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없는 중국 위안화
  • 이종태 기자
  • 호수 584
  • 승인 2018.11.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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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 조치를 취했지만 국경 간 거래에서 사용되는 통화 비중은 1%대에 머문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위안화의 존재감은 더욱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를 선언한 것은 2009년 7월이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위안화로 물건을 사거나 팔고, 금융상품에 투자하며, 세계경제가 어려워 다른 나라 돈의 가치가 위아래로 춤출 때 보유하기를 원하는 안정적 통화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마치 지금의 미국 달러화처럼.

그 이전까지 중국은, 외국인이 위안화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통제하는 나라였다.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 돈을 위안화로 쉽게 바꿀 수 있다면(예컨대 미국 달러로 위안을 자유롭게 매입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국을 투기 대상으로 삼아 모처럼 쌓아올린 경제 기반을 삽시간에 허물지도 모른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기업에 물품 대금을 줄 때 반드시 달러로 결제해야 했다. 위안화가 외국으로 흘러나갈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외국인들은 위안화를 빌릴 수 없었다. 위안화로 가격이 표시된 중국 기업 주식이나 채권을 살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AP Photo2009년 7월, 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를 선언했다. 위는 위안화를 세고 있는 한 중국 은행원.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프로젝트에 따라 세계적으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기대는 중국이 경제 개방 및 자유화를 더욱 심화하리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후 중국 당국은 국내외 기업들이 위안화로 무역 결제를 하도록 장려했다. 해외 금융기관들은 중국 정부의 심사를 거친 뒤 필요한 만큼 위안화를 매입해서 이 나라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등 수십 개 국가와 ‘통화 스와프’ 계약을 통해 해당국의 중앙은행이 위안화를 보유하게 만들었다. 의도적으로 위안화를 해외로 내보낸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위안화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투자할 금융상품이 없다면 그 돈을 쓸 수 없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외국인들이 위안화로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일부러 만들었다. 국유 기업 주식의 일부를 외국인들이 살 수 있게끔 했다. 심지어 해외 금융 중심지들에서 그쪽 투자자가 중국 당국과 무관하게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을 만들어 거래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오프쇼어 위안화 시장). 일각에서는 위안화 국제화 프로젝트에 대해 중국이 글로벌 패권 야욕을 드러낸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이로부터 9년이 흘렀다. 위안화 국제화의 성과는 어떨까? 2018년 1월 나온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 보고서에 따르면, ‘괄목상대’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국경 간 거래에서 사용되는 통화 비중을 살펴보면, 2015년 12월 현재 위안화는 1.6%에 불과하다. 미국 달러와 EU 유로의 비중은 각각 47.87%와 29.75%에 이른다. 2년 뒤인 2017년 12월 현재, 위안화의 비중은 0.98%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같은 시기, 달러는 41.27%, 유로는 39.45%다.

위안화의 존재감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더욱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다. 무역전쟁으로 대미(對美) 수출이 줄어들면, 그만큼 위안화에 대한 수요가 축소되면서 통화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에 묻힌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위안화의 가치 하락을 부추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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