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숙씨(42)는 ‘노란봉투’를 보고 노란 월급봉투를 떠올렸다. 경리부 직원으로 십수 년간 월급봉투를 다뤘기 때문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님. 금액 ×××××××원.” 그녀의 업무는 노란봉투에 돈을 넣고 이 문구를 눌러 쓰는 일이었다. 본인 월급도 아니지만 그때도 그녀는 설레었다. 하지만 이씨는 이제 노란봉투 기부자들이 남긴 댓글을 보면서 그때보다 훨씬 가슴이 뛴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청구된 47억원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동생 이숙연씨(35)는 쌍용차 해고자 김승호씨(43)의 아내다.

동생 부부는 결혼 8년 만에 쌍둥이를 낳았다. 그토록 기다리던 아이었으나 김승호씨는 4개월 된 쌍둥이를 두고 평택 쌍용차 공장에서 농성에 들어가야 했다. 동생과 함께 쌍둥이를 유모차에 태워 김승호씨에게 데려간 적도 많다. “완전 전쟁터였어요. 아저씨들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경찰이 들어올까 밤새도록 공장을 지켰어요. 지금도 저는 동생한테 쌍용차 얘기 아예 안 꺼내요. 그때 생각하면 눈물 나서.” 제부 김승호씨는 낮에는 공사판에서 일용직 인부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며 쌍둥이를 키웠다.
 

이재숙씨(오른쪽)가 쌍둥이 조카와 놀이 중이다. 쌍둥이는 쌍용차 해고자의 자녀다.


이재숙씨는 동생에게 알리지 않고 4만7000원을 기부했다.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가 동생 마음을 또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돈을 보낼 때는 동생 가족 생각에 울컥했지만 댓글을 보며 큰 힘을 얻었다. 그녀는 “제부가 농성할 때 동생이 많이 울었어요. 그때도 동생에게 쌍용차 노조를 돕기 위해 모인 작은 정성들을 보며 힘내자고 했는데, 지금은 수많은 댓글을 보며 제가 힘을 얻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기부자들이 남긴 댓글을 거의 다 읽었다.

이씨는 직장 동료들에게도 틈만 나면 노란봉투를 알리고 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마다 가족인 나만 공감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돼요. 어떻게 보면 남의 일인데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에 감동했습니다.”


1년 해직 공무원 생활을 했습니다. 그것도 힘들었는데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황시영(53)

남편(이용마 MBC 해직 기자)이 해고됐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작은 참여로 해고 노동자를 도울 수 있어서 기쁩니다. 주위에 많이 알리려고요.
-김수영(42)

 

 

2011년부터 회사와 해임무효 확인소송을 통해 싸우고 있습니다. 쌍용차 문제가 남 일 같지 않아 기부했습니다.
-유병린(45)

 

 

 

기자명 이규정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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