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이 피부클리닉에서 쓴 돈은 550만원”이라는 경찰의 발언이 나온 이후 보수 언론, 특히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보도는 두 갈래로 진행됐다. 하나는 〈시사IN〉 보도가 허위라는 점을 강조하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이른바 ‘나경원법’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다.

1월30일 경찰 발표 직후에는 ‘허위 보도’ 부각에 집중했다. “나경원 1억 피부숍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시사IN〉이 유언비어를 날조해 나경원 후보를 떨어뜨렸다”라고 거침없이 보도했다. 〈시사IN〉이 경찰 발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온라인 기사를 올렸지만 이를 반영조차 하지 않았다. 

〈시사IN〉이 2월1일 경찰 발표 내용을 180도 뒤집는 취재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여론이 “경찰 발표가 틀렸고, 〈시사IN〉 기사가 맞다”는 쪽으로 급속히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매체는 눈도 꿈쩍 안 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2월2일자) 사설에서 “경찰 수사 결과 나후보가 피부과에 쓴 돈은 550만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다시 한번 기정사실화했다. 


ⓒ시사IN2월3일 〈동아일보〉 기사. 이 기사는 결국 ㄷ클리닉 원장의 정정보도 요구에 의해 수정되었다.

〈동아일보〉는 한발 더 나갔다. 2월2일 해당 클리닉 원장을 찾아가 인터뷰 했다면서 “1억 발언 유도-짜깁기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피부클리닉 원장은 “〈시사IN〉 측이 동영상과 녹취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르지 않고 공개하면 해결될 문제다” “병원 대기실에 비치해놓은 가격표까지 모두 압수해갔으면서, 왜 동영상을 가진 측은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원장은 2월3일 〈시사IN〉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나오는 동영상 전체를 공개하라’거나 ‘압수수색을 하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동아일보〉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겠다”라고 했다. 〈시사IN〉이 동영상 전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거기에 등장하는 유명 인사들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서이다. 원장 또한 그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할 터이다.

‘나경원 법’은 〈문화일보〉에서 먼저 드라이브를 걸었다. 1월31일자 사설에서 “1억 피부숍은 근거가 무너져 내린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다”고 전제한 후, “흑색선전 기획을 차단하고 사후에라도 강력하게 처단함은 물론, 그에 힘입은 당선이라면 효력을 재고할 수 있게 하는 ‘나경원법’이 시급하다”고 바람을 잡았다. 

그러자 다음날과 그 다음날 〈동아일보〉는 이틀 연속 1면 주요기사로 “나경원 법이 필요하다” “대법원 양형위가 흑색선전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2월2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화룡점정이었다. “4월 총선, 12월 총선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흑색선전이 횡행할 것이므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무조건 실형을 살게 한다든지, 허위사실의 근원지 역할을 한 언론매체는 징벌적 벌금을 부과해 회사가 망하게 해야 한다”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뉴시스정옥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이를 받기라도 하듯 새누리당 정옥임 의원은 2월6일 이른바 ‘나경원 법’을 발의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선거판을 흔들기 위해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행위에 대해 징역형으로만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다. 이 보도자료에서 정의원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같은당 나경원 후보가 연회비 1억원의 초호화 피부관리실을 다녔다는 보도가 한 시사주간지를 통해 보도됐고, 관련 사실이 팟캐스트 등에서 재생산돼 나 후보가 패배했다” 는 점을 입법 취지로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가 악의적 흑색 보도의 희생양이 되었음이 증명되었”다고도 주장했다.

‘한 시사 주간지’라고 했지만, 〈시사IN〉이 이 기사를 보도한 것이 다 알려진 상황에서 정의원은 결국 〈시사IN〉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규정한 셈이다. 이같은 허위 주장으로 〈시사IN〉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시사IN〉은 조만간 상응한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한편 2월6일 〈시사IN〉 기자협회는 "경찰·거대언론·여당은 〈시사IN〉에 대한 언론 탄압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성명서〉

경찰·거대언론·여당은 〈시사IN〉에 대한 언론 탄압 중단하라


1. 언론 자유를 뒤흔드는 경찰·거대언론·여당의 마녀사냥이 판치고 있다.  

2. 경찰이 최근 나경원 억대 피부클리닉 출입 논란을 취재한 〈시사IN〉 기자를 상대로 체포 영장을 신청했다 기각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나경원 전 의원 측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 당시 억대 피부클리닉 출입 기사를 쓴 〈시사IN〉 기자 3명, 이를 보도한 타사 기자, 민주통합당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형사고발한 데 따른 경찰의 조치다. 

3. 그러나 〈시사IN〉은 이미 지난해 12월 관련 취재를 총괄한 기자가 경찰에 출석해 6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조사 과정에서 〈시사IN〉은 취재 녹취록 4장 등 언론사로서 경찰의 수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이처럼 핵심 당사자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에 응하고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경찰이 또 다른 기자에게 체포 영장을 신청한 것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언론 탄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수사에 협조중인 언론사를 상대로 경찰이 체포 영장을 신청한 것은 명백한 권력남용이기도 하다.

4. 또한 조선일보, 동아일보, MBC 등 거대언론은 1월30일 “나경원 의원이 출입한 피부클리닉의 비용은 최대 3000만원 선이다”라는 경찰 발표만을 토대로 〈시사IN〉 보도를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였다. 조선, 동아 등은 경찰 발표 이후에도 관련 보도를 쏟아내며, 이를 엄벌할 수 있는 나경원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사설을 통해 “허위사실의 근원지 역할을 한 언론매체는 징벌적 벌금을 부과해 회사가 망하게 해야 한다”라는 저주도 서슴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보도 과정에서 이들 언론 대다수가 〈시사IN〉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거나 반론보도 여부를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사IN〉이 2월1일 경찰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피부클리닉 원장의 육성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조선일보는 〈시사IN〉이 경찰에 녹취록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가 급히 기사를 수정하는 촌극을 벌였다. 
한 언론사의 존망이 걸린 사안을 보도하면서 언론으로서 기본 중의 기본인 크로스체킹을 무시한 이들 언론의 행태에 같은 언론인으로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5. 여당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위 ‘나경원법’에 대해서도 조소를 금할 수 없다. 이 법안은 선거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자에 대해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만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 정부 말기에 이르러 권력실세의 비리와 횡포가 속속 드러나는 마당에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나경원법 발의는 시대를 거꾸로 거스르는 행위다.


하필이면 시점도 총선을 불과 두달여 앞둔 때다. 지금 벌이지는 경찰, 거대언론, 여당의 협공에 짙은 어둠의 냄새가 나는 까닭이다.

경찰, 거대언론, 여당은 철지난 언론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이에 〈시사IN〉 기자협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경찰은 〈시사IN〉 기자에 대한 체포 영장 신청 시도를 중단하라. 

2. 조선·동아·MBC 등 거대언론은 〈시사IN〉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보도에 대해 사과하고, 정정 및 반론보도하라.    

3. 〈시사IN〉 기자협회는 언론자유를 말살하려는 일체의 움직임에 맞서 관련 단체와 힘을 합쳐 싸워나갈 것이다.

 


  〈시사IN〉 기자협회 회원 일동 "


피부클리닉 원장 "얜 젊으니 5천이면 돼"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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