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5월16일 총파업 투쟁을 마친 뒤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노숙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5월16일 총파업 투쟁을 마친 뒤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노숙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정부와 여당이 집회·시위 제도를 손보려 한다. 노동조합의 집회와 시위가 계기다. 법에 공백이 있어서 개정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은 맞다. 그런데 진행 과정은 정당성이 의심스럽고, 결과적으로 헌법적 기본권의 손실이 우려된다.

논쟁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5월16일 집회 후 수면 위에 올랐다. 서울광장 등 도심에서 진행된 집회는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지난 5월23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1박 2일에 걸친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로 서울 도심 교통이 마비됐다. 우리 헌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까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불법집회·시위에 법 집행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7월23일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한 집회·시위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근거로, ‘국민 참여 토론’의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 안건에 대한 추천·비추천과 댓글을 들었다. 국민 참여 토론은 대통령실이 국민신문고 웹페이지에 개설한 온라인 토론장이다. 6월13일부터 7월3일까지 3주간 의견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총 18만2704표 중 71%가 ‘추천’을 눌렀다고 밝혔다. 강승규 수석은 “(댓글 토론) 참여자 대다수인 82%에 해당하는 댓글이 과도한 집회·시위로 겪는 피해를 호소했다”라고 말했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이다. 누구든 신고만 하면 집 밖에서 집회를 열 수 있다.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헌법 제21조1항 및 2항).” 온라인 댓글을 바탕으로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이중의 정당성 문제를 낳는다. 조직적 투표 독려가 가능한 이 창구가 여론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설령 99%가 찬성해도 그 내용이 기본권의 본질적 부분을 제한할 수는 없다.

대통령실은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이용 방해와 주요 도로 점거 △확성기 등 소음 △심야·새벽 집회 △주거지·학교 인근 집회 피해를 방지하는 방향의 법령 개정을 권고했다. 대통령령만 개정해 바꿀 수 있는 것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사안이 나뉜다. 확성기 소음 데시벨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경찰이 집회나 시위를 제한할 수 있는 ‘주요 도로’가 어디인지도 대통령령 영역이다. 그러나 심야·새벽 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법을 개정해야 한다. 여기가 뇌관이다.

5월31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파이낸스센터 건물 앞에서 야간 집회를 하려다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5월31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파이낸스센터 건물 앞에서 야간 집회를 하려다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야간에도 집회·시위를 할 수 있다. 이른바 ‘노숙 집회’는 그 자체로 불법이 아니다. 집시법 제10조에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혀 있는데, 현재 ‘적용 중지’ 상태다. 2009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입법부가 개정 작업을 하지 않아 2010년부터 효력만 잃은 상태로 13년이 흘렀다.

“야간 집회 일률 금지는 헌법불합치”

국민의힘은 대통령 발언 직후인 지난 5월24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0시에서 오전 6시까지 옥외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윤재옥 의원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이다. 같은 날 열린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양당 의원들은 헌재 결정의 해석을 달리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9년) 헌재는 ‘특정 시점에 전적으로 집회를 불허하고 일부 조건의 경우 경찰서장이 허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사전허가제이기 때문에 헌법에 반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법처럼) 일몰 후 일출 전까지 전면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심야 시간대만 제한하든지 할 필요가 있다’는 게 헌재 결정 요지다”라고 말했다.

2009년 헌재 결정(2008헌가25)을 보자. 야간 집회 금지 조항이 사실상 ‘집회 사전허가제’라서 위헌이라고 판단한 헌법재판관은 5명이다(위헌 5명, 헌법불합치 2명, 합헌 2명). 위헌 정족수 6명을 채우지 못했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의 요지는 장동혁 의원 말과 다르지 않다. 집시법 조항에 위헌성이 있는 건 맞지만 야간 집회 제한 자체는 합헌이다. “광범위하고 가변적인 시간대에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은 또 있다. 2014년 헌재는 야간 시위 금지의 위헌성을 심사했다(2010헌가2). 금지 시간대의 광범위성과 가변성만 문제 삼은 종전 결정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를 금지하는 조항은 위헌이다.’ 주간은 학생과 직장인의 일과 시간이다. “평일의 위 시간대(주간)에는 개인적 활동을 하기 어렵다. (…) (야간 집회를 금지하면)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박탈하거나 명목상의 것으로 만든다.” 그러나 단서를 달았다. 하루 중 시민들의 평온이 강하게 요청되며 질서를 유지하기 더 어려운 시간대가 있다고 했다. 야간이 아니라 ‘심야’가 문제라는 것. 심야 시위는 금지할 수 있다는 게 헌재 결정이다.

‘국민 참여 토론’ 웹페이지. 6월13일부터 3주간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대해 의견을 받았다.ⓒ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국민 참여 토론’ 웹페이지. 6월13일부터 3주간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대해 의견을 받았다.ⓒ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법률의 위헌성 판단은 헌재 권한이지만 어떤 방향의 개정이 바람직한지는 여론과 입법의 영역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유는 평안한 주거나 원활한 교통을 위해서다. 바꿔 말해 그걸 방해하지 않는 범위라면 얼마든 허용해야 한다. (집회가 잦은) 서울시청 앞이나 세종로 일대에는 거주자가 적은데, 여기서 10명이 고함 지르는 것도 막아야 할까?”라고 말했다. 2014년 헌재 역시 심야 집회 금지만이 옳은 입법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한 장소에서의 연속적 장기간 시위 제한 △일정한 조도 이상의 조명장치 의무화 △소음 유발 장비 제한 △참가자 규모에 따른 제한을 예로 들었다. “시위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질서를 조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심야 집회·시위를 금지한 윤재옥 의원안이 통과되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현행법보다 집회의 자유가 퇴행할 여지가 있다. “부득이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 경찰서장이 허용할 수 있다고 한 현행법의 단서 조항을 삭제했다. 사실상 심야 집회·시위 전면 금지법인 셈이다. 6월19일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소음 기준만 넘지 않도록 하는 확성기를 사전에 사용 ‘허가’받게끔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5월24일 윤재옥 원내대표는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 안전·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에 한해서는 (사전)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다음 날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을 잘 지키라는 의미에서 한 선언적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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