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사람은 봄꽃처럼 아름답다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봄 맞은 산에 오른다. 가쁜 숨이 닿는 곳마다 보랏빛 꽃들이 피었다. 제비꽃이다. 톡톡 벌어진 꽃송이가 밥 달라 조르는 새끼 제비들의 앙증맞은 입을 닮았다. 이래서 제비꽃인가 했더니 제비 올 때 핀대서 제비꽃이란다. 어쨌거나 작지만 어엿한 봄, 생명의 전령사다.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내가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조동진의 ‘제비꽃’이 인기를 끌 때 나는 그 노래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머리에 꽃을 꽂은 소녀라니 “전공의 돌아오라” 했던 국립중앙의료원 주영수 원장의 작심 발언 김연희 기자 3월17일 일요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한다는 정책이 발표된 이후, 주영수 원장은 발언을 자제하며 병원이 정상적 진료를 유지하게 하는 데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1개월이 넘어가고 급기야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사직서 제출 결의에 나서자, 의료계 내에 상당한 책임을 가진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서 ‘역할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밤을 고심하며 입장문을 작성했다.마이크 앞에 선 주영수 원장은 간곡한 어조로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의 “피해자가 나서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신선영 기자 세월호 참사 생존자 장애진씨(27)는 참사 이후 진로가 바뀌었다.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응급구조학과를 선택했다. 대학 졸업 후 안산의 종합병원 응급실 두 곳에서 3년 가까이 응급구조사로 일했다. 현재 그는 현장 초기대응 역할을 하는 구급대원이 되기 위해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생존자라는 말이 불편하진 않아요. 다른 말로 대체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니까요. 참사가 일어난 것이 저에게 불편한 것이지, 생존자라는 말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생존자로서 공개 활동이나 언론 인터뷰를 했던 이유는, 당사자와 유가족 그리고 죽음이 내 삶에 질문을 던졌다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어느 날 죽음이 내 삶에 질문을 던졌다. 공부란 삶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하는 것. 죽음 공부를 시작했다. 스무 해 만에 간신히 마무리하고 책 〈애도의 문장들〉을 썼다. 공부를 마치면 두려움과 슬픔에서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아니었다. 힘들게 공부한 보람이 뭔가, 회의가 들었다. 출간 뒤 몇 차례 북토크를 하며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절박하게 죽음과 애도의 의미를 궁구하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소용없는 일을 한 건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도 더 이상 죽음 책을 보고 싶진 않았다.평생을 함께한 어머니가 다른 세상으 세월호 생존자 장애진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82] 신선영 기자 세월호 참사 생존자 장애진씨(27)는 참사 이후 진로가 바뀌었다.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응급구조학과를 선택했다. 대학 졸업 후 안산의 종합병원 응급실 두 곳에서 3년 가까이 응급구조사로 일했다. 현재 그는 현장 초기대응 역할을 하는 구급대원이 되기 위해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생존자라는 말이 불편하진 않아요. 다른 말로 대체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니까요. 참사가 일어난 것이 저에게 불편한 것이지, 생존자라는 말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생존자로서 공개 활동이나 언론 인터뷰를 했던 이유는, 당사자와 유가족 그리고 “우리는 정부와 의사의 볼모가 아니다” 환자 단체 대표의 일성 김연희 기자 ‘환자단체연합회’에는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등 9개 환자 단체가 속해 있다. 안기종 대표(사진)는 2010년 출범 당시부터 환자단체연합회를 이끌며 보건의료 분야에서 환자·이용자·보호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지금은 완치되었지만 그의 아내 역시 한때 백혈병으로 투병 생활을 했다. 전공의 집단 사퇴 3주 차에 접어든 3월13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실에서 안 대표를 만났다.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환자 불편·피해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어떤 내용들이 들어오고 있나?검사, 수술, 항암 치료, 이식 등이 연 “온몸에 멍이 드는데 10일 뒤 혈소판 예약도 막혀” [의료대란 속 환자들 이야기] 김연희 기자 ※환자와 보호자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3월11일 빅5 대학병원 중 한 곳에서 만난 정선화씨(64)는 4기 암환자다. 2011년 수술을 받았던 암이 2021년 재발했다. 유방에서 시작된 종양이 몸 여기저기로 퍼졌다. 지금은 자궁, 골반, 간에도 암 덩어리가 있다. 이 병원으로 외래 진료를 다니며 몇 년째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토요일이던 3월9일 새벽, 정씨는 급하게 응급실을 찾았다. 