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기업의 2/3 이상이 중국 수출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에 위기의식을 느끼거나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26일, 한국은행은 전국 34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출기업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중국의 ‘리오프닝’ 및 공급망 리스크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 방안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5월11일에서 31일 사이에 시행되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는 어느 정도?

이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리오프닝이 한국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 대상 업체의 46.3%가 ‘긍정적’, 49.5%는 ‘영향 없음’을 선택했다. 산업별로 보면 석유화학, 철강, 휴대전화 및 부품, 기계류, 반도체, 자동차 및 부품 등에서는 업체의 과반수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조선,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정보기기 등에서는 과반수가 ‘영향 없음’을 선택했다. 심지어 조선 부문에서는 ‘부정적’이라는 반응까지 보였는데, 이는 주로 (중국 업체들의 수요 증가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 출처:한국은행
중국의 리오프닝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 출처:한국은행

조사 대상 업체의 56.3%는 대중 수출이 중국의 봉쇄 조치(2022년 3월) 이전 수준으로 이미 회복하였거나 올해 내에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이후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은 31.0%였으며, ‘완전 회복이 어렵다’는 응답도 12.7%를 차지했다. 다만 이미 대(對)중국 수출 실적이 회복된 업체들의 경우, 그 시점이 리오프닝 이전인 2022년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리오프닝 자체가 국내 수출기업들에게 미친 긍정적 효과는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자국산’ 매입이 늘어나는 이유

대중 수출의 회복이 지체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 기업과 주민들이 자국산 중간재 및 소비재를 구입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기업들은 이 현상의 원인을 뭐라고 생각할까? 한국은행은 조사 대상 업체들에 ‘중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중국제품 기술력 향상’ ‘중국의 자국산 제품 선호 경향’ 등 여러 원인을 제시하며 1, 2, 3순위로 뽑게 했다. 1순위로는 ‘중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압도적으로 높게(63.7%) 나타났다. ‘기술력 향상’과 ‘자국산 제품 선호’는 각각 24.7%, 7.4%에 불과했다. 그러나 1, 2, 3순위 응답 전체를 보면, ‘기술력 향상(34.0%)’이 ‘자국 우선주의(33.8%)’ 및 ‘자국산 제품 선호(30.3%)’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기술력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징후다.

중국의 자국산 중간재, 소비재 자급률 상승 요인. 출처:한국은행
중국의 자국산 중간재, 소비재 자급률 상승 요인. 출처:한국은행

실제로 조사 대상 업체의 76.0%가 중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거나 걱정스럽다’고 응답했다. 산업별로는 석유화학을 제외한 모든 산업에서 과반수의 응답 업체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이차전지, 석유화학, 정보기기, 자동차 및 부품 업체 부문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이미 국내 기술 수준을 앞서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들이 (그 비중은 1% 이하지만) 일부 존재했다.

1~4월 재화 수출 실적, 지난해보다 12.8% 감소

한편 미국·유럽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이미 조사 대상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중 41.4%는 3/4분기 이후 수출에 ‘다소 부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정보기기 등은 주로 미국·유럽의 반도체 지원법, 철강·조선 등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 이차전지·자동차 및 부품 등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부터 이미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거나 향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상품수지(2022년 1월~2023년 4월). 출처:한국은행
상품수지(2022년 1월~2023년 4월). 출처:한국은행

지난 1~4월, 한국의 재화 수출은 모두 204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1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상품수지는 92억7000만 달러의 누적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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