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니다스 왕이 이끄는 스파르타의 정예 300명은 테르모필레 협곡에 펼친 밀집진형으로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수십만 대군을 막아내며 연승한다. 세계 최강의 페르시아 대군은 좁다란 테르모필레 협곡을 막아선 300명에 연패하다가 간신히 우회로를 발견해 승리한다.

기업 처지에서 소셜 미디어는 좁다란 테르모필레 협곡과 같다. 경제민주화 프레임이나 갑을 담론, 반기업 정서, 반미 감정, 민족주의, 유교적 관념 등은 마치 테르모필레 협곡의 산과 바다처럼 기업을 둘러싸고 있다.

소비자들은 촘촘하게 결집한 스파르타 밀집 보병처럼 견고한 공격 프레임으로 일치단결해 기업을 공격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때로는 의도치 않았던 이물질 투입으로, 때로는 기업 내부 구성원이나 파트너의 실수 또는 잘못으로, 때로는 오랫동안의 관행 때문에 여론 재판의 대상에 올라 매출이 격감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 홍보팀과 마케팅팀은 매일 테르모필레 전투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게, 소셜 미디어상에서 발생했던 역대 위기 상황들을 분석했던 트리움의 팁을 공개한다.

그 첫 번째 팁은, ‘3000을 막아라’이다. 신라호텔 한복 출입금지 사건, 포스코에너지 라면상무 사건, 채선당 임신부 폭행 사건, 남양유업 하도급 논란 등 소셜 미디어 등장 이후 큰 위기 상황으로 불거진 기업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첫날이나 둘째 날, 해당 기업 관련 트위터 일일 언급량이 3000건을 넘었다는 것이다. 이슈의 발원지는 기업 자체 채널(owned media)일 수도 있고, 커뮤니티 사이트나 카페, 블로그, 다음 아고라나 네이트 판, 언론사 기사 혹은 댓글일 수도 있지만, 이슈의 심각성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트위터에서의 언급량 3000건 돌파 여부였다. 트위터의 이슈 확산력이 다른 미디어에 비해 빠르며, 확산 과정이 비교적 투명하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슈에 재빨리 대응한 P&G와 프라임베리커리

이슈 초반 트위터 일일 언급량이 3000건을 넘지 않은 이슈들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사그라졌다. 반면 3000건을 넘기 전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기업들은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한 달 넘게 소셜 및 매스미디어에서 집중포화를 맞으며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다. 포스코에너지 라면상무 사건은 첫날 트위터 언급량이 3125건이었으며, 남양유업 물량 밀어내기 논란 때 둘째 날 언급량은 3246건이었다. 채선당 임신부 폭행 논란 때 둘째 날 하루 언급량은 무려 1만1098건에 달했다.

섬유유연제 다우니에 베트남제 독극물이 들어갔다는 유언비어는 첫날 트위터 언급량이 3236건에 달했다. 그러나 P&G가 첫날부터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바로 이튿날 언급량이 630건으로 격감하면서 이슈 진정에 성공했다. 회장 폭행 시비로 둘째 날 언급량이 3033건에 달했던 프라임베이커리는 재빠른 매장 철수 선언으로 논란을 4일 만에 잠재웠다.

소셜 미디어상에서 위기에 맞닥뜨린 기업이 우회로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모든 미디어 채널에서의 반응을 모니터링하되, 트위터상의 테르모필레 협곡에 3000개의 버즈가 쌓였는지를 수시로 확인하고, 그 전에 신속한 상황 파악과 조치를 통해 미리 협곡을 돌파해야 한다. 만약 협곡이 이미 막힌 상황이라면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주 기고문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기자명 이종대 (트리움 이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