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초에 개최되는 가전제품박람회(CES)가 올해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소프트웨어 트렌드를 주도하는 애플과 구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빠졌지만 인텔과 삼성 등 IT를 선도하는 업체가 대거 참여하기 때문에 올 한 해 IT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임에는 틀림없다.

전시회에 출품된 제품은 크게 보면 사용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과 기업이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만들어낸 제품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초대형 텔레비전과 스마트 자동차같이 수요가 많은 제품은 사용자의 즉각적인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는 반면 스마트 시계와 증강 현실 안경 같은 트렌드 주도형 제품은 다양한 기업의 특이한 시도에도 아직은 대중이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재 가정용 TV는 60인치가 주를 이룬다. 아직 더 큰 화면에 대한 수요에 따라 화면이 점점 커지는 추세지만 그 한계는 100인치 정도가 되리라 예상된다. TV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과 LG는 이미 100인치 이상의 제품을 상용화했다. 그중 LG는 1100만 화소(5120×2160)의 초고해상도를 가진 105인치 곡면형 제품과 웹OS를 적용한 혁신적인 TV 인터페이스를 발표해 전시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LG전자 제공1월7일 CES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LG전자 부스에서 울트라HD TV를 보고 있다.
올해는 스마트 자동차에 대한 기술도 현실화될 것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유기적 연결, 원격시동 서비스 등이 좀 더 강화될 것이다. 내비게이션이 전면 창으로 들어가서 눈앞의 도로 상황과 실시간으로 결합하는 기술도 출현했다. 구글과 애플, MS는 가전제품박람회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스마트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기도 하다. 애플과 벤츠 그리고 BMW와의 기술 협력, 구글의 오픈자동차연합 등은 PC와 모바일 시장만큼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스마트 자동차에 대한 투자의 일환이다. 특히 구글은 무인 자동차 분야에 가장 앞선 기술을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사물 인터넷 기술, ‘킬러 제품’은 아직 안 나와

모든 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원격으로 통합 관리가 가능한 사물 인터넷 기술이 가정용 기기를 스마트하게 만들 것이라고 업체들은 주장하지만 아직 대중이 환호하는 ‘킬러 제품’은 만들지 못했다. 인터넷에 연결된 냉장고라는 개념도 아직은 그 활용도가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 시계도 많은 업체에서 출시 중이지만 시계가 시간을 알리는 기능보다는 패션 아이템이 된 지 오래라 스마트 시계가 시계 자체의 부활을 가져올 것 같지는 않다.

안경 형태의 스마트 기기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구글 글래스의 미래도 어둡다. 이를 테스트 중인 구글 직원조차 사용하기 불편하다며 쓰지 않는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스마트 시계가 환자의 맥박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준다고 하는데 인기를 끌 수 있을지 미지수다. 스마트 안경을 쓰고 외국에 갔을 때 거리의 간판을 실시간으로 번역해준다면 필수 아이템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기술로는 무리다.

하루아침에 세상을 변화시킬 혁신 제품이 나오기는 어렵지만 지나고 보면 점진적인 변화가 겹쳐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달라져 있음을 알게 된다. 가전제품박람회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비디오 레코더(1970), CD(1981), HDTV(1988) 등이 그 좋은 예다. 물론 잡스의 아이폰(2007)도 빼놓을 수 없다.

2014년의 IT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사용자 요구에 부응하는 하드웨어의 발전이 정점에 와 있는 반면 기기의 활용성을 높여줄 소프트웨어의 방향성은 불확실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업체가 그 방향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잡스의 부재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기자명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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