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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벤처 검은손 문철소 황우석 뺨치게 세상 농락했다

‘노벨 의학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동양인 최연소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종신교수’ ‘세계 최초로 암 조기 진단 기술 개발’. 지난 7년여 동안 문철소 박사에게 쏟아진 찬사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거짓이&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2007년 11월 12일 월요일 제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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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포토
문철소 박사.
 
 
‘노벨 의학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동양인 최연소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종신교수’ ‘세계 최초로 암 조기 진단 기술 개발’. 지난 7년여 동안 국내 언론이 이처럼 화려하게 조명한 인물이 있다. 문철소 박사(43). 그는 이런 명성을 토대로 그동안 국내 바이오 벤처 분야에 진출해 블랙홀처럼 자금을 빨아들였다. 그가 내세운 상품은 오줌 한 방울만 가지고도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방광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이른바 MS(마이크로 세털라이트) 기술.

문 박사는 자신이 확보한 이 기술을 상용화해 세계적으로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며 일찌감치 국내에서 자금 모집에 나섰다. 미국에 캔젠이라는 바이오 회사를 설립한 뒤 2001년부터 현지에서 750만 주를 주당 10원에 발행해 국내로 들여와서 재벌가·은행권·제약회사 등 기관은 물론 대박을 좇는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적게는 주당 3달러에서 많게는 13달러에 이르기까지 수백~수천 배를 받고 팔았다.

이렇게 팔린 비상장 주식 대금은 홍콩·바하마 등지를 거쳐 캔젠과 문철소씨 개인 계좌로 들어갔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나도는 이른바 ‘캔젠 주식’은 휴짓조각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캔젠 주주 명부에는 올라 있지도 않은, 그래서 주권에 당연히 들어가 있어야 할 대표의 사인이 빠진 ‘유령 주식’도 국내에 나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가 자금을 끌어들인 방식은 이뿐이 아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바이오 관련 주에 눈돌린 그는 2003년부터 ‘방광암 재발 조기 진단 신기술 상용화’를 앞세워 캔젠 주식을 들고 M&A 시장에 뛰어들었다. 환상적 언론 플레이 덕분에 문철소라는 이름만 들어가도 관련 주가가 뛰던 시절이었다. 2003년에는 문 박사가 캔젠에서 주당 10원에 비상장 주식 180억원어치를 발행해 당시 동물 사료 업체로 유망하던 엔바이오테크놀로지사 주식 400만 주와 스왑 교환했고, 그 뒤 엔바이오의 경영권까지 사실상 접수했다. 그러나 ‘방광암 재발 조기 진단 기술’이 상용화됐다는 소식은 지금까지도 들려오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이 기술을 재료로 M&A 대상에 올랐던 코스닥 상장사 CPN과 엔바이오테크놀로지 투자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큰 피해를 입었다.

대표 사인 없는 ‘유령 주식’도 나돌아

코스닥 시장에서 한동안 잠잠하던 문철소씨의 이름이 요즘 다시 오르내리는 곳은 평택 국제자유무역지대다. 지난 7월 9일 평택시는 문철소씨와 국제자유무역지대 16만5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부지에 ‘바이오 의료기술 복합단지’를 건설키로 하는 프로젝트에 서명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부지에 캔젠바이오테크놀로지 본사와 기타 문철소씨가 지정하는 업체를 유치해 사업을 벌이며, 평택시는 문철소박사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행정지원에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이다.

   
 
ⓒ시사IN 정희상
문철소 박사가 미국 볼티모어 시에 세운 캔젠 사가 입주한 건물(위).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 종신교수로 재직한다고 국내 언론에 한껏 포장된 뒤 야심만만하게 전개한 문철소씨의 ‘치고 빠지기’식 사업은 과연 믿을 만한가. 문씨의 화려한 언사를 믿고 뛰어든 국내 투자자들과 지방자치단체는 안전한가. <시사IN>은 문 박사가 사업 무대로 삼고 있는 미국 매릴랜드 주 볼티모어 시 캔젠 본사와 존스홉킨스 대학, 한국 코스닥 시장, 국내 투자자, 금융감독 당국등을 한 달여 동안 입체 탐사했다.

