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은 2월3~5일 3회에 걸쳐 〈토크 콘서트-3인3색, 삼삼한 수다〉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개최했다. 9명의 강연자가 나와 법과 정의, 언론의 자유 등에 대해 말했다. 사회는 방송인 김미화씨와 공연연출가 탁현민씨가 번갈아 맡았다. 〈토크 콘서트〉의 주요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 1강:‘꽃중년’ 변호사 3인방이 말하는  ‘법과 정의’ 
사회:김미화(방송인)
출연:송호창·조광희·최재천


ⓒ시사IN 조남진왼쪽부터 방송인 김미화씨·최재천 변호사·조광희 변호사·송호창 변호사.

송호창 변호사:두 가지 사건을 가지고 검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첫 번째 사건은 정연주 사건이다. 4년 동안 끌어오던 재판에서 최근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형사사건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는 것은 결국 수사 담당을 했던 검사가 무능하거나, 아니면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연주 사건) 담당 검사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최교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는 실질적인 지휘권을 행사했던 사람으로 현재 서울중앙지검장이다. 박은석 부장검사는 대구지검 차장검사로 승진 발령되었고, 이기옥 검사는 대검 연구관으로 있다. 무죄 판결을 받은 재판의 담당 검사들이 검찰 고위직에 있게 되었다. 무죄판결이 나오자 한 서울지검의 차장검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왜 그 사건이 무죄판결이 나왔는지도 이해 못하는 모습이 검사들의 단면이다.

두 번째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삼성 X-파일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당시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어느 식당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안기부 수사관들이 녹음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알려진 사건이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노회찬 의원이 이를 공개했다. 그것을 공개한 사람은 유죄판결을 받아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인 반면 그때 당시 대화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처벌은커녕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조광희 변호사:한명숙 전 총리 재판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다. 한명숙 전 총리와 관련한 재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총리 시절 공관에서 5만 달러를 받았다는 사건이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 기자들이나 검사조차 무죄가 될 것이라는 것을 거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고가 나기 직전에 검찰은 또 다른 사건을 만들었다. 그게 바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원을 받았다는 것이고, 그 재판은 상당히 오래 진행되었다. 얼마 전 무죄판결이 났다.

첫 번째 사건이 끝났을 무렵 한 잡지에 재판을 진행했던 소회를 기고했다. 이게 무죄고 우리 변호인들이 믿는 바와 같이 그게 아무 일도 아니었다면, 그 5만 달러는 대체 무엇이었나 싶었다. 있지도 않은 5만 달러가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것이었으니…. 맥거핀이라는 영화 용어가 있다.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로 꼽히는 〈시민 케인〉을 보면 미국의 언론 재벌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 죽으면서 마지막에 ‘로즈 버드’라는 말을 하고 죽는다. 그 영화는 ‘로즈 버드’가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로즈 버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면서 그 이야기를 계속 작동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나는 한 전 총리 사건에서 5만 달러를 맥거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흥행을 했고, 그걸 통해 대가를 얻어간 사람은 누구였을까?

최재천 변호사(17대 국회의원):한국에서 노숙자를 처벌할 수 있을까? 없다. 그러면 북한에서는 노숙자를 처벌할 수 있을까? 공산주의 사회는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나눠먹어야 한다고 하니까 어느 한 사람이 생산을 안 한다고 하면 잘못이라고 본다. 그래서 국가적 법익을 침해한 것으로 처벌한다. 한 나라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진다. 그런데 우리는 법이 절대적이고 평등하고 어느 나라나 똑같이 적용된다는 착각에 빠진다.

지금은 (북한 트위터 계정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박정근씨가 감옥에 가는 세상이다. 우리는 박정근씨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아파해야 한다. 정치적 인권 못지않게 사상의 자유, 생각의 자유, 말의 자유가 중요하다. 우리는 자꾸 깨끗한 말, 멋진 말, 아름다운 말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미국 헌법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은 어리석은 말을 할 권리도 갖는다.’ 욕설할 권리, 바보 같은 소리를 할 권리, 농담할 권리가 다 있다.

모든 권리는 여러분에게서 나온다. 판사의 재판권, 행정가의 행정권, 입법자의 입법권이 모두 여러분의 권리인데, 여러분들이 일일이 하기 귀찮으니까 누군가에게 맡겨놓은 것이다. 행정부 수반이나 국회의원에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선거를 통해 (권리를) 위임한다. 그런데 삼권 중 하나인 사법의 절차적 권리를 여러분이 언제 그들에게 위임했나? 삼권 중에 유일하게 선출되지 않은 권력, 국민주권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권력이 사법권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주었다. 우리가 군인에 대해 문민 통제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법부가 가지고 있는 칼,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갑에 시민 통제를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없는 것이라고 본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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