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시민상주 정기열씨. ⓒ시사IN 박미소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시민상주 정기열씨. ⓒ시사IN 박미소

정기열씨(57)는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에서 10년째 활동하고 있다. 이 모임은 2014년 6월에 결성됐다. 3년 후 탈상이 목표였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지금까지 이어졌다. 광주법원으로 재판을 방청하러 온 유가족들을 위해 법원 앞에서 200여 명이 늘어서 사람띠를 만들었던 ‘진실마중 사람띠 잇기’, 유가족이 나무 십자가를 짊어지고 단원고에서 팽목항, 다시 대전을 향해 걸었던 ‘십자가 순례’를 함께했다. 지금은 금호, 운천 마을에서 매주 월·화요일에 촛불모임을 열고, 3~4개월에 한 번씩 팽목항 부둣가의 깃발이나 현수막을 교체한다.

“일단 유가족들이 힘이 있어야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을 향한 모든 활동을 해낼 수 있으니, 곁에서 우리가 무조건 힘이 되어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처음엔 400명 정도였고 지금은 280명 정도 남았습니다. 활동하시는 분 중에 엄마, 아빠들이 많아요. 제 큰아이도 1997년생이고요. 동병상련의 공감대가 있죠. 5·18 유가족들이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오는 모습을 봐와서 그런지, 광주만의 특수성도 있는 것 같아요. 조직 구조 차원에서 보면, 대표가 없는데요. 어떤 행사가 있으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행사를 이끌어가요. 모임 안에 시민단체 활동가도 많지만, 직책을 떼고 개인 자격으로 활동하는 게 원칙이에요. 그렇게 10년을 이어왔어요.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을 대할 때 바뀐 부분이 있어요. 가톨릭 스카우트 지도자로 봉사를 해왔는데요. 여학생들은 화장도 하고 많이 꾸미잖아요. 스카우트 안에서는 그게 일탈로 보이기도 해서 제재를 많이 했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아이들에게는 그때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통제하는 게 아니라 그 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가만히 바라봐주자고 생각을 바꾸게 됐어요.

10년이 지났어요.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을 보면, 세월호 참사 유가족분들과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해요. 마음이 아파요.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흘러서 그렇겠죠. 그래서 저희 모임에서는 사회적참사조사위원회의 종합 보고서를 공부하고 있어요. 민간 차원에서라도 다시 분석하고 조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꼭 하고 싶은 말은요, 주변에 세월호 관련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로 알아요. 10년을 기점으로, 이들이 주저하는 마음을 허물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이끌어줄 만한 분들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정기열씨는 참사 초기에 만들어진 가죽 소재의 세월호 리본을 목걸이에 매달고 다닌다. ⓒ시사IN 박미소
정기열씨는 참사 초기에 만들어진 가죽 소재의 세월호 리본을 목걸이에 매달고 다닌다. ⓒ시사IN 박미소

 

기자명 박미소 기자 다른기사 보기 psalms27@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