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스타가 명멸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이들이 오랫동안 업계 패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비결은 가장 산업화된 콘텐츠 생산 모형과 효율적인 연예인 발굴 육성 프로그램을 가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콘텐츠 생산에 해외 유명 작곡가 등을 포함시킬 정도로 글로벌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물론이고, 연예인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HOT·SES·동방신기 이후에도 슈퍼주니어·소녀시대·샤이니·F(x) 등 새로운 스타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소녀시대가 최고의 한류 스타 순위에서 배용준을 제친 것은 한류의 대상 범위를 중년 여성에서 하이틴 세대로 확대시켰기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유튜브를 통해 해외에서 소속 가수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SM엔터테인먼트는 해외 공연에 신중하다. 안수욱 이사는 “해외 진출 시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했다. 한국에서 뜨니까 해외에도 보내본다는 식으로는 안 한다. 그리고 확실한 현지 파트너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일본과 중국 시장에 전념한 이수만 회장과 달리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이사는 미국 진출에 열을 올렸다. 그래서 원더걸스와 함께 미국 땅을 밟았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투자 대비 수익으로 본다면 SM엔터테인먼트와 양현석의 YG엔터테인먼트에 미치지 못했다.
3대 기획사 중에서 가장 세련된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받는 양현석과 YG엔터테인먼트는 영향력 있는 인물(32.9%대22.9%)과 집단(24.5%대22.2%) 조사에서 박진영과 JYP를 앞섰다. 양현석은 올해 YG를 주식시장에 상장해 1000억원대 주식 부자 반열에 들어서기도 했다.
이수만·박진영·양현석의 리더십 차이는 흔히 오다 노부나가·도요토미 히데요시·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비견된다. 가부장적인 이수만 회장이 오다 노부나가처럼 군림하는 리더십이라면, 머리 좋은 박진영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영민한 리더십에, 무리수를 두지 않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양현석 대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내심 있는 리더십에 비교되곤 한다.
3대 기획사 외에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집단으로 포착된 곳은 CJ E&M이다. 케이블TV 부문과 영화 부문을 합친 CJ E&M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영향력 있는 집단 조사에서 유일하게 SM엔터테인먼트에 버금가는 결과를 얻었고(50.9%), 이미경 회장(15.2%, 5위)과 송창의 본부장(6위) 또한 영향력 있는 인물에 꼽혔다.
CJ E&M의 강점은 바로 기업 조직과 콘텐츠 조직의 결합도가 촘촘하다는 것, 다른 말로 하자면 콘텐츠에 대한 비즈니스적 판단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는 것이다. 마케팅 부문이 다른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발달되어 있어서 타깃을 명확히 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시청률이 낮더라도 연관 마케팅으로 흑자를 만들어낸다. 한 예로 CJ E&M은 최근에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사 프로그램이 취약해진 틈을 타 〈SNL 코리아〉라는 시사 프로그램을 내보내어 호평을 받고 있다.
CJ E&M 이미경 회장 ‘보이지 않는 손’
업계 관계자들은 CJ E&M 이미경 회장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 CJ E&M 간부 출신의 관계자는 “이미경 회장의 프로그램 간섭이 상당히 심하다. 그런데 뭐라 말하기가 힘든 게 프로그램을 가장 열심히 보고 프로그램에 대해서 가장 고민한 사람이 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종편 신청을 따로 하지 않았던 CJ E&M은 조·중·동 종편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벽이다. 특히 ‘어게인 TBC’를 선언한 JTBC가 넘어야 할 벽은 바로 tvN, Mnet 등 CJ E&M 계열의 채널이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한 외주제작사 PD는 “종편보다 CJ E&M 계열의 투자가 더 적극적이다. 종편이 지불하는 제작비는 CJ E&M의 70~80%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배우 부문에서는 〈뿌리 깊은 나무〉에서 열연 중인 한석규의 약진이 돋보였다(38.3%). 그는 오랜 슬럼프를 겪었다. 연기 변신에 실패하고 출연하는 영화마다 흥행이 부진하면서 송강호·최민식·설경구 트리오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그런 그가 〈뿌리 깊은 나무〉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세종의 모습을 보여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 다음을 송강호(29%), 김명민(22.4%), 안성기(18.2%), 고현정(15.9%)이 이었다.
가수 부문에서 PD들은 조용필을 최고의 가수로 꼽았다(53.8%). 최근 〈나는 가수다〉에 잠깐 출연한 것을 빼고는 방송 출연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그는 ‘영원한 가왕’이었다.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로 꼽히는 이승철(20%)이 그 다음이었고, 〈나는 가수다〉의 두 우등생 윤도현(16.7%)과 박정현(14.3%)이 그 뒤를 이었다. 서태지는 박정현과 같았다. 이지아와의 이혼 스캔들 이후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고의 MC는 유재석이 압도적이었다(78.7%). 은퇴했기 때문인지 강호동을 꼽는 PD는 적었다(25%). 특기할 만한 점은 출연 프로그램이 〈힐링캠프〉 한 편밖에 없는 김제동이 3위로 꼽힌 것이다(18.1%). ‘소셜테이너’로서의 활동 때문인지 김제동의 존재감이 컸다. 그의 소속사 다음기획의 김영준 대표는 “김제동의 진가는 카메라 앞이 아니라 혼자서 대중을 상대할 때다. 그의 앞에 몇 만 혹은 몇 십만 명이 와도 그들을 움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토크 콘서트’는 올 연말까지 3년 연속 전회 매진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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