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시선] 조력자살 공론화 이끈 거장의 선택 김영화 기자 이 주의 항의“표현의 자유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지만 한계도 있다.” 수리남 정부 알베르트 람딘 외교장관이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드라마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와 그를 검거하기 위한 국정원의 비밀 작전을 다룬다. 수리남을 부패한 ‘마약 국가’로 묘사했다는 공개 비판이 본국에서 나온 것이다. 공개 닷새 만에 넷플릭스 TV쇼 글로벌 3위에 올랐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유통되는 K콘텐츠가 많아진 만큼, 제작 단계에서의 책임도 커졌다. 이 주의 어떤 것프랑 스위스의 노인 여성이 조력 자살 택하는 이유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올해 초 이 지면에 여러 나라의 안락사 제도와 스위스의 조력 자살 제도, 그리고 완화치료 환경에 대해 쓴 적이 있다(〈시사IN〉 제702호 “‘좋은 죽음’인가 ‘좋은 삶의 실패’인가” 참조). 안락사나 조력 자살은 주로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결정지을 수 있게 하는 진보적인 제도로 평가되지만, 다르게 보면 불치병 등 절망적인 환경에 놓인 사람을 마지막까지 돕는 완화치료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안락사나 조력 자살로 내몰리는 면도 있다는 의문을 제기한 글이었다.글을 쓸 당시 스위스의 조력 자살 통계를 찾아보면서 ‘좋은 죽음’인가 ‘좋은 삶의 실패’인가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스페인에 있는 시어머니가 전화로 나쁜 소식을 전했다. 옆집 엘리세타 할머니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입원했다고 한다. 엘리세타 할머니는 우리 가족이 스페인 시댁에 갈 때마다 잘 왔다며 커다란 케이크를 구워 가져다주는 분이다. 자식들과 손주들까지 열 명이 넘는 아이를 직접 키운 분이라 볼 때마다 육아 관련 잔소리가 한가득이다. 오지랖이라고 흘려듣기엔 애정이 넘친다. 아흔 나이가 믿기지 않게 정정했던 그분이 산소호흡기를 대고 누워 있다니. 시어머니와 통화하면서 그 단어를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하릴없이 죽음을 떠올렸다.지난 1년 내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풍요중독사회김태형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사람에게는 생존보다 존중, 물질적 풍요보다 건전하고 화목한 관계가 더 중요하다.”대한민국 경제는 수십 년간 성장해왔다. 오늘날 한국의 경제지표는 과거 선망하던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삼시 세끼를 챙겨 먹고, 최신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도 사람들은 자문한다. “왜 이렇게 살기 힘들고 계속 불안한 거야?” 저자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을 인용한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이유는 내일 아침거리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자신의 이웃보다 더 잘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다.” 문제는 ‘상대적 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