ‘전교조 소굴’이라는 것이다.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 8명이나 교육감으로 당선된 마당에 이런 색깔론은 사실상 빛바랜 측면이 있다. 현장의 고민은 오히려 다른 데서 감지된다. “솔직히 전교조 교사들이 모여주면 다행이다. 혁신학교가 잘되려면 교사들의 자발성과 헌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전교조 교사들의 경우 이런 준비가 상대적으로 잘돼 있는 편이기 때문이다”라고 서울의 한 혁신학교 교사는 말했다. 문제는 이런 교사가 극히 적다는 사실이다. 과중한 업무 부담 때문에 혁신학교를 기피하는 교사도 많다.

‘준비된 교사’와 더불어 ‘준비된 관리자’가 부족하다는 것 또한 불안 요소다. “혁신학교에서는 교장이 자기 권한을 일정 정도 교사들에게 위임하면서 수평적 리더십으로 학교를 끌고 가는 것이 필요한데, 수직적 리더십에 익숙한 교장의 경우 교사들과 마찰을 빚는 일이 잦다”라고 광명의 한 교사는 말했다.
 

ⓒ시사IN 자료혁신학교는 ‘학력’을 넘어 ‘배움’을 강조한다. 위는 경기 양평 조현초등학교.


혁신학교 양극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광명의 또 다른 교사는 “예산 타내기용으로 프로그램을 모방한 ‘무늬만 혁신학교’도 전체의 70%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뿐 아니다. 혁신학교는 본래 농촌이나 도심 변두리에 있는 낙후된 학교를 살리고자 도입됐다. 그런데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른바 ‘잘나가는 혁신학교’는 중산층 밀집지에 들어선 신설 학교인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인근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과밀 학급이 발생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고교 학부모들이 혁신학교 지정 반대한 까닭

더 큰 걸림돌은 ‘혁신학교=노는 학교’라는 인식이다. 구름산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고학년에 올라가면 부모들이 정확히 ‘투 트랙’으로 나뉘는 것 같다. 아이들을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보내고 싶어하는 엄마들은 학원 밀집지인 철산동이나 목동 등지로 빠진다”라고 말했다. 상급 학교에 이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지난해 광명에 개교한 광휘고는 애초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했다. “혁신학교를 하겠다면 학부모들이 100% 찬성할 줄 알았다”라고 이 학교 박형근 교사는 말했다. 착각이었다. ‘혁신학교는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한다더라’며 학부모들이 반대해 이들의 구상은 결국 무산됐다. 전국 혁신학교 578곳 중 고등학교는 60곳에 불과하다. 한국외국어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고등학생들의 혁신교육지구 만족도는 39.4%로 초등학교(75.4%)나 중학교(49.8%)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팀은 이를 대학 입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운산고 홍진호 교사는 혁신학교가 입시에 불리할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편견이라고 말했다. “최근 입시가 수시 중심으로 흐르면서 생활기록부 등의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혁신학교 방식으로 창의 체험활동을 강화하면 생활기록부가 훨씬 풍부해진다”라는 것이다. 혁신학교로 지난해 졸업생을 처음 배출한 이 학교의 경우, 중·하위권 성적으로 입학했던 학생들이 이른바 ‘인(in) 서울’ 대학에 진학하는 데 성공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좀 더 궁극적으로 혁신학교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즐거운 학교’를 넘어 ‘배움이 있는 학교’로 무게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고 김보채 구름산초등학교 교사는 말했다. 혁신학교에서 말하는 배움은 ‘성적’이나 ‘학력’과는 다르다. 혁신학교는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 대신 스스로 사고하고 협업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토론 수업 등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이런 식의 교육이 받아들여지려면 결국 대학 입시를 포함해 모든 줄 세우기식 평가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근본 요인이기는 하다. 진보 교육감들이 입시제도 개선을 공동 공약으로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혁신학교는 공교육을 통해 이런 미래형 교육과정을 앞당기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소한 혁신학교에서는 학부모가 ‘우리 아이 학원 보낼 시간이니까 수업 빨리 끝내주세요’라고 당당하게 말하기 어렵다. 교사·학부모·학생 사이에 ‘학교가 중심’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김보채 교사는 말했다. 학교의 귀환. 이는 어쩌면 혁신학교 2기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일지 모른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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