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조치로 피해를 본 대북 경협 업체들을 구제할 방법은 과연 없을까. 12월9일 국회에서 열린 ‘남북 경협 효과 및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 참석자들은 해당 부처인 통일부가 적극 의지를 가지고 이 문제 해결의 전면에 나서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송민순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2010년 3월 발효된 남북협력기금법상 남북 관계 경색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는 데 이 기금을 쓸 수 있도록 한 규정이 들어 있다. 그 시행령의 기금 수혜 요건에 보면 △북한 당국의 제재에 의한 재산 침해 △남한 당국과 북한 당국의 합의 혹은 불이행으로 인한 피해 △남한 당국의 제재 등 경영 외적인 피해에 대해 기금을 쓸 수 있도록 했다. 단 그 재량권은 통일부 장관에게 있다.

송 의원은 “현 정부 들어서 남북 경협을 시작했고 금강산 관광을 시작하고 개성공단을 시작했더라도 이런 식일까. 누구도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전 정부와 현 정부를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 봐야 할 사안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일부가 정경 분리 시각에서 이 문제 해결의 전면에 나서라는 지적인 셈이다.

 

ⓒ시사IN 윤무영‘남북 경협 효과 및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12월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문제는 해당 정부부처인 통일부가 나서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을 경우 현행 법체계나 제도상의 허점으로 인해 피해 구제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임성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지성)에 따르면 피해 구제를 위해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보험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남북협력기금법에 따라서 운용할 수 있는 보험으로 남북교역·경협보험이 있다. 그러나 이는 보험의 범위가 매우 한정돼 있고 보상 범위가 낮아서 실효성이 낮다. 남북교류협력법 제26조 제3항에 따르면 경협사업 및 교역에 관하여 무역보험법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현재 무역보험 기금의 규모는 2007년 기준 2조원대로 경협보험의 원천인 남북협력기금의 자산보유액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무역보험을 남북 교역에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보험 구제에 의한 방법은 모두가 보험에 가입한 기업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대다수 경협 업체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난점이 있다.

보험에 미가입된 대부분 경협 업체의 손해보전 방안으로 다시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국가배상 청구이고, 나머지는 손실보상 청구이다. 국가배상은 국가의 위법한 행위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는 제도이다. 최근의 법원 판결처럼 통상 5·24 조치 자체는 법률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지만, 국가안보 및 국민의 안위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할 경우 통치행위의 법리가 적용되어 피해 구제가 여의치 않다. 손실보상 청구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이를 보상하는 법률이 있어야 하는데, 남북교류협력법, 남북협력기금법,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 등 어디에도 정부의 남북 교류 중단 등으로 기업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 이를 보상해주는 법률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 해도 통일부 장관의 재량권 아래 존재한다. 보상 규정이 없어서 현행 법률에 의한 손실보상 청구가 어렵다는 것이다.


교류협력법 보완해 배상 검토해야

임 변호사는 이런 법체계의 미비점 때문에 통일부가 전면에 나서서 근본 대책을 강구하는 게 가장 빠른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그 다음 국회가 관련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은 두 가지인데 남북협력기금법을 개정해서 손실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을 통해 보조하도록 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임 변호사는 “기금법으로 보상하는 것은 기금을 모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류협력법을 보완한 배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국회가 법을 만들고 결단을 내리면 5·24 조치에 대한 손실보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