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18일,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로 병영체험을 갔던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198명 가운데 5명이 파도에 휩쓸려 희생됐다. 안전대책도 없이 돈벌이 수단으로 운영되던 영업장과 부실한 감시기관, 학교의 무리한 체험 프로그램 강행 등이 빚어낸 참사였다. 이후 학교에서는 매년 7월18일 재학생들이 모여 참사의 교훈을 새기는 추모식을 열고 있다. 유가족들은 장학회를 만들어 1년에 한 번 학생 5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 또 학교에 추모 카페 ‘다섯손가락’이, 충남교육청 안전수련원에 ‘학생안전체험관’이 건립됐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유가족들이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였다. ‘7·18 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구 태안 사설해병대캠프 참사) 유가족 대표이자 고 이병학 군의 아버지인 이후식씨(56)와 이 군의 어머니 박지원씨(55)는 참사 피해자로서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단지 해병대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유스호스텔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5개월쯤 진행했을 때 세월호 참사가 났어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죠. 저희도 현장에 가기 전 들은 것과 실제로 본 장면은 너무 달랐으니까요. 진도체육관에 가니, 피난민처럼 모여 있더라고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도 만났어요. 추후 법적으로 초동수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가족들끼리 뭉쳐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그 이후에도 일곱 차례 진도에 내려갔고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 국민들 마음속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죠. 그 변화의 물결이 대통령 탄핵까지 갔다고 봐요. 하지만 현 정부를 보면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를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하고 있어요. 참사가 반복되는 것도 무섭지만, 변한 게 없는 정부를 보는 게 사실은 더 무서워요.
결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바뀌어야 해요. 유가족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진상규명 약속을 받아내려는 이유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그들은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참사는 늘 우리 주위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왜 권력자들의 자녀는 거기에 속하지 않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내가 느끼고 있는 고통을 상대도 느끼길 바라는 게 자연스러운 인간의 마음이거든요. 사회가 바뀌려면 권력자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들은 참사 유가족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아들을 잃기 전까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이 있었어요. 내가 열심히 살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고 믿었어요. 돈을 벌기 위해 바쁘게 살았지만, 행복했어요. 두 아이가 공부를 잘했고 가정이 화목했으니까요. 정말이지 대통령도 부럽지 않았어요. 참사를 겪으면서 삶이 다 무너져버린 거예요. 저는 생업을 중단하고 2년6개월을 싸웠어요. 병학이 할아버지는 건강이 안 좋아졌고, 아내도 힘들어했어요. 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내가 해야 할 마지막 숙제다 생각하고 10년 넘게 한길을 걸어왔어요.
참사를 경험한 유가족들은 자신만 생각하지 않아요. 세월호 참사 전(2013년 11월)에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 등 여러 참사의 유가족들이 모여서 ‘재난안전가족협의회’를 만든 적이 있어요. 10년이 지나서(2023년 12월) 세월호 참사를 포함해 8개 참사 유가족이 모인 ‘전국재난참사피해자가족연대’가 발족됐어요. 참사를 막고 피해자를 돕기 위해 우리가 경험한 것들을 공유하고, 관련 매뉴얼을 만들고, 필요할 때 연대하는 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어요. 앞으로 다 같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답보 상태에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바꿔보려고 해요.” (이후식씨)
“자식이 죽으면 부모 가슴에 평생 묻는다고 하잖아요. 그 마음은 평생 가는 것 같아요. 우리는 어떤 참사가 일어났다고 들으면 가슴이 부들부들 떨려요. 경험하지 못한 분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세월호 참사도 잊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하는데, 죽기 전까지 잊을 수가 없죠. 좋은 날에도 좋은 감정만 드는 게 아니라, 슬픈 감정이 올라와요. 겉으로 표현을 못할 뿐이죠. 참사 유가족들끼리는 서로 공감해줄 수 있어요.” (박지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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