미국 워싱턴 DC 북방 60여km 지점에 자리한 볼티모어 시 중심가 한 20층 빌딩의 16층에는 문철소씨가 지난 7년간 한국 자금을 끌어모으는 거점으로 삼았던 캔젠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10월10일 기자가 찾은 캔젠 본사는 변변한 간판도 없는 20여 평 크기의 사무실로, 출입문 앞에는 영어로 ‘CANGEN’이라고 쓴 A4 용지 한 장이 달랑 붙어 있다. 2002년부터 문씨 측이 국내 언론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서 ‘캔젠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임박했다’며 기염을 토하던 이 회사는 상장은커녕 현재 미국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FBI 측의 자료 제출 요구로 어수선한 캔젠 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10여 명의 직원은 일손을 놓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었다. 한 직원은 “닥터 문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를 추방하고 우리끼리라도 회사를 끌고 가자는 분위기이다”라고 전했다.

캔젠 직원들 “문씨 추방하고 회사 살리겠다”

캔젠 사무실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볼티모어 외곽 흑인 밀집 지역에는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이 자리하고 있다. 텍사스 주에 있는 MD앤더슨 병원과 함께 세계 최고의 의술을 자랑하며 수많은 연구동과 병원 시설이 숲을 이룬 가운데 확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의대 본부에 방문해 신원을 밝히고 문철소 박사에 대해 물었더니 학교 관계자는 “닥터 문은 지난 몇 년간 한 달에 한두 번 나올까 말까 했다. 지난 1년여 동안은 얼굴을 보지 못했다. 자세한 것은 대학에 공식 절차를 거쳐 문의해달라”고 말했다. 대학 당국에 다시 문의한 결과 놀랍게도 문철소씨의 신분은 그동안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이학교 ‘종신교수’(tenure professor)가 아니었다. 미국의 교수임용 제도에서 종신교수란, 교수가 된 뒤에도 탁월한 연구 업적을 쌓고 논문을 발표한 후 철저하게 검증된 사람에게 돌아가는 최고 영예직이다. 종신교수에게는 범죄 사건 연루 등 웬만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종신토록 자유로운 연구가 보장된다.

   
 
ⓒ시사IN 정희상
16층에 자리한 캔젠 본사(위)는 초라했다. 이 회사는 오래 전부터 국내 언론에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이 임박했다고 보도됐지만 상장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철소 박사는 이미 2001년부터 국내 방송 인터뷰 등에 나와 자신을 종신교수라고 소개했다. 이후 대다수 언론은 별다른 의심없이 그가 동양인 최연소 종신교수이며 ‘한국의 자랑거리’라고 추어올렸다. 존스홉킨스 의대 측은 그가 조교수(assistat professor)였다가 지금은 휴직 중이라고 확인해주었다. 문 박사의 지도교수라 할 시드런스키 교수에게 문의한 결과 “닥터 문은 테뉴어 프로페서가 아니라 어시스턴트 프로페서다. 7월31일까지 휴직했다가 지금은 복직한 상태인데 언제 학교에 나왔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존스홉킨스 의대를 통해 또 한 가지 확인한 사실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내 연론에서 문 박사가 개발했다며 극찬했던 ‘MS 방광암 조기 진단 기술’이 사실은 홉킨스 의대 종신교수인 시드런스키 박사가 연구 발명했고, 특허는 학교가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세계적 원천 기술 개발자가 문철소 박사라고 국내에 널리 알려지면서 문 박사의 모교인 서울대학교 동창회보에는 ‘노벨 의학상 수상자에 가장 근접해 있는 동문’이라는 내용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그러면 종양학계의 세계적 신기술이라는 MS 방광암 재발 조기 진단 기술이 국내 언론에서 문철소씨 작품으로 둔갑한 까닭은 무엇일까. 기자는 미국에서 수소문 끝에 이 기술의 특허 구입 변천 과정을 잘 아는 한 미국인 전문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문 박사가 이 기술 발견에 공헌한 바는 전혀 없다. 문 박사는 기술 발견자인 시드런스키 교수를 만나 이 기술의 라이선스를 독점적으로 사서 상용화 연구에 들어간다는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말했다.

