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이자 〈롱테일〉 〈프리〉의 저자인 크리스 앤더슨이 최근 〈와이어드〉 9월호 커버스토리로 내세운 ‘웹은 죽었다. 인터넷 만세’라는 글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사람이 토의에 참여했고, 웹 2.0 콘퍼런스를 시작한 팀 오레일리나 존 배틀은 크리스 앤더슨과 이메일로 논쟁을 벌였다.

앤더슨의 논지는 이렇다. 이제 사람들은 일상에서 일반 웹을 통한 인터넷보다는 다양하고 유용한 앱(애플리케이션)을 더 자주 많이 쓰게 된다. 인터넷 트래픽(통신 양)을 봐도 2000년을 정점으로 웹을 이용하는 트래픽은 점점 감소하고 P2P(개인 대 개인의 파일 공유)나 비디오 트래픽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PC보다 모바일 장치를 점점 많이 쓰고, 편리하고 빠른 앱을 더 찾게 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개방형이고 유연한 웹보다는 폐쇄적이지만 효율적인 서비스와 앱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특성이고, 모든 산업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전화·전기·철도 산업이 마찬가지 길을 걸어왔고 결국은 소수 과점회사가 전 산업을 장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2010년에 10대 웹사이트가 전체 페이지뷰의 75%를 차지하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한다.

웹이 탄생한 지 18년이 되었다. 이제 이익을 생각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소수의 과점적인 서비스들이 자신의 성을 쌓고,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체제를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표 사례가 페이스북, 아이폰의 아이튠즈와 앱스토어, 아이패드용 앱이며, 심지어 트위터용 데스크톱에서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웹은 이제 하나의 플랫폼

ⓒ뉴시스“웹은 죽었다”라고 선언한 크리스 앤더슨.

그러나 개방적이고 혁신적이며 유연한 웹이 그 존재 의미를 잃어버릴 것인가? 소수의 독과점은 혁신의 가장 큰 적이다. 역사는 그 몰락을 항상 증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시장 독과점은 구글의 탄생과 성장을 가져왔다. 물론 크리스 앤더슨도 오픈되고 유연한 웹에 대한 호의를 버릴 수 없지만 시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트래픽 변화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보잉보잉 블로그의 로브 베슈짜에 따르면, 크리스 앤더슨이 인용한 시스코 자료는 전체 인터넷 트래픽에 대한 웹 트래픽의 비중을 본 것이지 웹 트래픽 크기 자체를 보지 않았다. 웹 트래픽의 성장을 보면 아직도 웹을 사용하는 트래픽 증가량은 거대하며(1995년에 비해 2006년까지 10만 배 증가), 더구나 50MB의 비디오와 5MB의 와이어드 웹 콘텐츠 중 어느 게 더 중요하냐고 반문했다.

웹은 데스크톱을 대치하는 웹톱의 개념으로 성장했다. 당시 웹은 인터넷을 접속하는 포털의 의미가 컸다. 그러나 나는 이제 웹이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텐츠, 혁신은 웹을 기반으로 탄생하고 성장한다. 여기에 참여하는 수많은 혁신적인 창업가와 기술자, 학자들은 애플과 페이스북의 엔지니어보다 많다.

결국 두 세계가 팽팽한 긴장과 경쟁 속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나는 본다. 폐쇄적이고 효율적인 체제와 유연하고 개방된 체제. 두 체제는 서로 경쟁하면서 공존할 것이고, 웹에서 이루어진 혁신적인 결과 중 일부는 앱으로 변화할 수 있다. 페이지뷰 75%를 장악하는 10대 웹사이트 중에 앱으로 존재하는 것보다는 웹상에서 운영될 사이트가 더 많을 것이다. 물론 다들 앱을 하나의 보조 수단으로 가져갈 것이지만. 또한 웹이 새로운 표준과 혁신 기술로 진화하면 많은 앱은 웹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PC의 형태가 바뀌어간다고 PC의 기본 개념이 사라지지 않듯 웹은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가장 기본이자 실험장이며, 소통의 공간이다. 다만 진화할 뿐이다. 어른이 되면 더 성숙해지는 것이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팀 오레일리도 개방과 폐쇄는 같이 어울려 춤추는 것이고, 언제나 그래왔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회를 계속 창출할 수 있는 개방성을 갖지 않는 경우는 매우 암울하고, 소수의 독과점은 적어도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에서는 언제나 폐쇄 시스템이 붕괴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제국이 이기는 것보다는 제다이의 승리가 더 멋지지 않은가?

기자명 한상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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