웬만한 통증에는 이골이 났고, 오랜 투병 생활을 통해 응급실에 가도 고생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지만 “까무러치게 아픈 복통”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 전공의 떠난 자리에서 외줄 타는 PA 간호사들 김연희 기자 3월6일 연락이 닿은 지방 사립대 병원의 한 간호사는 다소 뜻밖의 얘기를 했다.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 이후에도 우리 병원은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지역을 대표하는 상급종합병원이지만 기피과로 꼽히는 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내과·외과도 전공의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지 수년째다. 의대 정원이 1998년 이후 늘지 않은 가운데 지역 의대를 졸업한 인턴·레지던트 등이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집중되면서 빚어진 결과다. 그사이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워온 이들이 ‘PA 간호사’다. 이 병원에는 PA 좋은 의사는 민중과 어떻게 만나야 할까 [역사의 뒤 페이지]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1959년 3월20일은 몹시 추웠다. 눈보라도 몰아쳤다. 이미륵의 9주기 기일이던 그날, 전혜린은 이미륵의 친구였던 독일인 T, S와 함께 뮌헨 교외의 묘지를 찾았다. 무덤은 거친 들판 가운데 작은 공동묘지 안에 있었다. “그의 무덤은 아무 장식도 없고 아무 데나 굴러다니는 것 같은 돌로 만든 작은 비석 위에 단 세 글자, 새겨진 한문 李彌勒 때문에 누구의 눈에나 금방 띄었다. … 나는 화환을 비석 앞에 갖다 놓았다(전혜린,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966).”전혜린(1934~1965)은 시대의 신드롬이었다. 수학을 0 ‘억 소리’ 나는 미국 대학 등록금, 대선 의제로 떠오르나 뉴욕·양호경 (자유기고가) 스티브 씨(25)는 미국 보스턴 칼리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코로나19 유행기에 취업했다. 최근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다시 구직 중이다. 연간 평균 7만5000달러(약 1억원)가량 되는 등록금이 부담스러웠지만, 다행히 정부와 학교의 장학금 덕분에 학자금 대출 빚은 1만9000달러(약 2500만원)만 지고 2021년 졸업할 수 있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선거 때 약속한 1만 달러(약 1330만원) 학자금 대출 탕감 공약에 “기대가 컸다”.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보편적 대출 탕감 정책은 지난해 6월 연방 대법원의 무 0.72명이라는 성적표가 도착했습니다 김동인 기자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숫자 하나가 한 사회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0.72명. 2월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합계출산율이다. 지난해(2022년 통계) 발표한 0.78명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고질적인 저출생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악화되고 있다. 매년 2월에 발표되는 전년도 합계출산율은, 한국 사회가 매년 받아드는 일종의 성적표로 인식되고 있다.0.72명이라는 숫자가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체감하기 쉽도록 한 국가의 인구가 총 100명이라고 가정해보자. 합계출산율이 0.72명이면 이들의 자녀(2세대) 시사IN 제861호 - ‘금값’의 비밀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김영화 기자 기자들의 시선/주하은 기자 포토IN/학교가 사라지는 풍경COVER STORY IN‘두 알 1만원’ 사과 가격, 원인도 있고 대안도 있다기후위기 시대 농산물 가격은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다. 이미 시장도매인이라는 대안이 있지만좀처럼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도매시장 법인 측의 반대,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발목을 잡는다.ISSUE IN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그가 얻고 잃은 것 전공의 떠난 자리에서 외줄 타는 PA 간호사들 모자의 난 부른 ‘한 지붕 두 가족’ 나는 “건강한” 의대 증원을 바라는 의사입니다 김연희 기자 병원은 생과 사가 갈리는 곳이다. 목숨을 살리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는 이 공간에는 전쟁터 못지않은 긴장이 감돌곤 한다. 지금 대한민국 의료 현장에는 다른 성격의 전운이 퍼지고 있다.2월6일 정부는 19년간 동결돼 있던 의대 정원을 풀어 2025년부터 20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3058명에 고정돼 있던 의과대학 문이 5058명으로 65% 더 넓어질 전망이다.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즉시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2월20일부터 대학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은 대거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다. 정부는 ‘의 [단독] 국방부 장관 ‘채 상병 사건’ 생존 해병 치료했다더니, 정작 진료 현황 ‘없음’ 이은기 기자 ‘생존 장병 7인의 군병원 진료 현황: 없음’. 해병대 사령부가 국회에 제출한 답변이다. 2023년 7월19일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급류에 휩쓸렸다 생존한 해병 7명은 함께 작전에 나섰던 해병대 1사단 소속 채 아무개 상병을 잃었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군병원에서 (생존 장병들에 대한) 정신과 치료를 하고 있다’라고 했지만, 〈시사IN〉 취재 결과 군병원 진료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이종섭 당시 장관은 9월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생존 장병들이 “심리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환경에 있다. 