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0% 이상 “전쟁 반대, 대화 찬성”
  • 고제규 기자
  • 호수 169
  • 승인 2010.12.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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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위기감이 심상치 않다. 보수층인 60대와 MB 지지층에서조차 전쟁 반대 여론이 더 높았다. 여론조사를 통해 연평도 사건 이후 우리 사회의 전쟁 감수성을 묻고, ‘불안사회’의 해법을 모색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조사 대상: 만 19세 이상 남녀 / 조사 기간: 2010년 12월1일/ 표본수: 1000명 
표집 방법: 비례할당에 의한 층화 무작위 추출법/표본 오차: ±3.1% 포인트(신뢰 구간 95%)
응답률: 21.4%/실시 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조사 방법: 구조화된 질문지를 이용한 전화조사

연평도가 포격을 받은 11월23일 오후 2시34분. 서울 목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황종일씨(40)는 초등학교 5학년생 6명을 가르치고 있었다. 생각하는 책 읽기법을 강의하는 그는 마침 한국전쟁을 다룬 동화책 〈아버지의 국밥〉을 놓고 전쟁과 평화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황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내가 연평도 포격 사실을 알렸다. 그뿐이었다. 아이들의 휴대전화는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아이들의 부모는 30대 후반에서 40대인데, 아이들에게 전화 한 통 없었다.

반면 같은 시각 전남 광양에 사는 황씨의 어머니는 안절부절못했다. 1945년 해방둥이로 아홉 살 때까지 한국전쟁을 겪은 정계임씨(66)는 ‘동란’이 떠올랐다. 그날 밤 아들 황씨와 통화한 정씨는 “우짜스까이, 전쟁 나면 우짜냐. 전쟁 나믄 다 죽는디”라고 말했다.

ⓒ시사IN 안희태
연평도 충격파는 이렇게 세대별로 강도가 달랐다. 30대나 40대는 비교적 차분했지만, 전쟁을 직접 겪은 60대는 한국전쟁의 악몽을 떠올렸다. 하지만 〈시사IN〉 여론조사 결과 ‘전쟁 반대’나 ‘무능 정부 질타’는 20대든 60대든 세대를 떠나,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이념을 넘어 한목소리가 나왔다.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 평가’를 묻는 질문에 76.1%가 ‘잘못 대응했다’고 답했다. ‘잘 대응했다’는 응답은 22.7%에 그쳤다. 잘못 대응했다는 대답은 특히 30대(79.8%)와 40대(80.1%)에서 높았는데, 비교적 보수적이면서 정부에 우호적이던 60대에서도 잘못 대응했다(68.0%)는 의견이 잘했다(29.2%)는 의견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조사를 맡은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수석전문위원은 “안보를 강조한 정부를 믿었던 60대가 실전에서 두 차례나 거푸 안보 무능을 보여준 정부에 실망감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분석했다.

정부 대응을 질타하는 쓴소리는 이념을 떠나서도 골고루 높게 나왔다.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79.7%, 보수적이라고 생각한 응답자 가운데 73.3%가 잘못 대응했다는 데 동의했다.

60대나 보수 쪽이 등을 돌린 데는 연평도 포격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보여준 군의 우왕좌왕식 대응과 잦은 말 바꾸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탄피와 보온병을 착각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보온병 파문은 ‘(군)면제 정권’에 대한 불신을 더욱 부채질했다.

 
여론은 청와대 초기 메시지 선호한 셈

이런 여론을 반영하듯 이번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70.2%도 정부가 대응을 잘못했다고 답했다.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비판 응답(71.1%)과 비슷한 비율이었다. 이는 지난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KSOI와 〈한겨레21〉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비교된다. 당시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경우 정부가 대응을 ‘잘했다(56.0%)’는 응답이 ‘잘못 대응하고 있다(35.7%)’는 의견보다 높았다.

연평도 피격 원인에 대한 질문에서도 현 정부의 책임론이 확인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대북 고립정책이 북한의 도발을 불렀다’는 의견은 48%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유화책이 북한의 도발을 불렀다’는 응답률(41.5%)보다 더 높았다. 한나라당 지지층(61.7%)만이 대북 고립책보다 대북 유화책이 북한의 도발을 불렀다는 데 더 동의했다. 보수적인 자유선진당 지지자(61.7%)조차 대북 고립정책이 도발을 불렀다며 이명박 정부 책임론에 동의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경질하면서 진화에 나선 정부는 추가 도발 시 전투기 폭격 등 강경 대응을 확언했다. 12월3일 김관진 신임 국방부 장관 내정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추가 도발 시 전투기 폭격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저히 응징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여론은 정부 방침과 달리 확전 반대로 모아졌다.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 ‘확전되더라도 군사적으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이 41.5%, ‘군사적으로 대응하되 확전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응답이 43.6%로 비슷하게 나왔다. 한편 ‘군사적 대응은 자제하고 외교와 경제수단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도 14.5%였다. 결국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더라도 확전하지 않는 범위에서 군사적으로 대응하거나, 아예 비군사적으로 대응하자는 응답을 합치면 58.1%로 확전을 염두에 둔 군사적 강경 대응(41.5%)보다 높은 셈이다. 자신을 보수적이라고 밝힌 응답자 55%도 확전되지 않는 선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 결과를 보면, 청와대가 번복한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는 초기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민심은 더 선호한 셈이다. 보수 진영의 눈치를 살핀 탓인지 ‘확전 자제→강경 대응’으로 메시지를 번복한 청와대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청와대와는 다른 차분한 대응을 요구하는 민심이 읽힌다.

