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간 나오토 내각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간 총리가 연평도 포격 사태를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국회에서 한 답변 △국내 치안을 총괄하는 오카자키 도미코 국가 공안위원장이 사태가 발생한 11월23일 종일 등청하지 않았다는 사실 △일본 정부의 대북 비난 성명이 미국보다 3시간이나 늦게 나왔다는 점 등을 국회에서 집중 추궁했다.

간 총리는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자 전 각료에게 한·미 연합훈련이 벌어지는 11월28일~12월1일 나흘 동안 도쿄를 비우지 말고,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1시간 이내에 소관 부처에 등청하도록 비상 대기 명령을 발령했다. 간 총리는 또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후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 각료에게 경각심을 늦추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간 총리가 연평도 포격 사태가 일어난 즉시 ‘주변 사태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며 간 내각의 위기관리 능력을 계속 문제 삼을 태세이다. 일본의 ‘주변 사태 법’은 한반도나 타이완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나거나, 김정일 체제가 혼란에 빠져 난민이 대량으로 일본에 유입될 경우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999년에 제정한 법률이다.
 

ⓒAP Photo연평도 사태 이후 일본 야당은 간 나오토 총리(가운데)의 위기 관리 능력을 문제삼고 있다.

미·일 양국의 외무·국방 당국자들은 이 법이 제정된 이후 한반도 유사시 어떤 협력이 가능한지 면밀히 검토해왔다. 예컨대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국 제3 해병사단이 한반도에 투입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며 자위대는 어떤 후방 지원이 가능한지, 주일 미군이 한반도에 가까운 규슈 지방의 민간 공항을 어떤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따위 실전을 상정한 시뮬레이션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정권이 교체된 후 미·일 협의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게 아베 전 총리의 주장이다.

실제로 자민당 정권 때인 1997년 미·일 양국은 방위협력 지침을  개정하고 (일명 ‘신가이드라인’), 미군과 자위대가 ‘5055’라는 코드명을 붙인 공동 작전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르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는 실종된 미군을 수색하고 구조 활동을 펼치게 된다. 미군이 출격하는 비행장이나 항만·보급 기지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도 자위대의 몫이다. 또 해상 자위대는 북한이 설치한 기뢰 등을 제거해 한반도와 규슈를 연결하는 해상 수송로를 확보해야 한다.

참고로 옛 일본군 소해부대가 한국전쟁에 참가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 점령군 사령부는 원산 앞바다의 기뢰를 제거하기 위해 옛 일본군의 소해정 21척과 대원 200여 명을 차출했다.

북한의 특수부대가 일본 열도에 상륙해 원자력 발전소나 신칸센을 파괴하는 따위 파괴 공작 활동에 대비하는 것도 자위대와 경찰 몫이다. 이럴 경우 육상 자위대는 미군 기지와 원자력 발전소 등 중요 시설 135개소에 대한 경비를 강화한다. 아울러 해상 자위대는 원자력 발전소 부근 앞바다에 호위함과 PC3 초계기 등을 띄워 북한 특수부대의 접근을 차단한다.

실제로 일본 경찰은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난 직후 원자력 발전소에서 테러범을 제압하는 모의 훈련을 실시했다. 일본 경찰이 상정하는 테러범은 북한의 특수 공작원 뿐 아니라 조총련 조직도 포함된다. 일본 경찰은 한반도 유사시 조총련의 비밀 조직인 학습조가 신칸센 철도를 파괴하거나 원자력 발전소를 습격하는 북한의 특공대 노릇을 대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AP Photo무수단 미사일이 공격해올 경우 일본은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 미사일(위)로 맞대응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을 철수시키는 문제도 미·일 협력 사항이다. 현재 한국에 3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장기 체류자는 2만8000명에 달한다. 한국 관광객도 하루 최고 5만명에 이른다. 이들을 일본으로 철수시키는 작전에는 미군의 협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현재의 자위대 법은 ‘안전이 확보된 경우’에 한해 분쟁 지역에 자위대 함정이나 수송기를 파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자위대 법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강경파들 “북한 미사일 기지 선제공격해야”

방위성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에서 약 45만명, 북한에서는 약 24만명이 바다와 육지를 통해 주변 국가로 이동한다. 그중 일본으로 유입될 난민은 한국에서 약 22만명, 북한에서는 약 5만명으로 추산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난민은 초기의 열 배인 270만명으로 불어난다. 그러나 일본의 수용 능력은 현재 3만5000명에 그친다. 방위성은 규슈나 산인 지방에 난민 수용소를 설치하거나 이 지역의 학교, 공회당 등을 개방해 한반도 난민을 수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요즘 일본의 걱정거리는 북한의 특수부대나 한반도 난민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노동 미사일,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해 주일 미군 기지와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하는 사태이다. 일본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일본 전역을 사거리로 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200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일10일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 때 선 보인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은 더 큰 위협이다. 무수단은 사거리가 3000~4000㎞로 일본 열도는 물론 오키나와·괌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 무수단은 나아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된다.

일본은 현재 이지스함 4척에서 발사되는 SM3 미사일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요격한 다음 지상에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은 16개 고사포 부대에 배치한 지대공 유도탄 PAC3로 다시 요격할 방침이다. 일본의 이 같은 2단계 미사일 방어(MD) 체계는 현재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강경파들은 북한의 공격 위협이 증대하면 무수단리 미사일 기지나 영변의 핵 시설을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북한의 미사일 기지와 핵 시설을 공격하고 귀환할 수 있는 장거리 전투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또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자위의 범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수 방어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반도 전후 복구 비용의 일부도 일본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일본인들은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김정일 체제보다는 ‘통일 한국’이 더 큰 위협이라는 것이 일본인들의 진짜 속내일 터이다.

기자명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