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기술 포위망’에 대한 본격적 맞대응 조치를 개시했다. 7월3일, 중국 상무부는 오는 8월1일부터 자국의 안보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갈륨 제품 8개와 게르마늄 제품 6개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들어 본격화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이미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자국 기업들에게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제품을 매입하지 말라고 명령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갈륨, 게르마늄의 수출통제가 훨씬 강하고 광범위한 보복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갈륨 생산의 80% 게르마늄의 60% 차지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통신 장비, 태양광 패널, 전기차 등 이른바 최첨단 제품의 생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금속이다. EU에 따르면, 중국은 갈륨의 글로벌 생산 가운데 80%, 게르마늄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7월4일)이 중국 매체 〈차이신〉을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두 금속의 수입국들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 대중 ‘기술 포위망’에 참여한 나라들이다. 중국 갈륨 제품의 최대 수입국은 일본, 독일, 네덜란드다. 게르마늄 제품에서는 일본, 프랑스, 독일, 미국이 상위 수입국이다. 미국은 대중 기술 포위망을 주도하는 국가다. 올해 들어 시행한 수출규제 조치를 더욱 확대·강화하고 대중 투자도 제한하는 조치로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제한할 예정이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미국과의 협의 하에 오는 8월까지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 규제를 크게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중국의 갈륨, 게르마늄 수출통제 발표는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REUTERS
중국의 갈륨, 게르마늄 수출통제 발표는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REUTERS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에 제조 시설을 보유한 미국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 AXT는 현지 자회사 통메이가 갈륨, 게르마늄 등을 계속 수출할 수 있는 허가를 즉시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자사의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또한 중국에 본사를 둔 게르마늄 생산업체의 한 관리자는 유럽, 일본, 미국 바이어들로부터 ‘수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제품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문의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두 제품의 가격도 하루 사이 크게 올랐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 가능성

수출통제가 시행된 이후 중국 내 업체들이 제품을 수출하려면 해외의 수입업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상무부에 제출한 뒤 허가를 기다려야 한다. 허가가 나올 수도 있지만, 해외 업체들로서는 엄청난 불확실성에 시달리면서 비즈니스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이외에도 수많은 첨단 산업용 금속의 산지다.

중국의 이번 수출통제 발표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방중을 불과 사흘 앞두고 감행되었다. 옐런 방중을 앞두고 미·중 경제 관계 개선을 전망하는 희망 섞인 기대가 조성되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움직임은, 양국 간 무역전쟁 격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혼란에 휩싸이게 될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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