‘MS 기술’은 시드런스키 박사 발명품

시드런스키 교수가 1994년 개발한 MS 방광암 조기 진단 기술 특허는 존스홉킨스 대학이 가지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벌크라는 미국 회사가 이 대학으로부터 기술을 사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시험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철소 박사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시드런스키 박사에게 접근해 이 기술 특허 독점 계약은 벌크에서 문 박사의 캔젠으로 넘어왔다. 캔젠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월 라이선스 비용을 존스홉킨스 대학에 내고 미국의 몇몇 실험 기관과 더불어 상용화 연구를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상이 이런데도 한국 언론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문 박사가 이 기술을 개발한 것처럼 보도됐다. 심지어 문 박사가 이 기술로 시사 주간지 <타임> 선정 최우수 종양학자가 되었다는 사실무근의 보도를 한 언론도 있었다. <타임>에 선정된 인물은 시드런스키 박사였다.

이에 대해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연구 중인 한 한국인 학자는 “문 박사가 방광암 조기진단 기술을 자기가 개발한 것처럼 한국에 알리고, 더 나아가 <타임>이 선정한 최우수 종양학 연구자로 문철소 박사가 올랐다는 허무맹랑한 한국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시드런스키 박사는 ‘닥터 문이 내 업적을 가로채는 행위를 하고 다닌다’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기자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발행된 캔젠의 전체 주주 명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문철소 박사는 시드런스키 교수가 개발한 이 기술 특허를 산 뒤 2001년 2월17일 존스홉킨스 의대에 캔젠의 비상장 주식 19만5000주를, 시드런스키 교수에게는 40만5000주를 안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존스홉킨스 의대 시드런스키 교수는 <시사IN>과의 전화 통화에서 “문 박사가 준 주식과 돈의 액수나 시기에 대한 어떤 질문에도 응답해줄 수 없다. 다만 그가 나에게 준 돈은 라이선스료나 기부금이라기보다는 파트너십에 따른 이익 배분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문철소 박사가 캔젠 주식을 파는 데는 그의 장인인 한호선 전 농협중앙회장이 큰 역할을 했다.
 
그 밖에도 문 박사는 2001년 이후 여러 해 동안 미국 캔젠 사에서 엄청난 양의 주식을 발행(750만 주)해 주로 국내에 들여와 고가에 팔았다. 주당 1페니(10원)의 주식 750만 주는 주로 국내 은행권과 제약회사, 재벌가 등은 물론 일반 소액 투자자들에게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2001년 4월 국내 기관투자자에게 주당 10원에 우선주 163만여 주를 발행해 주당 3달러, 총 70억원을 챙겼다. 동아제약(33만여 주), ACI 코리아(33만여 주), 신한은행(17만여 주), 하나은행(7만여 주), 유니온 벤처 창투사(10만 주)를 비롯한 5개 창투사와 기타 수많은 회사 및 개인들에게 약 50만 주를 팔았다.

특히 각계 유명 인사와 일반 개인을 상대로 한 문철소 박사의 주식 판매에는 그의 장인인 한호선씨(전 농협중앙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호선씨는 사위 문철소 박사로부터 주식 26만주를 받았다. 더 나아가 한씨는 친분 관계가 있는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등을 매개로 여러 유명인 개인 투자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 명부에 드러난 대표적 인물로는 롯데 신격호 회장의 여동생인 롯데 쇼핑 신영자 부사장이 10만 주를 산 것을 비롯해 72명의 개인과 법인의 이름과 보유 주식 수가 올라 있다.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위)도 10만 주를 샀다.  
이 주주 명부를 금융법 전문가에게 넘겨 자문한 결과 문철소씨의 미국 캔젠 비상장 주식 국내 거래는 불법 혐의가 짙다. 우선 국내 증권거래법상 내·외국 법인은 50명 이상 투자자를 모집할 경우(금액 기준으로 20억원 이상) 금감원에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문 박사는 캔젠 주식 판매 과정에서 별다른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내국인은 증권사 창구를 통하지 않고 외국에서 발행한 비상장 주식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게 취득하면 반드시 한국은행이나 외국환 은행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캔젠의 주주 명부를 보면 문철소씨나 투자자 모두 외국환 거래법과 증권거래법상의 감독 규정을 어긴 혐의가 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문철소씨의 비상장 외국 유가증권 거래는 개인 간 금전 대차거래로 보아 증권거래법보다는 상법과 민법, 형법의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전 장관·농협 회장이 ‘주식 판매’ 도움 줘

