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출신이다. 삼수를 했지만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다. 해병대에 입대해 군 복무를 했다.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성악을 공부했다. 성악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시립 합창단에 들어갔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합창단을 나왔다. 말을 잘하는 장점을 살려 스피치 학원에 들어가 강사가 되었다.

대한민국 최고 인기 강사 김창옥 퍼포먼스트레이닝연구소 소장의 이력이다. 뭔가 부족하다. 그가 ‘국민 강사’ 반열에 오른 데는 한 가지 이력이 더 붙는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에 출연한 것이다. ‘세바시’의 형식은 15분 동안 무대에 서서 실제 청중을 향해 강연하는 것으로, 세계적인 강연 플랫폼인 TED와 유사하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김창옥 휴먼컴퍼니 제공〈/font〉〈/div〉김창옥 퍼포먼스트레이닝연구소장.
ⓒ김창옥 휴먼컴퍼니 제공 김창옥 퍼포먼스트레이닝연구소장.

이 세바시에서 김창옥 소장은 ‘한국형 스탠딩 강의’의 전범을 만들어냈다. 무대 위에서 그는 광대이면서 시인이었고, 무당이면서 구도자였고, 개그맨이면서 목사였다. 청중을 웃기고 울리고 공감하고 감동시키며 15분을 온통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든다. ‘강연계의 싸이’로 불리는 그는 세바시에 총 8회 출연했는데, ‘나는 당신을 봅니다’ 편은 유튜브 조회 수가 400만 회를 넘은 것을 비롯해 조회 수 총합이 1000만 회에 이른다. 가장 공감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방송인 김제동씨의 세바시 강연 동영상 조회 수가 20만 회인 것과 비교하면 그의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김 소장은 전형적인 한국형 유머를 구사한다. 공감을 바탕으로 한 반전 유머다. 이런 식이다. “여자들은 조그만 거에 감동하잖아요. 아주 조그만 거, 이를테면 다이아몬드 2캐럿짜리 아주 작은 거.” “공항에서 헤어질 때 아버지를 돌아보았어요.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용기를 내서 봤어요. 아버지는 저를 안 보고 제가 드린 용돈 봉투를 꺼내 돈을 세시더군요. 그리고 제 쪽은 보지도 않고 나가셨어요.”

그리고 다소 저속한 비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가 비난받지 않는 것은 기독교적 가치관을 저변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진짜 전달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존중하기 때문에 속된 비유도 면죄부를 받는다. 김 소장의 메시지는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공감을 통해 소통하라’는 것이다. 그는 아는 척하거나 고압적으로 말하지 않고 편안히 위로하면서 응원하며 잔잔한 깨달음을 준다.

세바시의 구범준 PD는 “내 카카오톡에 김창옥 소장의 강연 동영상 링크가 올 정도로 사람들이 열심히 퍼나른다. 세바시는 김창옥 소장을 키운 플랫폼이었지만 이제는 역으로 김 소장이 세바시를 키운다. 그는 우리 세바시를 알리는 ‘프랜차이즈 스타’ 구실을 하고 있다. 그가 기업이 선호하는 인기 강사가 되면서 직업 강사들의 세바시 출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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