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가 되는 것은 골드만삭스가 이번 투자에서 페이스북의 가치를 500억 달러(약 56조원) 규모로 평가했다는 것. 이 뉴스를 전하는 미국 언론들은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가 연간 70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시가총액과 맞먹는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의 가치는 한국 코스피(KOSPI) 증권시장에 들어오면 시가총액 2위인 포스코(43조원)를 제치고 단박에 한국 2위의 기업이 되는 규모다.
당연히 거품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뉴스를 보면서 나는 10여 년 전의 닷컴버블 당시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인터넷 슈퍼마켓을 비즈니스 모델로 내건 웹밴 등 수많은 닷컴회사가 천문학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엄청난 투자를 받고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인터넷 거품 붕괴와 더불어 결국 문을 닫고 사람들의 기억 뒤로 사라졌다.
미국에서도 많은 이가 이런 사례를 빗대어 ‘페이스북은 거품이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를 통해 공개된 페이스북의 재무자료는 이 같은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자료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10년 3분기까지 9개월간 12억 달러 매출에 3억5500만 달러의 순익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조 단위 매출과 30%의 높은 이익률을 기록 중인 건실한 회사인 것.
한국 인터넷 업계의 최강자 NHN(네이버)과 비교하면 더욱 이해하기 쉽다. 같은 기간 NHN은 대략 매출 1조원에 세후 이익 3600억원가량을 올렸다. 환율을 감안하면 페이스북은 NHN보다 매출은 더 높고 이익은 비슷한 수준이다. 시가총액이 11조원에 가까운 NHN은 한국에서만 1위이지만, 페이스북은 이미 세계 5억 인구가 쓰고 있어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는 세계를 정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저명한 미디어 비평가인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최근 “페이스북 붐은 사그라질 것이다”라는 글을 CNN에 기고했다. 페이스북은 지금 정점을 찍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마이스페이스가 그랬듯이 모든 SNS는 유행을 탄 뒤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어 있다.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이 산 뒤 마이스페이스가 하락세를 기록했듯이 골드만삭스의 투자는 페이스북 하락의 신호다”라고 주장한다.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이도 많다.
돈 챙기고 열정 잃으면 내리막길 걸을 것
어쨌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 투자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골드만삭스가 개인투자자의 경우 최소 200만 달러 투자에 2013년까지는 주식을 절대 되팔 수 없다는 엄격한 조건을 내걸었는데도 투자 문의가 넘쳐나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흥망성쇠는 결국 27세의 젊은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주커버그에 달려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가 마이스페이스 창업자처럼 돈을 챙긴 뒤 열정을 잃어버린다면 페이스북은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기업공개(IPO) 이후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처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처럼 계속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으로 임한다면 지구촌의 페이스북 열기는 계속될 것이다.
나는 기업공개 이후에도 그의 열정이 계속된다는 쪽에 건다. 그렇게 된다면 페이스북은 56조원 가치가 아니라 100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회사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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