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팬데믹 끝’ 폴더를 닫으며 [프리스타일] 김연희 기자 새로운 이슈를 취재할 때마다 새 폴더를 만든다. 취재 정리나 인터뷰 속기, 관련 자료를 저장하는 용도다. 취재를 시작한 날짜와 이슈의 명칭을 합해 폴더명을 짓는다. 2015년 기자가 된 이후 쭉 따라온 루틴인데, 요 몇 년 동안은 취재 폴더가 하나에 멈춰 있었다. ‘200130 코로나.’2020년 1월30일 코로나19 취재를 시작하고, 이 이슈를 쫓는 동안에는 기사를 쓸 때마다 순서대로 숫자를 붙여 ‘200130 코로나’ 폴더 안에 하위 폴더를 만들었다. 1. 진단검사 2. 바이러스 특성 3. 치료제 4. 백신 5. 마스크. 이런 소아청소년과 의사, 링 위에서 한국 챔피언벨트 차지하기까지 나경희 기자 루틴은 단순했다. 줄넘기 10분, 섀도복싱 8라운드, 샌드백 8라운드 그리고 러닝. 이렇게만 운동해도 챔피언이 될 수 있느냐고 묻자 서려경 선수(32)는 조건을 달았다. “집중해야죠. 쉬엄쉬엄 오래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글러브가 샌드백에 꽂힐 때마다 폭죽 같은 소리가 터졌다. 손정수 천안BEAT손정오복싱클럽 관장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펀치가 타고났죠?”7월14일, 국내 복싱 단체 중 한 곳인 한국복싱매니지먼트(KBM)에서 주관하는 한국 여자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타이틀전이 열렸다. 경기 종료 1분23초를 남겨두고 헌신적이었던 24년 차 교사는 왜 교단을 떠나려 하나 이오성 기자 2000년 9월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로 24년 차 사회 교사다. 교편을 잡는 동안 학교 안팎에서 꽤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2013년에는 교사가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자기 사연을 들어 생생하게 쓴 책 〈마음 일기〉를 펴냈다.이 책은 한 교사의 분투기이자, 교육 현장 르포이자, 학생·교사·학부모에게 띄우는 편지였다. 100차례 정도 강연을 다닐 만큼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이 교사는 교권 침해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 휴직 중이다. 전라남도의 한 고교 교사 장혜진씨 이야기다.2년 전 3월, 새 살인은 복잡하다, 거짓과 연민 때문에 [기자의 추천 책] 김다은 기자 여름, 추리소설의 미덕은 스피드다. 뇌를 가동하는 데도 에너지가 든다. 에너지를 쓰면 열이 난다. 그러니 최대한 뇌를 절전 모드로 해두고 별생각 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이야기가 좋다. 거기에 서늘한 복수나 참신한 트릭이 더해지면 덥다는 생각도 잠시 물러난다. 자신이 명탐정이 된 것 같은 맹렬한 몰입 혹은 신들린 빙의. 결국 범인이 잡혔을 때의 짜릿한 쾌감. 그래, 이 맛에 추리소설 읽는다.하지만 루이즈 페니의 글은 이런 미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추리소설을 읽다가 책장 귀퉁이를 접으며 ‘다음에 이 장면을 꼭 다시 읽어야지’ 비용편익 분석 실종된 양평고속도로 ‘변경안’ 김연희 기자 서울-양평고속도로 ‘변경안’의 비용편익(B/C) 분석값은 얼마일까? 공식적인 답은 “모른다”이다. 7월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를 묻자 원희룡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B/C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끝난 상태에서 계산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아직 그 절차까지 한참 못 갔다."대안 노선의 종점이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토지와 가까워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이후, 국토부는 여러 근거를 들어 변경안의 우수성을 설명해왔다. 국토부와 원희룡 장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종점이 양평군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독립성과 중립성 문제없을까? 문상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중앙정부 부처 가운데 유일한 여야 합의제 기구다. 위원회를 이끄는 상임위원 5명을 여권(대통령·여당 3명)과 야권(야당 2명)이 추천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무총리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제3조), 위원들의 임기와 신분도 보장된다(제7·8조).이는 언론 자유와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방통위 기능의 핵심 중 하나는 언론 규제다. 신문은 특정 조건을 갖춰 등록하지만,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 등 방송은 방통위의 승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방송공사(KBS 뒤늦게 알려진 두 교사의 죽음 [기자들의 시선] 전혜원 기자 떠난 이의 빈자리2년 전 경기도 한 초등학교 교사 두 명이 연이어 목숨을 끊었다고 MBC가 8월7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 학교 5학년 3반 담임을 맡았던 김은지 교사가 2021년 6월 숨지고, 5학년 4반 담임 이영승 교사가 같은 해 12월 숨졌다. 김은지 교사는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몇 차례 병가를 냈다. 이영승 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겼다. 두 교사 모두 학생지도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 학교는 경기도교육청에 두 교사의 죽음을 추락사로 보고했다. 