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6일 단수 피해 구미시민은 1심에서 부분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2011년 5월8일부터 길게는 5일간 이어진 구미 단수 사태가 벌어진 지 2년 만이다. 그동안 수자원공사(수공)는 국내 최강의 로펌이라는 김앤장을 앞세워 마치 불가항력에 따른 사고로 호도해왔다. 시민소송단 운영위원이었던 나는 혹여 사법부가 이 논리를 받아들일까 봐 공판 기간 내내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대규모 준설로 강 수위가 낮아져 구미 해평취수장이 물을 퍼내지 못할 가능성은 예견된 일이었고, 이는 4대강추진본부가 예견한 것이었다. 또 이번 판결문이 밝혔듯 단수 사태를 한 달쯤 앞둔 4월1일 오후 8시쯤에 갑작스러운 취수장 수위 저하로 시트파일 상단부와 돌망태가 떠내려가 4월11일까지 보강공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뉴시스2011년 5월11일 경북 구미시 인동 주민들이 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시민들은 단수 초기부터 4대강 공사를 의심했다. 그것을 콕 찍어 보도하지 않고, 급수 재개 예정시각만 관청으로부터 듣고 성급히 보도하는 미디어를 향한 공분도 거셌다. 집단소송을 벌이자는 여론은 법무법인 경북삼일과 구미풀뿌리희망연대가 소송을 공식 선언하기 전, 이미 밤새 민방위 급수시설에 줄을 서거나 구매한 생수를 변기에 부으며 쩔쩔맸던 시민들 사이에 광범하게 퍼져 있었다.

1심 판결의 배상액은 시민들이 겪은 피해에 비하면 턱없는 소액이다. 애초 변호인들이 제시한 배상금액인 ‘1인당 단수 1일에 3만원’이라고 해도 별로 나을 건 없다. 거기다 소송 참여에는 주민등록등본을 떼는 성가신 작업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무려 18만여 명이 소송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금전과 물질이 아닌 존엄이 무너진 데 대한 항의이기 때문이다. 수공과 김앤장은 항소한다지만, 시민들의 추가 청구 역시 잇따를 전망이다.

4대강은 ‘死 對 江’, 죽음과 강의 전장이다. 강물을 가둬 호수로 변질시킨 구미보와 칠곡보에서는 툭하면 부실 시공이 드러나고 물이 샌다. 지난해 여름에는 정부가 사전에 예상했던 녹조 사태가 터지고, 10월에는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강변으로 달려가니 어민들이 죽은 물고기들을 보여주었다. “고인 물에선 살기 힘든 애들이네요.”  물고기 떼죽음에 관한 가장 과학적인 원인 진단은 ‘녹조 등으로 강바닥에 산소가 결핍된 상태에서 가을철 물이 섞이며 물고기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구미시도 강변 난개발 계획으로 4대강 공사에 무책임하게 매달려 있다(〈시사IN〉 제248호 ‘4대강 낙동강변에 친환경 골프장이라고?’ 참조). 골프장과 수상비행장은 슬며시 철회했지만 마리나 시설은 ‘리버사이드 프로젝트’에 그대로 포함되었고, 최근 마련된 계획안은 파크 골프장·헬기 계류장·열기구 체험장·챌린지 파크·게임장·플라워 파크·수변무대·슬립 웨이·승마길 등 총사업비 660억원을 강변에 욱여넣었다.

구미 시민 80%, 골프장과 수상비행장 반대

나는 기본계획 수립의 일환으로 구미시가 올해 1월28일부터 2월7일까지 구미 시민 2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면접조사 결과를 입수했다. 시가 여론조사 결과를 상세히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드러났다. 골프장과 수상비행장에 대한 반대 의견이 80%에 달했다. 이럴 줄 몰라서 시와 찬성 세력이 고집을 피웠나 실소가 나왔다. 마리나 시설도 반대 54.5%, 찬성 31.3%였다.

이렇게 시민들은 야권과 시민사회단체, 일부 의회 의원들이 반대한 골프장과 수상비행장을 확실히 봉인했고, 오만한 공기업과 국내 최강 로펌을 상대로 승소했다. 이제 4대강 공사 전체를 청산할 시점이 다가온다. 박근혜 정부는 내년 지방선거 전에는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시민이 이겨왔듯, 강은 죽음을 이길 것이다.

기자명 김수민 (구미시의회 의원·녹색당+, kimsoomin.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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