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때로는 생각의 시공간을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범위보다 크게 늘려야 함을 의미한다. 얼마나? 시간은 최소 수십 년을 다루고, 길 때는 수십만 년을 우습게 거슬러 올라간다. 공간은 지구 전체다. 태평양 섬나라 이야기를 하다 극지를 덮은 빙하를 이야기해야 한다. 해류는 지구를 한 바퀴 휘감는다. 우주가 찬조 출연하기도 한다.11월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런 기후 스케일을 잘 보여줬다. 미국 워싱턴 대학과 지질조사국(USGS) 연구팀은 수만 년 동안의 북극 ‘바다 빙하(해빙·海氷)
9월24일 오전, 타이(태국) 방콕 도심의 병원 앞에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처음 사고를 접했는데, 도로 위가 조금씩 내려앉다 급기야 폭삭 꺼지는 모습이 소름 끼치게 무서웠다. 잘린 하수관에서 물이 쏟아지고, 전깃줄이 끊기며 불길이 치솟았다.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자 주변 건물 바로 앞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지며 크기를 키웠다. 결국 길이와 폭 30m, 깊이 50m에 이르는 거대한 구덩이가 도시 한가운데 생겼다. 통행량이 많은 이른 아침이었고 추락한 차량도 존재했는데, 인명 사고가 없었다니 그나마 큰 기적
9월 초,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와 카카오임팩트가 주최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서밋’에 다녀왔다. 국내외 기후 기술 연구자와 기업가, 투자자 등이 모이는 자리로 2022년 시작해 올해 네 번째 개최됐다. 최근 3년은 주제가 기후와 인공지능(AI)일 정도로, 기후위기를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첫날엔 기후, AI 개발, 정책, 투자 등 각계 전문가들이 논의의 기반이 될 각 분야 동향을 점검하는 발제 세션이 있었다. 나는 AI 대유행 시대에 자칫 간과하기 쉬운 데이터의 중요성을 짚었다. 주제는 크게 둘이
여름철 날씨의 양대 화두는 더위와 비다. 더위는 잘 알겠다. 해마다 더워지고 있고, 바다도 뜨거워지고 있다. 연도에 따라 조금 더 오르고 덜 오르는 요동은 있지만, 최근 수십 년간의 긴 추세는 명확하다. 이 시리즈에서도 거듭 다뤘다.비는 조금 애매하다. 직관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강수 기간이 존재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겐 마치 단발성 이벤트인 것처럼 느껴진다. ‘오늘 비가 온다’ ‘지금 비가 온다’로 인식하지, ‘오늘 2시간 45분에 걸쳐 8.5㎜의 비가 내렸다’고 인식하지 않는다. 잠시 빗소리가 크게 들리면 ‘오늘 비 많이
한국에서는 기후나 기상으로 콘텐츠를 만들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다음은 7월 초에 라디오의 유튜브 방송을 담당하는 P 작가와 나눈 대화 일부.“장마 기간이니 다음 콘텐츠는 집중호우와 그에 따른 피해로 하죠.” 하지만 며칠 뒤 심한 폭염이 예고 없이 닥쳐왔다. 전국에서 일 최고기온 기록을 다시 쓴 날이었다. 다급한 전화. “마른장마라 비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벌써 멀어졌어요. 폭염으로 주제를 바꿀게요!” 그리고 한 시간이 채 안 돼 다시 연락이 왔다. “서울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요. 1부는 폭염으로, 2부는 집중호우로 할게요.
올해 5~6월은 신나는 달이었다. 오징어에게는 그랬다. (오징어 입장에서) 최근 두어 해 초여름 물 온도가 불쾌하게 느껴져서 한반도 동쪽 바다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비교적 살 만했다. 살갗을 익힐 것 같던 뜨끈한 물이 남쪽에서 덜 밀려왔고, 이를 피해 낯선 북극 부근 바다까지 피난 갈 필요도 없었다. 익숙한 바다에서 신나게 헤엄쳤다. 어선에 잡혀 마리당 8000원에 회 접시에 오르기 전까지.6월 초, 연휴를 이용해 방문한 강원도 속초와 양양, 주문진 항구는 활기찼다. 어민들마다 “오징어가 돌아왔다”라고 입을 모았다. 원
※과학 저널리스트 윤신영 기자가 데이터를 통해 ‘기후위기’를 제보합니다. 데이터와 이를 기반으로 직접 제작한 그래픽은 위태로운 지구를 과장 없이 드러냅니다. 6월이 되면 기후위기의 ‘생일’을 생각한다. 1988년 6월23일, 미국 상원 에너지 및 천연자원위원회에 과학자 한 명이 참석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소장이자 금성 연구자인 제임스 핸슨 박사였다. 핸슨 박사는 지구보다 지구 밖 행성이 더 친숙하고 사람보다 숫자가 더 익숙한 천생 연구자였는데, 지구 대기의 성분 변화를 조사한 데이터를 살펴보다 한 가지 수상한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