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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에서 격돌한 미국과 중국

올해 중국과 미국은 해상에서 자주 부딪쳤다. 미국은 영해가 아닌 곳을 항행하며 작전을 수행하지만, 중국은 이에 항의하며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했다. ‘폭풍 전야’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2018년 11월 26일 월요일 제5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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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말 남중국해에서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구축함 디케이터가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를 순찰하자 즉각 중국 군함이 출동해 해역을 떠나도록 경고했다. 양측 함선은 40m까지 근접했다. 무력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긴장이 고조된 순간이었다. 중국 국방부는 “미국은 남중국해 도서와 암초 부근 해역에 군함을 무단 진입시켜 중국 주권과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했다”라고 성명을 냈다. 반면 존 리처드슨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항행의 자유 작전’은 계속할 것이다. 미국은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세계 여러 곳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축함 한 대가 빚은 우발적 분쟁은 아니다.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 두 나라는 자주 부딪쳤다. 지난 3월 중국은 랴오닝 항공모함 전단을 타이완 해협에 보내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5월에는 남중국해 인공섬에 미사일을 배치하고 전략폭격기 H-6K 훈련을 실시했다. 그러자 미국은 남중국해 방향으로 전략폭격기 B-52를 출격시키고, 구축함과 순양함을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했다. 디케이터 함의 순찰 며칠 전에도 B-52 두 대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훈련을 했다. 미국이 F-16 예비 부품을 타이완에 판매할 수 있도록 승인하자 중국은 해군사령관의 방미와 미·중 외교 안보 대화를 취소했다.

ⓒU.S Navy
9월 말 미국 구축함 디케이터가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를 순찰하자 중국 군함이 출동했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타이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등이 맞닿아 있는 해역이다. 매해 5조3000억 달러 규모의 물류가 이동하는 해상교역 중심지다. 중국은 남중국해 한복판의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등 도서와 암초 주변 12해리(약 22㎞)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일부 주변국들은 이 해역을 중국의 영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2016년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 역시 같은 판결을 내렸다.

문제의 해역에 미국 군함이 진입하는 훈련이 ‘항행의 자유 작전(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s)’이다. 국제법 원칙에 따라 영해가 아닌 곳을 자유로이 항행하겠다는 게 작전 수행의 요지다. 오바마 정부는 2015년 10월부터 임기 동안 4차례 작전을 감행했고, 트럼프 정부는 그 빈도를 높이겠다고 천명했다. 중국은 거세게 항의하는 한편 몇몇 섬에 대공포와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했다.

지정학적 위치상 남중국해는 미국과 중국이 직접 맞부딪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중국 개혁·개방 이후 미·중 간 군사 대립이 격화된 사건은 크게 둘인데, 모두 이 해역과 인근 해상에서 벌어졌다. 1996년 타이완 해협 위기와 2001년 하이난 섬 사건이다. 타이완 해협 위기는 1996년 타이완 총통 선거와 맞물려 진행됐다. 후보자이자 현직 총통이었던 리덩후이가 공공연히 타이완 독립을 주장하자 중국은 선거 직전 타이완 해협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을 수행했다. 여기에 대응해 미국 클린턴 정부는 항공모함 인디펜던스, 니미츠를 비롯해 베트남전 뒤 최대 규모의 해군 집단을 타이완 인근에 출동시켰다. 양측은 타이완 총통 선거가 끝난 뒤 원위치로 복귀했다.

