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3일 미국에서 애플의 새로운 태블릿 PC ‘아이패드(iPad)’가 본격 시판에 들어갔다. 미국 주요 도시 곳곳의 애플 매장에서는 아이패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일부 매장 앞에는 2007년 아이폰 출시 때처럼 시판 전날 밤샘을 하며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아이폰 출시와 함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세상을 선보였던 애플 앱스토어(Application Store)에는 아이패드가 출시되자마자 아이패드에서 쓸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의 애플리케이션들이 날마다 쏟아져 나온다.

2008년 이후 미국 국민은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인 ‘애플리케이션 세상’에 살고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에는 애플리케이션이 약 10만 개 등록되어 있고,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이폰 이용자들이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횟수는 약 20억 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힘입어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시장 규모도 연간 2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사IN 안희태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수십만 개에 이른다.
애플리케이션 시대의 빛과 그늘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출시된 이후 그동안 미디어를 이용하던 이용자들의 미디어 이용 패턴이 점차 바뀌고 있다. 미디어 이용자들의 이용 형태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이용시간이 가장 많은 미디어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던 텔레비전 시청과 컴퓨터 이용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대신 휴대전화를 포함한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모바일 서비스를 장착한 휴대전화의 출현으로 컴퓨터와 텔레비전이 올드 미디어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변화는 모바일 서비스의 사용 형태도 통화 위주로 사용하던 데서 무선 인터넷 이용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휴대전화 사용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메리 미커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 휴대전화 이용자의 경우 하루 평균 휴대전화 사용량이 약 40분으로 전체 사용 시간 중 약 30%를 통화 이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하루 평균 휴대전화 사용량이 60분인 아이폰 이용자의 경우 사용 시간의 절반이 넘는 약 55%를 통화 이외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통화가 주목적이었던 기존 기능을 뛰어넘어 손 안의 작은 컴퓨터 구실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생활 패턴을 바꾸고 있는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들은 미국인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부 아이폰 사용자들 중심으로 애플리케이션 중독이라 불릴 만큼 24시간 아이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의 지역방송국인 KDKA-TV의 편집담당 기자인 올가 조지 씨는 한 신문 인터뷰에서 “나는 진정으로 애플리케이션 이전의 나의 삶을 기억하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세 자녀의 아버지인 덴 라이트 씨와 딸아이를 두고 있는 마이클 씨는 아이폰 때문에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들은 가족이 아이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후부터 가족 간의 대화가 급격히 줄었는데, 그 이유는 식구들이 집에 있을 때 각자 아이폰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느라 대화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마이클 씨는 저녁 식사시간에는 아이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려 가족 간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들은 분명 우리 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긍정적인 구실을 한다. 그러나 그 인간의 편리함이라는 이면에 지나친 애플리케이션 사용으로 인한 가족 간 대화 감소, 게임 중독, 현실 도피, 사회성 결여 따위 문제점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든 너무 지나치면 해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애플리케이션이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단계를 넘어 우리 삶에 피해를 주는 단계에까지 이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아이폰 중독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실천해보기를 제안한다. 첫째,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사용하는 방법으로, 하루에 한 시간 또는 점심시간 등 특정 시간을 정해 이용하는 것이다. 둘째,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의 내려받기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이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앱스토어를 방문해 꼭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한 개만 다운로드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운동이나 산책 등 외부 활동을 늘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용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의 과다 사용이 불러올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스마트폰 과다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기자명 최진봉 (텍사스 주립대학 저널리즘스쿨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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