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월18일(현지 시각) 아침, 미 공군기로 중국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다.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지난 2018년 11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이후) 무려 5년 만에 이루어진 중국 방문이다. 블링컨의 방중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만난 지난해 11월의 인도네시아 발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당시 약속되었다. 그러나 지난 2월 중국 정찰용 풍선(중국은 기상 관측용이라고 주장)의 미국 영공 침범 및 격추로 취소되었다가 이번에 비로소 성사되었다.
로이터통신(6월18일)에 따르면,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 경내에서 블링컨 일행을 맞이했다. 회의실로 들어간 블링컨과 친강은 본격적 대화가 개시되기 전 잠시 출입이 허용된 기자들 앞에선 침묵을 지켰다.
미국, "중국의 우려는 인정하지만..."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행 공군기에 오르기 직전의 기자회견에서 ▲위기관리 메커니즘 세팅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이익 제고 ▲미-중 간 잠재적 협력 영역 탐색 등을 방중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 정부로선 자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관철하는 동시에 이와 관련된 위기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양국 간 가장 뜨거운 현안인 무역에서도 그렇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고율의 관세를 그대로 유지해왔다. 이에 더해 미국 및 동맹국들에서 제조된 첨단 반도체 및 제조 장비들의 대(對) 중국 수출을 강도 높게 규제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중국은 자국의 주요 기업들이 미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의 제품을 매입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것으로 맞섰다. 중국이 미국에 바라는 것은 관세율 및 수출 규제 완화다. 그러나 이에 관한 한 미국의 입장은 완강하다.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블링컨의 방중 직전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우려를 인정하지만,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수행한 일과 앞으로 시행할 조치를 중국 측에 설명하고 방어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부문에서 양국의 타협은 결코 쉽지 않다.
양국 모두 양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뜨거운 현안이 있다. 남중국해와 타이완 해협에서 발생 가능한 무력 충돌이다. 이 지역들에 대해 중국은 영유권을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어떤 나라든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는 공해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주기적으로 정찰기 및 군함을 남중국해와 타이완 해협으로 통과시키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자국 전투기를 이 해역 상공의 미 해군 정찰기로 바짝 근접시키는 ‘위협 비행’을 감행했다. 최근엔 타이완 해협에서 중국 군함이 미 군함의 항로를 가로지르며 충돌 사태로 이어질 뻔했다. 자칫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과 ‘군사 대 군사’ 채널을 복원하려 시도해왔으나 중국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중국으로선 미국 정찰기나 군함이 이 해역을 안심하고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자국에 이롭다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한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나 자금 제공을 삼가기를 원한다.
이번 블링컨의 방중, 외교적 성과는 미지수
타협이 어려운 및 무역 및 군사 부문과 별도로, 미국 측이 중국의 협력을 비교적 용이하게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타진하는 부문도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성분의 수출을 규제해달라고 중국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로 생산되지만, 최근엔 마약으로 오용되면서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미국에선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률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양국 간 상업용 항공편 증설, 중국에 억류된 미국 시민권자 석방 등도 미국의 관심사다. 그러나 중국이 여러 현안들을 ‘협력 불가능한 부문’과 ‘협력 가능한 부문’으로 깔끔하게 가른 뒤, 전자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자는 흔쾌히 처리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틀(6월18~6월19일) 동안의 방중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 이외에도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시진핑 국가주석 등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번 만남 자체에 큰 외교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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