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애플 본사에서 ‘디자인(design)’하지만 제조(made)되는 곳은 중국이다. 아이폰의 콘셉트를 만들고 설계하며 필요 부품을 가장 싸게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을 세계 곳곳에서 찾아 네트워크로 엮어낸다. 반도체는 한국과 일본, 카메라 모듈은 독일 기업에서 만들게 하는 식이다. 이런 부품들은 중국의 폭스콘 공장으로 실려가 완성품으로 조립된 뒤 다시 해외로 수출된다. 폭스콘은 타이완 업체다.

이처럼 세계 곳곳의 수많은 기업들이 엮여 서로 물품을 주고받는 관계를 ‘공급사슬(supply chain)’이라고 부른다. 이런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미국 기업들은 애플처럼 주로 두뇌 역할을 해왔다. 중국은 두뇌의 구상을 물리적으로 실현하는(제조하는) 손발과도 같았다. ‘중국 제조 2025’는, 중국이 손발뿐 아니라 두뇌까지 갖겠다는 선언이다. 미국은 중국의 손발까지 빼앗아버리겠다고 대응한다.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중국으로 집중된 ‘만드는’ 기능을 미국으로 옮기거나 다른 나라로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9월 말 캐나다, 멕시코와 타결한 새로운 자유무역협정(USMCA)과 올해 들어 시행 중인 개정 세제에서 그런 의도를 엿볼 수 있다.

ⓒAP Photo1월 멕시코, 캐나다, 미국 세 나라 통상 관료들이 새 자유무역협정 논의를 위해 만났다.

미국은 이번 협정문에 “회원국이 ‘비(非)시장경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다른 회원국들은 그 나라를 USMCA에서 배제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시장경제 지위(market economy status)’란, 해당국 정부가 수출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나라를 의미한다. 수출 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시장경제국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미국은 USMCA에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해버린 것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개정 세법은 미국 내에 생산기지를 둔 수출업체(미국 법인이든 다른 나라 기업이든)에 엄청난 세금 혜택을 부여한다. 수출 기업의 ‘해외 수익 가운데 무형자산 기여분(FDII: Foreign Derived Intangible Income)’에 대해 무려 37.5%의 공제를 해준다. 미국 국세청이 기발한 방법을 창안했다. 유형자산의 수익률을 10%로 간주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만 달러의 기계설비(유형자산)를 가진 기업이 수출로 2000달러의 해외 순수익을 올렸다면, 그중 1000달러(1만 달러의 10%)는 유형자산에서 창출된 것으로 쳐버린다. 해외 순수익 2000달러 가운데 ‘유형자산 기여분’이 1000달러라면 나머지 1000달러는 ‘무형자산 기여분(FDII)’이 된다. 이 1000달러에서 375달러(37.5%)를 빼면(공제하면), 과세소득은 625달러. 이에 법인세율(21%)을 적용하면, 세금은 131.25달러에 불과하다. 감세 폭이 너무 커서 EU가 “수출 보조금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할 정도다. 물론 이 개정 세제의 야망은 엄청난 세금 혜택으로 초국적 기업들(미국 법인이든 아니든)을 중국이 아니라 미국 영토 내로 유치하는 것이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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