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월19일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덕담을 나눴다. 그러나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해 온 미국의 수출 규제, 타이완 문제 등에서는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방송인 CCTV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0여 분간 이어진 두 사람의 대화에서 시진핑 주석은 예전부터 주장해 온 미‧중 관계의 대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패권국가의 지위를) 대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도 중국을 존중하고 중국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시 주석은 “양국이 특정 문제들에서 합의를 이뤄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만나 3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AP Photo
6월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만나 3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AP Photo

블링컨 장관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기에 앞서 중국 외교의 최고 책임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왕 위원은 블링컨 장관에게, 미국이 “깊이 반성하고” “전략적 돌발사태(strategic surprises)를 피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왕 위원은 또한 양국이 “대화와 대결, 협력과 갈등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라며, 대중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중국 위협론’의 과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왕이, “대화냐, 대결이냐?”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 측은 블링컨과 왕이가 “솔직하고 생산적”으로 토론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날카로운 설전의 완곡한 표현일 수 있다.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은 왕이의 불만에 대응하기보다 “경쟁이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열린 소통 채널을 통해 양국 간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에게 중요한 것은 중국의 불만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관리다.

〈워싱턴포스트〉(6월19일)는 이번 회동에서 ‘고위급 커뮤니케이션 재건’ ‘우려 사항 공론화’ ‘협력 분야 탐색’ 등 세 가지 주요 목표에서 진전을 이뤄냈다는, 국무부 고위 관리의 평가를 소개했다. 블링컨의 이번 방중에 따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과 지나 라이몬도 상무부 장관, 존 케리 기후 특사 등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 양국 간 상업용 항공편의 증설, 미국 워싱턴에서 실무급 회의 개최 등을 합의한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그러나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군사 지원’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남중국해와 타이완 해협 긴장’ 등 핵심 현안에 대해선 양국 사이에 어떤 합의나 해법이 나왔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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