문철소 박사의 ‘위험한’ 사업방식은 불법적인 해외 주식의 국내 매각에서 그치지 않았다. 2001년부터 MS 방광암 재발 조기 진단 기술이 곧 FDA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광고한 그와 주변 세력은 아예 언제 빛을 볼지도 확실치 않은 이 기술이 곧 대박을 터뜨릴 것처럼 언론에 홍보했다. 문 박사를 등에 업은 주변 세력은 2002년이면 FDA 승인을 거친다는 둥, 2003년 말까지는 상용화될 것이라는 둥, 당시로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던 임상 3상에 들어갔다는 둥 여러 허위 과장된 재료를 뿌려대며 이 기술의 아시아 지역 판권(MS 판권)을 미끼로 국내 코스닥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 기자가 미국 현지에서 확인한 결과 캔젠이 이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테스트할 환자를 등록받기 시작한 때는 2004년 8월부터였다고 한다. 임상시험 결과는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것. 결국 김칫국부터 마셔댄, 전형적인 주가 띄우기용 허위 과장 홍보가 5년 동안 되풀이되었던 셈이다.

이 과정은 문철소 박사가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 경제 파트 간부들과 뒤엉켜 권력형 주가조작을 일삼다 구속된 이른바 ‘진승현 게이트’의 주역 진승현씨를 형 집행정지로 감옥에서 구출해내는 수완에서부터 시작된다. 2003년 8월부터 진씨와 손잡은 문 박사 및 주변 세력은 이후 MS 판권을 무기로 2006년까지 여러 가지 방식의 M&A 작업에 개입해 국내 코스닥 등록회사인  CPN(현 코비지수)과 엔바이오테크놀러지(현 EBT네트웍스)의 주주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기에 이른다(부속 기사 참조).

   
  문철소 박사는 미국에 캔젠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뒤 주당 10원짜리 비상장 주식 750만 주를 발행해 국내에서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팔았다. 이같은 행동으로 인해 그는 캔젠 사 미국인 간부들로부터 고발당해 한·미 양국의 수사 대상이 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그가 국내에서 조달해 해외 개인 계좌로 빨아들인 돈은 캔젠의 장부와 기록만을 근거로 보더라도 줄잡아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외화로 바꿔치기한 돈은 주로 운전기사 등 직원을 통해 조세 회피 지역을 통해 빠져나갔다는 것이 문 박사 주변 인물의 귀띔이다. 문 박사의 독일제 마이바흐 고급 차량을 운전해온 정 아무개 실장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그는 “문 박사 건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 보면 나도 피해자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문철소 박사의 위험한 투자유치 행각에 작으나마 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해 부터였다. 조용한 반란은 미국 캔젠 본사 내부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초반 캔젠에 영입된 뒤 문철소 박사가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온 전 FDA 국장 출신 프랭크 영 박사가 지난해 초 캔젠 이사회 의장직을 돌연 사직했다. 문 박사로부터 재정 후원을 많이 받았던 그는 캔젠과 문 박사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불법 혐의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을 파악하고 발을 뺐다고 한다. 뒤이어 2004년부터 캔젠 사 대표이사를 맡아온 미국 변호사 출신 리처드 실펜 사장도 사표를 냈다. 10월12일 기자와 필라델피아에 있는 그의 로펌 사무실에서 만난 리처드 전 캔젠 사장은 “법과 상식에 따르는 정상적인 회사로 경영하려는 나의 모든 지시와 노력을 문 박사가 취소하도록 조처한 사실을 알고서 훗날 나와 프랭크 영 박사가 닥터 문과 범죄의 공범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꼭 필요한 서류들만 챙겨 캔젠을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초에는 애덤스 어파토프 캔젠 법률고문 겸 비서와 크리스티안 레시몬트 재무담당 부사장이 각각 사직서를 제출했다. 두 사람은 사직서 내용에 캔젠 오너인 문철소 박사의 전횡과 횡령, 배임은 물론 주가 조작과 같은 각종 범죄 의혹에 대한 사항들을 여러 쪽에 걸쳐 자세하게 기록했다.
결국 이들의 바란으로 지난해 말부터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문 박사와 캔젠에 대한 은밀한 조사에 들어갔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8월 캔젠 본사에 대한 사실상의 압수수색이 실시되었다. 현재 미국 수사 당국은 영주권자인 문철소 박사가 미국에서 대량의 캔젠 주식을 발행해 한국에 팔아 막대한 차익을 남긴 과정에서 미국법상 세금을 포탈한 혐의와 일부 미국인에게 불법적으로 주식을 판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또 문철소 박사가 존스홉킨스 의대 및 시드런스키 교수에게 정당한 특허 비용과는 별도로 대량의 주식을 안겨준 배경을 놓고 그 적법성 여부(주식 로비)도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박사가 캔젠을 매개로 저지른 비리 혐의는 비슷한 시기에 한국 금융감독 당국에도 포착됐다. 워싱턴에 있는 한국 금융감독원 파견관은 문 박사가 한·미 양국에 걸쳐 수년 동안 사업을 벌이면서 자행한 여러 비리 연루 의혹에  대한 현지 내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말부터 방대한 양의 정보 자료와 증인들을 국내 금감원 조사국으로 이첩해 조사했다. <시사IN>은 이번 미국 현지 추적 취재 과정에서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한·미 양국 수사기관에 이첩된 자료를 고스란히 입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 측의 조사는 아직 수면 아래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사할 내용이 방대한 데다 최근 들어 MS 방광암 재발 조기 진단 기술의 상용화 실험이 임상 3상 실험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돼 그 결과를 지켜본 뒤 수사의 폭과 방향을 잡기 위해서라는 것이 금감원 측의 귀띔이다. 문 박사의 잘못은 파악하고 있지만 시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대한 기다려주겠다는 뉘앙스가 아닐 수 없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캔젠 사 주식을 고가에 산 내·외국인 주주 명부(맨 위). 아래 오른쪽은 문 박사 측이 은행권을 상대로 3000억원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으키겠다며 작성한 투자계획서와 최근 문 박사가 평택시와 체결한 50만 평 개발 양해각서.  
 
