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화씨(57)는 2학년 3반 김빛나라 학생의 엄마다.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뭐든지 나서서 하고 흥이 많아 춤을 잘 추는 사람이었던 김정화씨는 2014년 이후 춤을 춘 적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 딸을 천국에서 만날 날을 위해 예전보다 더 잘 살아가기로 했고, 자신을 다시 찾는 중이다.
“이제 겨우 화장을 해요. 이젠 우리 빛나라도 늙어서 짜글짜글한 엄마보다는 좀 더 예쁘고 빛나는 엄마를 원하겠단 생각이 들어서요. 오늘 인터뷰한다고 하니까, 작은딸이 ‘너무 힘들어 보이지 말고 10년 전보다 잘 살고 있는 모습 보여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성스레 화장을 해봤습니다. 가장 최근에 빛나라가 나온 꿈에서 원래 긴 머리였던 애가 단발머리로 톡 잘라서 나타났어요. 파란 줄무늬 체크 남방을 입고 성인이 된 모습으로 저를 보면서 편안하게 웃는 거예요. 나중에 천국에서 딸을 만나면, ‘엄마 잘 하고 왔어’란 말을 듣고 싶어서 예전보다 더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온마음센터에서 피아노를 배워 교회에서 반주를 하기 시작했고,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어요. 요즘은 내가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이렇게 말해요. 딸이 천국에도 하나 있고, 여기 땅에도 하나(작은딸) 있다고요.
초반에 안산시 복지관에서 반찬이나 김장도 가져다주고 많이 도와줬어요. 그때는 고마운 걸 몰랐어요. 자식을 잃었는데 이런 것들이 뭔 소용이냐 싶었죠. 아무리 위로해줘도 위로가 안 되고요. 샤워할 때가 제일 좋았어요, 맘껏 울 수 있으니까요. 사는 게 당연하지 않던 때였죠. 작은딸이랑 저는 초반에 어디를 가든 빛나라 얘길 했어요. 빛나라하고 여기 식당 갔었지, 언니가 저기 버스정류장에서 자주 앉아 있었지 하면서 많이 울었죠. 그렇게 하면서 작은딸이랑 저는 빛나라를 잘 보내준 것 같아요. 그런데 남편은 아직인가 봐요. 남편이랑은 빛나라 이야기를 전혀 안 해요. 딸이 사고 당시 아빠한테 전화해서 무섭다며 구해달라고 했는데, 그때 아빠가 ‘시키는 대로만 잘 하면 된다’고 말했던 게 지금까지 죄책감이 너무 큰가 봐요. 여전히 많이 힘들어해요.
이제 저희도 자식 잃은 마음을 알아요. 5·18, 해병대캠프 유가족들께 너무 미안했어요. 그때 그 엄마들이 어땠을까 하고요. 이태원 참사는 더 마음이 아프죠. 우리 유가족들이 전부 힘을 합쳐야 하는 그런 때가 온 게 아닌가 싶어요. 4월16일이 지나면 이태원 참사 가족들을 뵙고 싶어요. 위로의 말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대신 꼭 같이 밥 한번 먹자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목구멍에 밥도 안 넘어갈 때, 아무 말 않고 밥을 사주고, 옆에 와서 같이 먹어준 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리고 이제는 우리 세월호 참사 당사자 모두가 불행하지 않고, 이전보다 마음이 더 좋아지고 더 나은 삶을 같이 살아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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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시민상주 정기열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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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소 기자
정기열씨(57)는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에서 10년째 활동하고 있다. 이 모임은 2014년 6월에 결성됐다. 3년 후 탈상이 목표였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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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4반 권오천 학생의 형 권오현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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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소 기자
권오현씨(38)는 세월호 참사로 막내동생 오천씨를 잃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년도 되지 않았을 때다. 참사 이후 진상규명을 위한 일이라면 무조건 했고, 전국을 돌며 간담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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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학생을 위한 공간 ‘쉼표’의 라은영 활동가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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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기자
문화예술 단체에서 예술교육과 문화예술 기획자로 일하던 라은영씨(56)는 세월호 생존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그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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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 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 유가족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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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영 기자
2013년 7월18일,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로 병영체험을 갔던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198명 가운데 5명이 파도에 휩쓸려 희생됐다. 안전대책도 없이 돈벌이 수단으로 운영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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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 최성림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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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소 기자
중국집 ‘대륙포차’ 사장 최성림씨(41)가 요리할 때 쓰는 모자에는 세월호 리본 스티커가 붙어 있다. 2018년에 목포신항에서 받은 스티커다. 2005년에 중국 옌볜을 떠나 한국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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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5반 박성호 학생 누나 박보나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90]
2학년 5반 박성호 학생 누나 박보나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90]
박미소 기자
박보나씨(30)는 2학년 5반 박성호 학생의 큰누나다. 2016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순례자들에게 노란 리본을 나눠주고, 2019년 세월호 형제자매들과 함께 간 독일 추모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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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9반 임세희 학생 아빠 임종호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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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소 기자
2학년 9반 임세희 학생의 아빠 임종호씨(53)는 참사 초기 진도체육관에 여러 달을 머물렀다. 수색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미수습자 가족들과 함께 바지선으로 갔다. 집회에 나가서 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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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어떻게 하겠는데 기억은 안 잊히네요” [세월호 1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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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익 기자
황병주씨(65)는 베테랑 잠수사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이미 산업 잠수사 경력이 30년에 이르렀다. 2014년 4월20일 첫 잠수를 시작해 7월7일까지 세월호에 있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