동아시아연구원이 11월27일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연평도 포격 이후 확전이 되더라도 전투기로 폭격해야 하는지 찬반을 물었는데 ‘폭격했어야 한다’는 응답(39.3%)보다 ‘폭격을 자제한 것이 적절했다’는 대답(56.6%)이 더 높았다. 한나라당 지지자(51.8%)든 민주당 지지자(62.2%)든 민주노동당 지지자(64.3%)든 폭격을 자제하자는 쪽이 더 높았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경우이든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확전에 대해서는 다수가 반대한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확전 반대 여론은 전면전에 따른 통제 불능 상태에 대한 거부감으로 풀이된다. 전쟁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가 60.6%로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국지전도 가능하다(25.8%)’나 ‘필요하다면 전면전도 가능하다(13.3%)’보다 높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지지층에서도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응답이 62.6%로,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 반대층의 전쟁 반대 의견(57.7%)보다 많았다.

국제사회의 군사적 제재에는 찬성이 높아

특히 전쟁에 대한 거부감은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인 60대 이상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후 세대인 20대(52.3%)와 30대(48.2%)에 비해 60대 이상 전쟁 세대는 74.3%로 전쟁을 반대했다.

KSOI의 천안함 사건 이후 조사에서 전쟁 절대 거부 응답률(73.7%)과 비교해보면 전체적인 전쟁 거부감은 다소 엷어졌다. 또 천안함 사건 때와 비교해보면,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국지전도 가능하다’가 18.8%에서 25.8%로, ‘필요하다면 전면전도 가능하다’가 6.4%에서 13.3%로 군사적 대응 의견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군사적 대응은 넘어서는 안 될 일종의 ‘레드라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에 이어 연평도 포격이 이어지면서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는 선에서 군사적 대응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것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여론조사 결과 민심은 연평도 포격을 일으킨 원인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으로 꼽았다.
윤희웅 KSOI 수석전문위원은 천안함 때와 달리 연평도 포격은 진실 규명 논란 없이 북한이 당사자임이 곧바로 드러났고, 민간인이 희생됐고, 사실상 남북 교전에 따른 전쟁과 유사한 측면이 있었던 점이 레드라인이었던 군사적 대응의 응답률을 끌어올린 변수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쟁 반대 목소리가 60%대로 높은 이유에 대해 윤 위원은 “지난 천안함 조사에 비해 전쟁 반대 의견이 약간 낮아졌지만, 보수 성향인 60대를 비롯해 다수가 전쟁 알레르기를 보였다. 이런 전쟁 거부감이 확전되지 않는 선에서 대응하라는 응답 등 다른 조사 항목에도 골고루 영향을 미친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실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볼까? 향후 5년 이내 전쟁 발발 가능성 여부를 묻자, ‘전쟁 가능성이 없다’가 60.7%로 ‘전쟁 가능성이 있다’는 35.1%보다 높았다. 전쟁이 나면 현역이나 예비군으로 징집될 20대(42.4%)와 30대(43.1%)가 평균보다 높게 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북한 핵실험이 있었던 2005년 5월(21%)과, 2006년 10월(18%)의 KSOI 조사 때와 비교해보면 전쟁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이 크게 높아진 셈인데, 이번 연평도 포격뿐 아니라 북한의 3대 세습에 따른 불안정성 등 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혀 불안감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점 또 한 가지는 여론의 양면성이다. 예를 들면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을 경우 연평도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 ‘군사적인 방식으로 보복해야 한다’가 19.4%에 그쳤다. 반면 ‘군사적 보복보다 경제적 제재(20.9%)’ ‘유엔을 통한 외교적 압박(34.5%)’ ‘대화를 통한 긴장 완화(22.7%)’ 등 비군사적 대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을 군사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에 대한 질문에서는 ‘찬성한다(74.5%)’가 ‘반대한다(22%)’는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평도 사건 이후 서해상에 있었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매우 적절하다(35%)’나 ‘적절한 편이다(48.5%)’ 등 긍정적인 평가가 83.5%로, ‘부적절한 편이다(11.3%)’ ‘매우 부적절하다(4.5%)’ 등 15.8%에 그친 부정적인 평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향후 남북관계와 관련한 민심은 강경으로 치닫는 이명박 정부에게 명확한 방향 전환을 요구했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찬반을 묻자 ‘찬성한다’가 60.1%로 ‘반대한다’(37.4%)보다 찬성이 더 높았다. 세대나 지지 정당, 이념 성향을 떠나 골고루 찬성 응답이 높았다. 20대(68.6%)부터 60대(53.4%)까지, 한나라당 지지자(53.6%)부터 민주노동당(53.7%) 지지자까지, 보수(54.9%)든 진보(63.9%)든 남북 정상회담에 찬성했다.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문제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에서도 남북 당사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당사자인 남북 간 협상을 우선해야 한다’가 59.3%, ‘우방인 미국과의 협조를 우선해야 한다’가 37.5%였다. 윤희웅 KSOI 수석전문위원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당장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과,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여론이 공존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평화적으로 남북관계를 해결해야 한다는 흐름이 더 강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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