잘살고 싶으면 ‘왜?’를 물어라, 왜?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나가이 레이가 쓴 〈물속의 철학자들〉을 읽었다. 문어처럼 인지능력을 가진 수중생물 이야기인가 하고 펼쳤는데 아니었다. 철학 대화 활동가이면서 전문 연구자인 젊은 철학도가 “일상에 흘러넘치는 철학”에 대해 쓴 책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철학책,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읽다가 버스를 놓쳤다. 차를 놓칠 만큼, 놓쳐도 속상하지 않을 만큼 재미있었다.소크라테스의 〈대화〉를 처음 읽었을 때가 떠올랐다. 말꼬리를 잡는 소크라테스가 밉살맞으면서도 대화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서 계속 읽었지. 맞아, 그때는 철학이 재미있었다. 왜 사는지, 왜 살아야 현직 대통령의 장모는 어쩌다 법정 구속됐나 문상현 기자 “장모 사건, 300억원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 아십니까. 피해자 9명이 저를 찾아오셔서 윤석열 지검장 장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장모 대리인은 구속돼 있는데 주범인 장모는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사건 은폐 배후에 윤 지검장이 있다’라고 온 데를 돌아다니면서 피해자들이 말씀을 하세요. 그렇기 때문에 이건 본인 문제예요. 장모 문제가 아니라. 상당한 증거, 팩트가 있거든요. 제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2018년 10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장제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온라인 투표’로 기본권 제한하려는 정부 이상원 기자 정부와 여당이 집회·시위 제도를 손보려 한다. 노동조합의 집회와 시위가 계기다. 법에 공백이 있어서 개정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은 맞다. 그런데 진행 과정은 정당성이 의심스럽고, 결과적으로 헌법적 기본권의 손실이 우려된다.논쟁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5월16일 집회 후 수면 위에 올랐다. 서울광장 등 도심에서 진행된 집회는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지난 5월23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1박 2일에 걸친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로 서울 도심 교통이 마비됐다. 우리 헌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 전북은 왜 잼버리를 원했을까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이 정도면 ‘잼버리 사태’다. 폭염 대비는 엉망이었고, 세계에서 온 청소년들은 조기 철수를 해야 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폭염, 폭우, 먼지, 해충 방역, 편의시설에 대한 점검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잼버리 대회 주무 부처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라고 장담했다. 그런 그가 8월8일 ‘조기 철수 사태’에 대해 “위기 대응을 통해 저희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외신도 지난해에 이은 SPC 노동자의 죽음 [기자들의 시선] 임지영 기자 이 주의 기자회견8월8일 군인권센터가 경북 예천군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1사단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의 발생 과정과 경위에 대한 관계자 진술을 확보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공개된 수색 전후 중대의 단체 대화방 내용에 따르면, 채 상병의 소속 부대는 7월18일 사단장 지시로 수중 수색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 전까지 일렬로 서서 풀숲을 뒤지는 방식으로 수색하다 사단장 지시로 '무릎 아래까지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간부 한 명이 ‘안전 재난수칙에 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 “대한민국의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그런 시점.”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지금은 오히려 위기 대응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그런 시점.”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8월8일 새만금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 말. 폭염 대책과 보건·위생 준비가 부실해 잇따라 문제가 불거지다 결국 전원 ‘조기 철수’에 이르게 된 상황에서 나온 발언. 장관님, 애당초 위기를 안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어떻게 정부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대한민국의 위기 대응능력이 한순간에 바닥까지 추락했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8월9일 서면 브리핑에서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남성 과학자로서 차별당한다” 노벨상 수상자의 오류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콘스탄츠 호수는 스위스·독일·오스트리아 3개국과 접하고 있는, 중서부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다. 