하이난 섬 사건은 2001년 4월1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이륙한 미국 EP-3 정찰기가 중국 J-8 전투기와 충돌한 사건이다. 이 충돌로 중국 전투기 조종사는 실종되고, 미국 정찰기는 하이난 섬 링수이 비행장에 불시착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두 비행기를 고의로 충돌시켰다고 주장하며 조종사를 비롯한 승무원 24명을 억류했다. 미국은 공해상에서 근접 비행을 감행한 중국 정부를 비판하며 인질을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미국에 사과를 요구했고 미국의 유감 표시를 받은 뒤 11일 만에야 인질을 풀어줬다. 정찰기는 2~3개월간 교섭 끝에 출국 조치됐다.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2009년 양국 항공기의 공중 충돌을 막기 위한 협정을 맺었으나 최근에도 남중국해에서는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근접 비행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Reuters
4월12일 중국은 남중국해 해상에서 열병식을 했다. 탄도미사일 구축함, 잠수함 등 군함 48척과 전투기 76대, 군인 1만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여 년 전 대립에 비춰볼 때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할까? ‘폭풍 전야’라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을 향한 미국의 새로운 태도가 양국 관계를 바꾸고 있다’는 기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미국과 중국의 소통 라인은 가장 절실할 때 도리어 폐쇄되고 있다. (중략) 이전에도 두 힘 사이 긴장감이 고조된 적은 있었지만 1996년 타이완 해협 사건이나 2001년 하이난 섬 사건 같은 위기 상황이 벌어진 경우에 한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그런 일촉즉발의 사건 없이도 올라간 긴장감이다. 양국 관계의 안전장치가 끊어졌기 때문에 미래의 돌풍은 더욱 무서울 것이다.”

물론 양국의 객관적 전력을 비교해보면 아직 꽤 큰 격차로 미국의 우세가 점쳐진다. 군사 분석 기관인 GFP(Global Fire-power)는 ‘2018 군사 연감’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1위, 중국을 3위로 꼽았다(26쪽 표 참조). 인구를 기반으로 한 병력이나 몇몇 재래 무기에서는 중국이 앞서지만, 공군은 미국의 절대 우위다. 무엇보다 현대전의 핵심인 항공모함 수가 중국은 1대인 반면, 미국은 20대에 달한다.

남중국해에서 실제 충돌 벌어진다면

그러나 실제 남중국해에서 충돌이 벌어진다면, 그 결과는 전력 차를 온전히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2016년 11월 미국 랜드 연구소는 미국과 중국이 타이완 해협·남중국해에서 해전·공중전·우주전쟁 등 9가지 전쟁을 벌일 경우를 각각 시뮬레이션했다. 미국은 사이버 전투 등 6개 분야에서 우위였으나 나머지는 중국과 호각이었다. 특히 타이완 해협이나 중국 본토의 공군기지를 둘러싼 전투에서는 중국이 승리한다고 나타나기도 했다. 랜드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군사기지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슷하게 관측하는 전문가들이 더 있다. 싱크탱크인 IISS(The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는 “2014년 이래 중국은 프랑스·독일·인도·이탈리아·한국·스페인 또는 타이완의 해군을 다 합친 것보다 톤수가 높은 함대를 발족했다”라고 지적했다. 물량뿐만 아니라 적의 선박을 가라앉히는 능력도 계속 향상되고 있다. 공군 전력 역시 중국의 미사일을 고려치 않을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가 인용한 CIA의 전직 중국 수석분석가 크리스토퍼 존슨의 평은 이렇다. “미국은 첫 며칠간은 항공 전투를 훌륭히 해낼 것이다. 그 뒤에는 모든 것을 일본으로 옮겨야 하고, 중국 본토를 충분히 타격할 수는 없다.” 즉, ‘초전박살’로 해안의 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수 없다면 미국은 꽤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은 우방과의 관계를 보험으로 삼는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인근 여러 국가와 해상전투 훈련을 정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인도와 군사정보 공유 협정을 체결하고 내년 육해공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오스트레일리아가 미국과 함께 파푸아뉴기니에 새 군사기지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의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역시 중국의 군사정보를 겨냥한다고 알려져 있다.

‘디케이터 함발(發) 위기’는 일단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11월13일 중국 국방부는 “1월19일부터 양국 육군은 난징에서 인도주의 재해구호 연합훈련을 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11월9일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미·중 외교안보 대화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남중국해를 둘러싼 양국 대립이 근본적으로 제거되었다고 보는 이는 드물다. 11월29일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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