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의 시작, 배춘환씨의 편지는 ‘가족’의 이름으로 배송되었다. 배씨의 편지에 대한 응답일까. ‘노란봉투 프로젝트’에도 가족 단위 기부가 유달리 많다. 기부자들은 하나같이 ‘우리 아이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서울시 성북구에 사는 반현정씨(37)는 〈시사IN〉에서 배씨의 편지를 읽자마자 모금 페이지가 열리길 기다렸다. 워킹맘인 반씨는 “나도 노동자로 살고 있고, 내 아이도 노동자가 될 것이다. 남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반씨는 손배가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해고는 가족을 파괴한다. 가족은 공동체의 시작이다. 아이들이 주눅 들지 않게, 아이들을 위한 곳에 먼저 쓰였으면 좋겠다.”

이재호씨(오른쪽)의 두 아들은 노란봉투에 대해 설명해주자 용돈을 흔쾌히 내놨다.
강원도 춘천에서 노란봉투를 보내온 이재호씨(46)네는 아이들이 직접 기부에 동참했다. 〈시사IN〉 지면을 통해 배씨의 편지를 접한 이씨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에게 참여를 제안했다. 일주일에 용돈 2000원을 받는 두 아들은 흔쾌히 지갑에서 1만원짜리 지폐를 꺼냈다. 이씨는 ‘노란봉투 프로젝트’가 ‘안녕들 하십니까’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다들 생각하고 있던 것, 계기를 기다려왔던 것을 건드린 듯하다. 모두에게 분출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

친구나 연인끼리 함께하는 기부도 이어졌다. 9년차 연인 남지혜(27)·김주형씨(31) 커플도 함께 4만7000원을 모았다. 평소 사회 이슈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는 두 사람은 모금 추이를 지켜보며 “되겠다”라는 확신을 얻었다. 대학생 유서영씨(가명·22)도 마음 맞는 친구들과 십시일반했다. 유씨는 “학생 처지에서 4만7000원이 부담되는 금액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럿이서 함께하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기부하면서 모금 홈페이지에 “그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을, 어느 가정의 아버지·어머니인 손배소 노동자분들께 4만7000원을 전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두 딸아이의 간식을 넉넉히 살 수 있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기꺼이 기쁘고 또 슬픈 마음으로 보냅니다. 당장 내 고통이 아니라 무심했던 저 자신을 반성하고 부끄럽게 여깁니다.
서연&서준 엄마

아들이 명절 때나 어린이날 용돈을 많이 받으면 아름다운재단에 기부를 했는데요, 이번에는 노란봉투에 기부하겠다네요. 아이들 모두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익명의 기부자

이제 30개월 된 딸아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생기면서 조금씩 사회를 보게 되었습니다. 내 아이가 조금은 더 상식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힘내세요!!!
익명의 기부자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