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피부클리닉 취재 후기
  • 정희상·주진우·허은선 기자
  • 호수 215
  • 승인 2011.10.3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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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강남의 호화 피부 클리닉을 상시 출입한 사실이 취재 결과 밝혀졌다. 나 후보가 다닌 피부 클리닉 원장은 김윤옥 여사와 오세훈 전 시장도 한때 고객이었다고 밝혔다.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강남 지역에서 초호화급(VVIP급)으로 분류되는 ‘피부 클리닉’ 단골 고객이라는 사실이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됐다. 나 후보가 다니는 곳은 강남구 청담4거리 골목에 자리한 피부관리 전문 의원인 ‘ㄷ클리닉’이다. 이곳은 강남 지역의 내로라하는 부유층과 톱스타가 단골 고객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벌 그룹 회장 부인도 단골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ㄷ클리닉은 철저한 예약 등록제로 운영된다. 기존 회원의 소개나 병원장과의 친분이 없으면 상담조차 받기 어렵다고 한다. 이 클리닉의 병원장은 세계 최초로 더모톡신(Dermotoxin) 주사요법을 개발해 유명해진 김 아무개씨(54). 더모톡신 주사요법이란 보툴리눔 톡신(Botulinum Toxin)을 근육이 아닌 피부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마, 코, 입술, 턱 등 다양한 부위에 주입해 ‘티 안 나는 성형’에 쓰는 기법이다. 

ⓒ시사IN 조우혜유명 정치인과 부유층, 스타급 연예인이 피부 관리를 받아온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ㄷ클리닉 입구.

문제는 가격. 〈시사IN〉이 만난 회원들은 이곳의 연회비가 1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회원 ㄱ씨는 “가격 흥정은 상상할 수 없는 곳이다. 다른 클리닉에서는 보통 크리스마스나 명절 등에 원장이 고객에게 값비싼 선물을 보내지만 이곳은 거꾸로 고객이 명품을 골라 원장에게 선물한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곳이라는 뜻이다. 또 다른 회원 ㅈ씨는 “3억~5억원씩 선금을 내고 다니는 가족 회원도 있다”라고 말했다.

강남에서도 호화 피부 클리닉으로 통하는 이곳을 나경원 후보가 다닌다는 제보를 〈시사IN〉이 처음 입수한 것은 10월 중순. 이곳 회원이라는 ㄱ씨로부터 “나경원 의원과 클리닉에서 세 번 마주쳤다. 예약 날짜를 못 맞췄는지 그냥 돌아가는 모습도 봤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시사IN〉은 ㄷ클리닉을 찾아 김 원장을 두 차례 만났다. 처음에는 20대 여기자가 고객 신분으로 상담을 신청했다. 약 1시간여에 걸친 상담을 통해 김 원장은 클리닉 운영 방식과 더불어 유명 연예인·정치인의 피부 및 건강 관리법을 사례를 곁들여 소상히 들려주었다. 김 원장은 “40대 이상 항노화 프로그램 치료가 필요한 고객은 한 장, 20대 젊은 층은 반 장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한 장은 1억원, 반장은 5000만원을 뜻한다.

상담 과정에서 김 원장은 “새로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다 10년 이상 됐다” “내 콘셉트에 맞지 않으면 잘린다” “중간에 하다 말면 나도 싫으니까 섣부르게 결심하지 마라”고 말했다. 환자를 ‘작품’으로 생각한다는 그는 열심히 프로그램을 따라오지 않으면 진료를 거절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재진이 ㄷ클리닉에 다닌다고 제보받은 유명 배우의 이름과 나경원 후보의 이름을 언급하자 “다 나에게 혼났다. 말 안 들으면 나는 혼낸다”라고 말하며 회원 관리가 엄격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나경원 후보의 경우 프로 정신이 강해서 아무리 바빠도 이곳에서 자기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20대인 기자에게 “1년에 5000만원을 받겠다. 평생 같이할 각오로 열심히 관리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뉴시스나경원 후보(위) 측은 “딸의 피부 치료를 하다가 나 후보도 건강과 피부 관리를 받게 됐다”라고 추가 해명했다.
김 원장, 나 후보 측과 같은 주장 펴

김 원장으로부터 나경원 후보의 출입 사실을 확인한 〈시사IN〉은 10월19일 나 후보 캠프에도 취재 질의서를 보내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나경원 후보는 이곳 피부클리닉에 다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억대 회원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 캠프는 이날 오후 〈시사IN〉이 보낸 취재 질의서에 대해 ‘나 후보 멘트로 들어가도 좋다’며 다음과 같이 답변해왔다.

“저는 김 선생님과 평소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로서 바쁜 정치 일정상 피곤하거나 피부가 많이 상했을 때 찾아가서 클리닉을 받는 관계입니다. 이분은 나에게는 실비만 받으셔서 1억원과는 한참 거리가 멉니다. 프라이버시 때문에 액수는 못 밝히겠지만 가급적 건별로 계산하고 있고, 모아서도 드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직업 특성상 새벽까지 귀가하지 못하고 과도한 일정에 쫓기다보니 건강과 피부가 많이 상해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시장이 되어서는 여전히 더욱 바빠지겠지만 그런 피부 클리닉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건강관리를 해나갈 생각입니다.”

10월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시사IN〉 온라인판 기사가 나가자 큰 반향이 일었다. 나 후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누리꾼 대다수는 나 후보의 호화 피부 클리닉 출입 사실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되자 당황한 나 후보 캠프에서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딸의 피부 노화 진행을 막기 위해 ㄷ클리닉을 찾아 치료하다가 겸사겸사 나 후보의 피부와 건강도 관리하게 된 것”이라는 취지의 새로운 해명을 내놓았다. 전날 〈시사IN〉에 보낸 답변서에는 전혀 없었던 내용이다. 이처럼 때늦은 추가 해명이 오히려 세간의 의혹을 부채질했다.  

ⓒ시사IN 조우혜위는 ㄷ클리닉 안내판.
〈시사IN〉은 나 후보 측의 추가 해명이 나온 직후인 10월21일 다시 ㄷ클리닉 김 원장을 찾았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나 후보는 지난해 여름 딸의 피부 치료 목적으로 처음 방문했다가 피곤할 때마다 본인의 피부 건강 치료도 받았다”라고 나 후보 캠프의 발표와 똑같은 주장을 했다. 이어 고객 신분으로 만났을 때와 달리 자기네가 연회비 1억원짜리 클리닉은 아니라고 말했다(16쪽 인터뷰 기사 참조).

김 원장은 이어 나경원 후보만이 아니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얼마 전까지 클리닉을 찾은 고객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경우 올해 초부터 무상급식 투표 국면까지 주로 토요일 오전에 찾아와 클리닉을 받았다는 것. 그는 ‘오 시장에게는 얼마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라면서도 자세한 액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본인 확인을 위해 오세훈 시장에게 수차례 휴대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김 원장과 이곳 회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ㄷ클리닉은 오래전부터 여권 핵심 인사들과 특별한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한 회원은 김 원장이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피부 관리도 담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자 김 원장은 “김 여사는 ㄷ클리닉이 청담동으로 옮겨오기 전 상봉동에 있을 때 찾아오셔서 피부 관리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피부 클리닉 업계에서는 김 원장이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출장을 나가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의 피부 건강을 특별 관리한다는 소문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처음에는 “프라이버시 문제라 확인해줄 수 없다”라고 했으나 한참 지난 뒤 “청와대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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