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여름휴가 덕분에 모처럼 저에게 지면이 주어진 것을 반갑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막상 독자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려고 하니 마음이 너무 무겁네요. 뭔가 기분 좋고 희망찬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솔직히 그런 상황이 아니거든요. 요즘 대내외적으로 우리나라가 처한 형세, 돌아가는 형국이 너무 불안하고 속은 것 같은 느낌이 가시지를 않습니다. 저만의 기우일까요?

개각 인사를 두고 야당은 너나없이 혹평하고, 여당도 여기저기서 분개하고, 많은 국민은 어이없어합니다. 방탄조끼를 입은 듯 보였던 총리도 떠나면서 기분이 꽤 언짢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일갈한 거겠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정부나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정부는 나라와 국민에게 똑같이 해악을 끼친다”라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라는 부연도 하고.
 

 

능욕을 당했으면 어떤 놈이 능욕했는지는 알아야지요. 어느 놈에게 당했는지도 모른 채 우왕좌왕 시간을 끌다가 결국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고 주저앉았습니다. 그런 자신감 없는 태도와 시간 끌기가 국민을 절망케 하고 의혹을 키웠던 겁니다.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국민은 갈라졌습니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는 거죠. 

리비아에게 당한 외교적 수모가 채 정리도 되기 전에 이란과의 외교 갈등이 터졌습니다. 유엔안보리 결의와 별개로 미국이 독자적 대이란 추가 제재를 추진키로 하고, 그 대열에 우리가 합류하려 한 게 발단이죠. 이란의 배신감 토로가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한국은 미국을 따라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이란에 물건을 판다. 벌 줄 필요가 있다” “한국이 제재를 가하면 한국 기업들은 이란 시장을 잃는다” 등등. 이란과 우리는 서울에 ‘테헤란로’가 있고 테헤란에 ‘서울공원’이 있는, 교역량 100억 달러가 넘는 중요한 경제 파트너입니다.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중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신뢰’입니다. 공평무사, 적재적소, 본질 파악 능력, 투명성, 트렌드 읽기, 섹티즘(sectism) 타파, 신상필벌 등 다른 덕목은 모두 이것을 바탕으로 합니다. 개각 인사, 천안함 침몰, 외교적 곤경 따위 현안을 리더십 덕목의 거울에 비춰볼 필요가 있습니다. 36년 전 닉슨 미국 대통령을 사임케 만든 것은 워터게이트 도청사건 자체보다도 그것을 은닉하려고 했던 대통령의 거짓말이었습니다.

기자명 표완수 (〈시사IN〉 발행인) 다른기사 보기 wspy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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