이 호숫가에 자리 잡은 마을 중 하나인 독일 린다우에서는 매년 초여름 유명한 행사가 열린다.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The Lindau Nobel Laureate Meeting, 린다우 회의)가 그것이다. 1951년 시작되어 7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 모임에는 해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 30~40명과 젊은 연구자 수백 명이 참가한다. 일주일간 이어지는 강연과 토론에서 수상자들과 차세대 연구자들이 어울려 의견을 나누고 소통한다 “달리 그냥 키우시면 안 되나요?” [반려인의 오후] 정우열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한 3주째 비와 안개 속에 갇혀 지내고 있다. 어떤 날은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처럼 집요하게 비가 내리고, 또 다른 날은 좀 개는가 싶다가 아차차 비 내리는 걸 깜빡했네, 하듯 와아악 쏟아진다. 그런 다음엔 자 그러면. 이제 우리 차례다, 하면서 끈적한 안개가 들이닥친다.개 산책이 몹시 곤란하고 달리기를 할 수가 없다. 산책로엔 어른 주먹보다 큰 버섯들이 뭉게뭉게 피었다. 동네 아파트 외벽부터 우리 집 창고 안까지 곰팡이가 창궐하고 이끼가 뒤덮인다. 제주살이 초기엔 집 안 책꽂이의 책과 옷장 안 옷과 신발장 운동화까지 온통 곰팡이 BL로 친구가 된 할머니와 소녀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몹시 더운 날이었다. 때마침 가게 문이 열리며 에어컨 냉기가 새어 나왔다. 홀린 듯 걸어 들어가 탄성을 내지르는 할머니. “아~ 시원해.” 한숨 돌리고 둘러보니 서점이다. 뭐라도 하나 사들고 나가는 게 염치다 싶어 서가를 기웃거린다. “실례합니다. 요리책들이 여기쯤 있지 않았나요?” “계산대 앞에 있습니다. 여기는 모두 만화예요.”마지막으로 만화를 본 게 언제였더라, 까마득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림이 예쁜 만화책 한 권을 충동적으로 집어들었다. 카운터의 점원이 움찔하는 걸 보지 못했다. “커버를 씌워드릴까요?” 하고 조심스레 묻는 이 북한은 식량난을 겪고 있을까? 김일한 (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장면 1. 북한이 최근 식량난에 빠졌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 BBC 등 국내외 언론사들의 보도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상당하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 식량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수십 년 만에 최악’이라고 보도했다.장면 2. 지난 2월 북한 당국은 농업 부문 예산을 전년 대비 대폭(14.7%) 증액했다. 이어서 농업 부문을 의제로 노동당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전원회의는 식량 생산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기존 농업정책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올해가 '김정은식 농 수천만 원짜리 법률의견서, 100만원짜리 법원소송구조 [세상에 이런 법이]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지난 6월20일 이원석 검찰총장은 서울과 수도권 소재 지방검찰청 민원실장, 민원실 근무 수사관 16명과 오찬을 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응급실에 갔을 때 무슨 생각이 들고, 어떤 기대와 도움을 원할지 떠올려보기를 바랍니다. 처음 겪는 형사사건으로 당황한 민원인은 병원 응급실을 찾는 심정일 것입니다.”검찰개혁은 거창한 구호보다 시민들이 드나드는 ‘민원실’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는 나로서는, 검찰총장으로서는 최초로 민원실 직원들을 격려·소통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반가웠다. 한편으로 검찰청 옆 법원 새만금 잼버리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금요시사회] 장일호 기자 이 정도면 ‘잼버리 사태’라 부를 만합니다.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시작과 동시에 구멍을 드러냈습니다. 배수 시설 문제로 사방이 물웅덩이였고,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가 속출했습니다. 열악한 의료 시설과 위생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결국 조기 철수로 잼버리는 막을 내렸지만 잡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입국한 각국 스카우트 대원에 대한 인원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이 드러났고, 케이팝 공연 변경 과정에서 ‘강압적 아티스트 차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잼버리 개최를 둘러싼 여러 우려를 보완할 시간 시사IN 제831호 - 진흙탕 빠진 '잼버리 사태'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전혜원 기자 기자들의 시선/임지영 기자COVER STORY IN왜 잼버리 앞에서 무능하고 무력했나논란으로 가득한 새만금 잼버리가 조기 철수로 막을 내렸다.‘개발의 마중물’로 기능한 잼버리는 한국식 지역개발 모형에 경종을 울린다. 유치부터 철수까지, 주요 국면을 톺아봤다.ISSUE IN 방통위 독립성 정말 문제없을까? 엔데믹 선언했는데 확진자 왜 또 늘어? 학부모는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나 “뻔한 얘기 하지 말고 취재를 많이 해달라” ‘전장연 논란’ 되짚어보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