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별 장면. 이어지는 일촉즉발의 상황 그곳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사랑. 영화 줄거리가 아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체험을 자청하고 나선 기자의 한나절 체험 이야기다. 취재와 마감 일정 탓에 반토막 체험밖에 할 수 없었지만.

아침 9시, 영아반에 들어서자 이미 두 아이가 방 한쪽에서 놀고 있다. 10시가 되면 대부분의 아이가 어린이집으로 모인다. 하지만 부부가 맞벌이하는 가정의 어린이는 더 이른 시간에 어린이집에 맡겨진다. 마침 이날은 한 어린이의 생일잔치가 있는 날. 선생님들은 생일상 꾸미랴, 아이들을 맞으랴 동분서주했다. 엄마 품에 안겨 어린이집에 도착한 생일잔치의 주인공 성준이(가명)가 친구의 장난감이 탐난 모양이다. 친구가 장난감을 빌려주지 않아 으앙 울음을 터뜨린다. 선생님은 “같이 놀아야지” 하며 아이를 타이른다. 민영이(가명)는 첫 등장부터 요란하다. 엄마와 한치라도 떨어질라치면 ‘악악’ 소리를 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민영이를 선생님과 엄마가 어르고 달랬다.

ⓒ시사IN 안희태한 어린이집에서 교사 체험 중인 권소영 인턴 기자.
아이들이 모이고, 생일잔치가 시작됐다. 이곳에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부는 일도 ‘미션 임파서블’이다. 너도나도 주인공 자리에 앉으려 하고 생일상은 수십 번도 넘게 어질러졌다. 그래도 선생님들은 사진기자 덕분에 기념사진을 단체로 찍을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한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담기란 평소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아이들은 저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일을 저지르고 떼를 썼다. 이미 기력이 빠진 기자는 밥때가 돼도 여유롭게 밥 한술 뜰 짬이 안 나자 그만 넋을 놓고 말았다. 아이들은 소화가 빨라 식후 바로 신호가 온다. 언제 어디서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아이들 때문에 선생님의 온 신경은 아이들에게로 쏠린다. 그래서 선생님은 오후 3시나 되어야 점심을 먹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한다. 계속되던 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볕이 들자 아이들과 선생님은 나들이에 나섰다. 밖으로 나가보니 선생님 2명이 아이 10명을 인솔하기가 너무 벅찼다. 이리저리 뛰노는 아이들이 혹여 다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위험하다고 혼을 내도 아이들은 해맑게 웃기만 한다. 

“시장이건 대통령이건 하루라도 와서 한번 아이들 돌보라고 해봐요.” 낮잠을 자는 아이들 이불을 덮어주며 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현장에 있는 사람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고작 한나절을 현장 체험한 기자도 이야기하고픈 문제가 한가득이다. 아이들이 퇴근하는 엄마·아빠 품에 안길 때까지 이곳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 시간까지 선생님도 아이들과 함께 부모를 기다린다.

기자명 권소영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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