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파운드리) 부문에서 세계 1위인 타이완 TSMC가 2024년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의 현지 공장 가동을 늦추기로 했다. TSMC가 반도체 생산 일정을 연기한 이유는 미국 현지에서 숙련된 노동자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활성화하는 데 박차를 가해온 바이든 행정부에겐 무척 실망스러운 상황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금도 반도체 공급망의 가장 부가가치 높은 부문(설계, 팹리스, 반도체 제조 장비)에서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제조되는 반도체 규모(글로벌 생산 대비)는 1990년의 40%에서 지난해 12%로 쪼그라든 상태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글로벌 차원에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의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량 증가를 사실상 국정과제로 삼고 지난해 8월엔 ‘반도체 칩과 과학법(The US CHIPS and Science Act)을 제정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5년 동안 반도체 제조 및 기초과학 연구에 2800억 달러를 지출할 수 있다. 그중 520억 달러는 미국 내에서 첨단 반도체 및 제조 장비를 생산하는 국내외 기업에 지불할 보조금, 법인세 감면, 연구개발 지원 등으로 사용된다. 미국 내로 반도체 제조 부문(파운드리)을 유치하겠다는 의도다.
TSMC, 올해 매출 10% 하락 예상
TSMC는 지난 7월20일 실적 발표에서 2023년 2분기(3~6월)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약 23% 감소한 1818억 대만 달러(58억 달러, 45억 파운드)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둔화로 인해 올해 매출이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첨단 반도체 생산은 당초 계획보다 1년 뒤인 2025년부터 시작된다. “반도체급 공장에 장비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노동자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리우 회장은 말했다. 또한 TSMC가 “대만의 숙련 기술자들을 미국으로 파견해 현지 노동자들을 교육하는 등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2곳을 건설하겠다고 처음 밝힌 것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20년 4월이다. 지난해엔 이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당초 계획의 3배 이상인 400억 달러(311억 파운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한 공장은 2024년, 다른 공장은 2026년부터 가동될 예정이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운영 중인 반도체 공장 2곳 이외에 테일러에도 170억 달러를 투입해 파운드리를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제조의 마무리 공정인 첨단 패키징 공장을 미국에 세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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