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논란에 대해 몇 마디만 하자면 이렇다. 주진우·김용민은 실제 수도사처럼 산다. 주진우는 여성 인권을 위해 기여한 바도 크다. 고 최진실법이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여성인권 단체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간의 논란에 대해) 말을 안 하고 있었던 이유는 이렇다. 모든 논란은 기승전결이 있다. 나올 수 있는 모든 얘기가 다 나오는 게 좋다. 그래서 그 전까지는 억울해도 참으라고 했다.
예를 들어 성욕감퇴제. 물론 농담이다. 정봉주 전 의원이 복용하는 약에 유사 성분이 들어 있기는 하다. 그래서 우리끼리 면회하면서 크게 웃었다. 우리 면회 내용은 청와대에 보고된다. 그래서 ‘봉주 1회’부터 그런 농담을 더 한다. ‘아무리 정봉주를 가둬놔도 평소처럼 시시덕거리며 놀고 있다’는 엿을 날리는 거다.
주진우·김용민에게는 미안하다. 이런 설명조차 못하게 했다. 논쟁이 끝까지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이 대목에서 무대에 있던 주진우 기자는 “제가 던지는 얘기에 여성분들이 불편했다면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주진우 기자는 이 말을 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내가 못하게 했다. 내가 나쁜 놈이다(웃음).
물론 이런 이슈에 관한 한 여성들에게 예민할 권리가 있다. 약자의 권리다. 그런데 동시에 여성이 자기의 몸을 이용해 정치적 표현을 할 자유도 있다. 예민할 권리가 있지만 자기가 불쾌하다고, 다른 사람도 그걸 하지 말라고 할 권리는 없다. 성희롱은 피해자 기준이다. 당연하다. 예를 들어 성적 수치심을 느낀 직장의 부하직원은 정당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 없게 만드는 불평등한 권력관계하에 있고 그럴 경우 위계에 의한 폭력이 된다. 일방의 감정을 법적 판단 근거로 인정하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와 그녀 사이에는 그게 없다. 싫은데 사진 올리라 할 권력도 없고, 수치심을 느끼는 데 불이익을 두려워해 입 다물게 할 권력도 없다. 당사자도 그런 유치한 농담 소화 못하는 사람인 줄 아느냐고 화를 냈다. 성희롱은 성립하지 않았다.
남는 건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이다. 우리가 사진을 처음 본 건 한명숙 대표를 인터뷰하던 날 새벽 1시쯤이었다. 우리가 비키니 사진을 올리라고 했다는데, 사실이 아니다. 프리봉주 사이트를 열자 그 여성이 자발적으로 올린 거다. 어쨌건 그 사진을 두고 한 ‘코피’ 코멘트를 두고 ‘성적 대상화’ 비판을 한다.
당시 우리는 남자로서도 순간 반응했다. 생물학적 완성도에(웃음). 하지만 그거보다 ‘이런 시위가 가능하다’는 것을 훨씬 더 크게 기뻐하고 통쾌하게 생각했다. 우리 인간은 언제나 타자를 대상화한다. 남자도 여자도 서로를 성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대상화한다. 그렇지 않은 인간은 없다. 중요한 건 성적 대상화 같은 관념적 단어가 아니라, 필요할 때 상대를 이성으로 대하면서도 동시에 대등한 인간으로, 정치적 동지로서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느냐 하는 능력이다.
피해자 프레임만으로는…
그걸 담론하는 틀이 우리에겐 없다. 그녀를 이성으로서도, 동시에 같은 뜻을 가진 동지로서도 좋아하는 게 가능하다. 그것이 왜 분리돼야 하는가. 그 둘의 분리가 가능하기나 한가. 침묵의 이유 중 하나가 이 논란이 그런 의문 제기까지 가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소한 방송은 들어보고,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사를 쓰는 매체가 없었다. 사과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만 물었다. 이런 논란이 터지면 우린 가장 안전한 수준에서 자기방어만 한다. 유럽 68세대가 수십 년 전 논했던 수준에 아직도 도달하지 못했다. 1980년대 페미니즘은 기본적으로 피해자 프레임이다. 피해자 프레임으로는, 더 나쁜 일이 벌어지는 걸 막을 순 있어도 더 좋은 일이 벌어지도록 하진 못한다. 나머지는 방송에서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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