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시간쯤 후면 민주당이 대선 경선의 하이라이트로 잔뜩 기대를 걸었던 광주·전남 경선 결과가 나올 참이었다. 흥행 부진 속에서 그나마 기대했던 무대였다. 그러던 차에 덜컥, 금태섭 변호사가 폭탄을 터뜨렸다.

광주·전남에서도 1위를 차지해 8연승을 이어간 문재인 캠프는 묘한 표정이었다.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 직후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안철수가 아마추어라고 누가 그래? 미디어를 다루는 데 선수야 선수”라고 말했다. 이 기자회견으로 안 원장 측은 검증 공세를 되치기했고, 지지율 격차를 좁히며 따라오던 문재인 후보를 의도했든 아니든 효과적으로 견제했다.

야권 단일후보 양자 대결(안철수 대 문재인)에서 역전까지 바라봤던 문재인 캠프는 허탈해졌다. 광주·전남 경선 결과는 거의 단신으로 처리되다시피 했다. 대선은 다시 한번 박근혜 대 안철수의 싸움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대담집 출간, 〈힐링캠프〉 출연,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 시점은 모두 3위 문재인 후보가 안 원장을 제치고 2위로 올라가기 직전 시기와 일치한다”라고 말했다. 안 원장의 ‘액션’이 나오는 시점이 어김없이 문재인 후보를 견제하는 타이밍이 된다는 분석이다. 

 

ⓒ시사IN 조남진9월6일 민주당 광주·전남 경선에서 인사하는 후보들.

 


“박근혜 후보가 봉하마을을 참배하고 문재인 후보가 ‘좋은 일’이라고 할 때, 안 원장이 ‘이것이 내가 바라는 정치’라고 거든 적이 있었다. ‘선수’들끼리 하는 말로, 기막히게 숟가락을 얹은 거지. ‘나 여기 있어요’의 아주 세련된 표현이었고. 그때도 안철수 팀의 감각이 상당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건도 마찬가지지 뭐.” 문재인 캠프 관계자의 하소연 섞인 칭찬이다.


일단은 안 원장과 보조 맞춰

민주당 대선주자 처지에 서서 보면, 안철수 원장은 ‘치고 나가지도 가라앉지도 않은 상태’로 좀 더 버텨줘야 하는 카드다.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올라가서 대세론을 형성해버리면 민주당 주자는 거센 양보 압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지율이 주저앉아버리면, 범야권이 반전의 계기로 생각하는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가 반감된다. 

그렇기 때문에 안 원장의 ‘되치기’를 바라보는 민주당 전략통들의 판단도 복잡 미묘하다. 검증 공세에 침몰하지 않은 것은 반갑지만, 하필 광주·전남 경선을 집어삼키는 폭탄을 터뜨린 것에는 제대로 한방 먹었다는 정서가 많다.

일단 민주당은 안 원장 측의 ‘협박·사찰 프레임’에 가세했다. 9월7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안 원장 문제를 불법사찰·정치공작 문제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공작정치를 위한 이명박 정권 불법사찰 진상조사위원회’라는 긴 이름의 위원회를 구성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세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면, 범야권 지지층이 민주당을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안철수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누가 만든 판이든 따질 국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단은 안 원장 측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얘기다. 

민주당에서는 사실상 안 원장의 출마 선언만 남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출마 시기와 방식 등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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