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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계 쥐락펴락 ‘티파티’ 파워

공화당 예비 경선에서 자신들이 미는 후보를 대거 당선시키는 등, 보수 유권자 결사체 티파티(Tea Party)의 위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 탓에 공화당·민주당 지도부의 시름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2010년 10월 19일 화요일 제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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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일 연방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인 37명 그리고 주지사 37명을 뽑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계에 보수 풀뿌리 유권자 조직 ‘티파티(Tea Party)’ 돌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티파티는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오바마 행정부의 국정 수행에 불만을 품고 있는 보수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일종의 정치 결사체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 유권자 가운데 자신을 티파티 지지자로 보는 사람은 11%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화당 유권자들은 달랐다. 무려 71%가 이 운동에 동조했다. 티파티가 사실상 공화당 외곽 단체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저명한 정치 평론가 빌 슈나이더 교수(조지메이슨 대학)는 자신들이 믿는 핵심 보수 가치 외에 모든 타협을 거부하는 티파티를 가리켜 ‘종교적 원리주의자와 다름없는 정치적 원리주의자’라고 비판한다.

이 같은 티파티의 위력 앞에서 기성 정치권 특히 공화당이 벌벌 떨고 있다. 중간선거 본선에 나설 후보를 뽑는 예비 경선에서 공화당 지도부 지지를 등에 업은 기성 후보들이 티파티가 조직적으로 미는 무명의 후보들에게 패해 줄줄이 고배를 들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티파티가 주창하는 세금 인하, 작은 정부 지향, 의료보험 개혁안 폐지, 반이민 정책 같은 핵심 목표가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추구해온 국정 목표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AP Photo
‘티파티’ 구성원들이 9월12일 세인트루이스의 게이트웨이아치에 모여 ‘11월로 가는 길’ 집회를 열고 있다.
사실 티파티가 이처럼 공화당 기반까지 흔들 정도로 성장할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출발은 반오바마 정서였다. 지난해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이미 보수 유권자들은 잔뜩 성이 나 있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천문학적인 공적 자금 투입을 골자로 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자, 그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부실 회사를 살리려 한다며 맹비난했다. 바로 그때 보수 투자전문 웹사이트 마켓티커(Market Ticker)에 누군가 ‘항의의 표시로 의원들에게 차(tea)를 한 봉지씩 보내자’는 제안을 했다. 이 아이디어는 순식간에 지지를 얻었고, 곧이어 워싱턴 국회의사당의 의원실에 차 봉지가 하나씩 배달되었다.

차 봉지를 배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773년 12월, 영국이 식민지 미국에 과다한 세금을 부과하자, 미국인들은 이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보스턴 항구에 정박해 있던 영국 상선에 올라가 차를 바다로 내던졌다. 그로 인해 마침내 미국 독립전쟁이 촉발되었던 것이다. 차 봉지 배달은 바로 이 ‘보스턴 티파티’ 사건을 연상시키려는 작전이었다. 특히 CNBC의 경제통 릭 산텔리 특파원이 지난해 2월 시카고 선물시장 현장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부실 대부회사를 살리고 나쁜 행동을 부추긴다. 오는 7월14일 시카고에서 티파티를 열자”라고 일갈하자, 티파티라는 단어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티파티가 공식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티파티는 현재 ‘티파티 익스프레스’를 비롯해 전국 규모의 연대조직을 5개 꾸렸고, 지난 4월에는 의료보험 개혁 폐지와 감세 등 10개 핵심 목표가 담긴 강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AP Photo
중간선거 예비 경선에서 승리한 크리스틴 오도넬.
공화당, ‘티파티’와 연대 안 하면 승리 어려워


이 같은 상황에서 티파티의 위력을 워싱턴 정가에 각인시킨 첫 사건이 바로 지난 1월 민주당 매사추세츠 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였다. 매사추세츠 주는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이 1962년부터 타계 직전인 2009년 8월까지, 무려 47년간 상원의원 직을 고수한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 그런데 바로 이곳에서 공화당의 스콧 브라운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정 수행에 실망한 매사추세츠 주민들과, 이 같은 심리를 한껏 부추긴 티파티의 선거운동 결과였다. 당시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심판이라며 쾌재를 불렀고, 민주당은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그렇지만 이때에는 티파티의 위력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이 화근이었을까.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실업률이 여전히 9%를 넘고,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보수 유권자들은 적극 티파티 운동에 동조했다. 덩달아 티파티의 정치적 위력도 커져갔다. 그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정책과 이민 정책, 의료보험 개혁 정책 등에 반기를 들지 않는 공화당 후보에 대해서는 낙선 운동까지 펼쳤다.

   
ⓒReuter=Newsis
‘티파티’가 밀어 상원의원에 당선한 스콧 브라운.
최근에 끝난 예비선거 결과를 보면, 티파티의 그 전략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 9월에 치러진 델라웨어 주 연방 상원의원 예비선거전. 이 선거에서 시장조사 전문가 출신의 무명 크리스틴 오도넬은 티파티의 조직적인 선거운동을 등에 업고, 공화당 지도부가 내세운 9선의 전직 주지사이자 연방 하원의원인 마이크 캐슬 후보를 거뜬히 물리쳤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변은 속출했다. 지난 8월 알래스카 주 연방 상원의원 예선전에서도 티파티가 미는 변호사 출신의 무명 조 밀러가 현역인 리사 머코스키 의원을 거뜬히 눌렀다. 켄터키 주에서도 티파티의 지지를 받은 랜드 폴 후보가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인 미치 매코넬 의원이 미는 트레이 그레이슨 후보를 무려 24%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당이 미는 거물급 후보들이 티파티의 위세에 눌려 무기력하게 패하자, 기존 선거 전략을 바꾸고 긴급대책을 마련하는 등 비상 국면에 돌입한 상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상원·하원 다수당 탈환이라는 목표가 멀어질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연방 상원의원 37석 가운데 18석에서 공화당이 선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승패는 전적으로 티파티의 영향력에 달려 있다.

하원의원 선거는 전체 435석 가운데 민주당과 경합 중인 104석에서 공화당이 승산이 있지만, 그 가운데 최소 48석이 티파티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고 본다. 티파티와 연대하지 않고는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약진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부는 티파티가 미는 신진 후보들이 공화당 후보로 나서더라도 막상 본선에서는 무당파와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외면당해 민주당의 후보에게 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설령 이들 가운데 일부가 원내 입성에 성공해도 공화당 지도부로서는 골칫거리다. 공화당 원리주의자들이나 다름없는 이들은 지도부가 오바마 행정부와 타협하려 들면 반기를 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 공화당 지도부가 이들의 요구에 질질 끌려다니면 공화당 전체가 점점 더 보수화 색깔을 띨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도 이 같은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티파티가 미는 공화당 후보들이 대거 약진해 의회에 포진하게 되면 공화당과의 타협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만약 민주당이 다수당 자리까지 내주면 앞으로 2년 동안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티파티 때문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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