그래서인지 안팎으로 옥죄어 들어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철소 박사는 최근까지도 서울과부산을 오가면서 각종 신규 사업을 맹렬하게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선 부산에서는 중앙동에 있는 17층짜리 옛 MBC 사옥을 사들여 캔젠타워라 명명했다. 캔젠타워는 (주)팜스코리아라는 관리회사를 두고 그의 처제인 한 아무개씨(한호선씨의 딸)를 사장으로 앉혔다. 문씨의 한 측근은 “닥터 문은 서울 코스닥 시장에서는 더 이상 자기 이름이 통하지 않아 돈을 끌어들이기 어렵다고 보고 부산을 거점으로 삼기 위해 캔젠타워 빌딩에 캔젠 휴먼소사이어티(CHS)라는 회사와 바이오 연구소를 입주시킬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들어 문철소 박사는 인천 송도신도시와 평택 국제자유무역지대를 상대로 야심찬 펀딩 작업에도 착수했다. 인천시를 통해 문씨의 ‘송도신도시 의료시설 및 호텔 건립 사업계획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이곳에 존스홉킨스 의대 병원을 유치한다는 목표로 약 3200억원의 은행권 자금을 끌어들인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이 문서를 들고 송도신도시 측의 의사를 타진하던 그는 인천시가 회의적으로 나오자 결국 지난 7월 송도신도시 대신 평택시를 상대로 비슷한 내용의 투자의향서(양해각서)를 제시해 전격 사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자가 입수한 양측의 양해각서에 따르면 평택시는 국제자유도시 부지 안에 약 16만 5천 제곱미터 부지를 제공해 문박사가 각종 투자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요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평택시청의 실무 책임자는 “문 박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맞다. 평택시는 문 박사의 아이템을 우선 추진 사업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 사업계획서를 문박사 측이 만들어오기로 해서 평택시가 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문 박사의 행적과 신분을 정확히 검증해보았느냐고 묻자 그는 “문 박사가 존스홉킨스 대학 종신교수로 지금도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서 따로 확인하지는 않았고, 그렇게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의향서를 체결했으니 문 박사가 작성한 사업계획서가 도착하면 조건과 내용을 조율해 최종 계약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사IN 취재 결과처럼 문박사의 행적과 사업 방식에 문제가 많다면 다시 검증절차를 철저히 거쳐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평택시의 입장이다. 문철소 박사의 ‘무모한 도박’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인 셈이다.
기자는 한 달여의 입체 취재 뒤에 문 박사가 서울에서 활동 중임을 확인하고 수 차례 전화와 문자 메세지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연락을 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의 법률 대리인인 김&장 법률사무소 담당 변호사에게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반론과 해명을 요청했지만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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