군병원 노벨상 수상자 골딘이 말하는 남녀 임금격차의 진짜 원인 전혜원 기자 남녀 임금격차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 문제를 역사와 통계로 규명한 미국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77)이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난 54년 동안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세 번째 여성이며, 단독 수상한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1990년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 첫 여성 종신 교수로 임명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상을 수여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노동시장에 여전히 남아 있는 성별 격차의 주요 원인뿐 아니라 그 변화의 동인을 밝혔다”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골딘 이전에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성장하면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임신중지’ 문제, 미국 정치의 핵심 의제로 부상 이종태 기자 ‘임신중지에 대한 개인의 자유’ 대 ‘태아의 생명’.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이어질 사회‧정치적 쟁점이다. 갑론을박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져 온 미국에선 최근 ‘임신중지 옹호’ 쪽이 다시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11월7일(현지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에선 ‘임신중지권(abortion rights) 보호를 위한 주 헌법 개정’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열렸다. 임신중지 옹호 측이 과반의 표를 얻은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같은 날, 오하이오 이외의 다른 지역들에선 주 지사나 주 의회 선거가 진행되었는데, 여기서도 임신 어젯밤, 우리 아이가 응급실을 찾지 못한 이유 [소아응급 실태조사] 김연희 기자 아픈 아이들이 거리를 헤맨다. 소아 환자를 받아주는 응급실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서울 광진구에서 급성후두염 증세를 호소하던 5세 아동이 응급실 다섯 곳을 전전하다가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9월에는 19개월 아기가 경북 구미에서 대구까지 응급실을 찾아다니다 여섯 번째 응급실에서 겨우 장중첩증 치료를 받았다. 굳이 뉴스로 접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집집마다 한밤중에, 또 휴일과 주말에 발을 동동 구르는 경험이 늘고 있다.단순한 체감이 아니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윤석열 정부에선 ‘공공병원’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김연희 기자 ‘공공의료’ 정책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방의료원을 지원하는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은 올해에 이어 2024년에도 2년 연속 예산 규모가 축소됐다(〈시사IN〉 온라인 기사 '코로나 때는 덕분에 라더니...공공병원 예산 95억 줄었다’ 참조). 공공병원을 키우고 공공병원의 수를 늘려 공공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려던 정책적 흐름에도 제동이 걸렸다.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필수의료 대책으로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중증 응급, 분만, 소아 진료 등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이지만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분야의 수가를 높게 책정 헌신의 대가로 수렁에 빠진 공공병원, 그리고 외면하는 정부 인천·포천/김연희 기자 인천의료원은 코로나19 ‘1번 환자’를 치료한 곳이다. 2020년 1월20일 중국에서 입국한 35세 여성이었다. 보름 가까이 입원했던 이 환자는 완치돼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진에게 손편지 하나를 남겼다. 그는 “당신들은 나에게 영웅이고 절대 잊지 않겠다”라며 “우리가 이 질병을 극복하는 날이 오면 내 고향으로 초대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영문 편지에 담았다.그로부터 2년이 넘게 인천의료원은 코로나19 의료 대응의 최전선에 섰다. 2022년 5월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해제될 때까지 인천 내 코로나19 입원환자의 약 70%를 이 병원 한 곳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기자들의 시선] 나경희 기자 이 주의 기록“멋지다. 위는 더 훌륭했다.” 10월3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주에 사는 104세 여성 도로시 호프너가 약 4115m 상공에서 7분 동안 스카이다이빙을 한 뒤 전한 소감이다. 이날 푸른색 스웨터를 입은 백발의 호프너는 자신이 평소 의지하던 보행기를 미련 없이 한쪽으로 밀어두고 보조 다이버의 부축을 받아 비행기에 올랐다. 현재 최고령 스카이다이버로서 〈기네스북〉 등재를 기다리고 있는 그는 오는 12월, 105세가 된 뒤 열기구를 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Age is just a number).”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