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인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아프간 전쟁 관련 군 기밀문서를 폭로해 화제다. 그중 아프간 군대의  기강 해이 사례는 충격적이다. 군사작전 도중에 마리화나를 피우는 병사도 있고, 아편과 헤로인을 하는 병사도 있다. 또 기지에서 자국 병사끼리 걸핏하면 싸우다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한 경우도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아프간 군을 육성하는 것은 미국이 아프간에서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가늠케 할 핵심 과제이다. 아프간 군이 제대로 치안 유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이 더 이상 아프간에 주둔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011년 아프간 철수를 모색하는 미국 행정부로서는 이 보고서가 매우 당혹스러웠다.

ⓒXinhua아프간 군 지휘관은 문맹인 병사들에게 그림을 그려 작전을 설명한다. 위는 아프간 훈련병을 가르치는 미군.
지난해 12월 그동안 저조한 징집률을 보였던 아프간 군대 지원자가 급증했다. 12월 첫 주 징집 기간에 지원한 사람은 총 2659명. 징집률이 가장 저조했던 지난해 9월에는 831명이 지원했다. 언론에서도 드디어 민심이 연합군에게 기울었고 탈레반 세력이 약화되었다며 미군의 2011년 철군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아프간 군 훈련 담당자 콜드웰 중장의 발표는 이 모든 것을 뒤집었다. 기자회견 도중 “어떻게 이렇게 징집률이 올라갔냐?”라는 질문에 그는 “아프간 군의 급여를 많이 올렸다”라고 솔직하게 말해버렸다. 아프간 병사 한 달 급여를 180달러에서 240달러로 올린 것이 징집률을 높인 주요인이었다. 탈레반 병사는 월 250~ 350달러를 받는데 도로 매설 폭탄을 묻거나 위험한 임무를 하게 되면 특별수당으로 200달러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미군은 탈레반과 비슷한 수준으로 월급을 현실화했다. 그것이 적중하여 아프간 군대 지원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아프간 군, 집합하는 데 1시간 넘게 걸려

현재 아프간 군은 13만4000명이며, 경찰 병력은 10만9000명이다.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덩치가 커졌다고 군대로서 기능이 강화된 것은 아니다. 우선 아프간 군대의 자질이 문제다. 그중 높은 문맹률은 군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데 큰 걸림돌이다. 오랜 전쟁으로 아프간 사람들은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훈련 담당 미군 장교들에 따르면, 군대에 들어오려는 사병들은 대부분 하층민 출신이어서 이들의 문맹률은 아프간 전체 문맹률인 75%보다 높아 90%에 달한다. 아프간 군 지원자는 10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후 곧바로 전선에 배치된다. 하지만 10주는 군인으로서 기본을 다지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 글을 모르니까 기초 훈련을 받아도 지도도 볼 줄 모르며 군대용어나 암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프간 군 기초 군사훈련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한 캐나다 군 장교는 “심지어는 유니폼에 새겨진 자기 이름을 읽을 줄 몰라 바꿔 입고 오는 병사도 있다. 군사훈련보다 글을 가르치는 것이 더 빠르게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올해 2월의 마르자 전투에 참가했던 아프간 군의 경우는 더욱 딱했다. 미군과 합동작전으로 참여한 아프간 군은 작전 내용을 이해하는 데도 한참 걸렸다. 아프간 군 지휘관은 이리저리 그림을 그리며 병사들에게 설명한다. 미 해병대는 마르자 작전을 앞두고 막강한 병력과 화기로 진격하려는데 아프간 군대는 서로 모여서 그림을 그리며 작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

실제로 아프간 군 지휘관과 미 해병대 간에 말다툼이 벌어져 작전이 지연되기도 했다. 지난해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군 병참부대 사병인 샤히둘라 아마디 씨(27)는 “누군가 나를 불러 어디로 가라고 지시해도 거리 표지판을 읽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초 훈련에서 많은 것을 배우긴 했지만 대부분 잊어버렸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프간 군사들의 높은 문맹률이 연합군 철군에 대비해 아프간 군대를 확대하려는 미국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아프간 군대에서는 마약 복용과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앞서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보고서에도 언급되었지만 마약 문제도 골칫거리다. 아프간 병사들은 아편을 마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프리랜서 기자인 샤하프 씨는 “아프간 병사들에게 아편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민간요법일 뿐이다. 위험한 전투를 하다가 조금 긴장을 풀려고 먹는 식품이다. 미군과 연합군이 이들이 먹는 아편을 마약이라며 놀라는 것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아프간 군대에서는 아편과 헤로인을 복용하고 자기 편끼리 총을 쏘는 일이 빈번하다.

또한 아프간 병사가 탈레반에 매수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아프간 남부 헬만드 지역에서 아프간 병사에 의해 영국군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새벽 2시에 아프간 병사 한 명이 잠자던 영국 병사들에게 휴대용 로켓포와 소총을 난사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아프간 경찰관이 영국군에게 총격을 가해 5명이 숨졌고, 2008년에도 아프간 군의 총격으로 영국 병사 2명이 다친 바 있다. 사실 탈레반이 아프간 군에 위장 지원하는 경우도 있고 사고로 인한 사망도 있지만, 아프간 군대의 가장 큰 비극은 군의 질이 낮다는 사실이다.

ⓒReuter=Newsis아프간 전쟁과 관련한 기밀 문서를 폭로해 큰 파문을 일으킨 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
아프간 군대와 합동으로 군사작전을 하는 미군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아르간답의 쿠하크 마을에서 사제폭탄 제조범이 숨어 있다는 제보를 받고 한밤중에 아프간 군과 미군이 동시에 출동했다. 미군은 야간투시경과 무인정찰기 등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은밀하고 대대적인 야간 수색에 나섰다.

아프간에서 야간에 민가를 수색하려면 군 수칙에 따라 먼저 아프간 군이 앞장서야 한다. 미군이 먼저 가옥을 수색할 수는 없다. 그래서 아프간 병사가 수색할 민가에 앞에서 “문을 열어달라. 우리는 아프간 군이다”라며 문을 두드렸다. 집 안으로 들어간 아프간 병사들은 10여 분 뒤 나와서 “이 집에는 장애인  남성과 아이들이 있을 뿐 수상한 사람이나 물건을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철수하자고 미군을 재촉했다. 당시 수색에 참여했던 아프간 주둔 미 82공수여단 B 중대원들은 믿을 만한 제보를 받고도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아프간 군이 ‘이 집은 수상하지 않다’고 하면 미군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러니 미군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동행한 아프간 병사들이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않거나 규정을 어기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미군의 야간 수색 동행 요청을 받은 아프간 군이 밤이 너무 늦은 데다 일과가 끝났다는 이유로 출동하지 않는 일도 있다. 이번 쿠하크 마을 수색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미군 병사들은 1시간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제2사단 5연대의 라우시 병장은 “야간에 상황이 발생해 출동하려면 아프간 군대를 기다리는 것이 더욱 큰일이다. 우리가 그들을 깨우고 그들이 유니폼을 입고 모두 모이려면 최소한 1시간은 걸린다. 아프간 군과 함께 작전하는 것은 우리에게 탈레반을 다루는 일만큼 힘든 일이다”라고 전했다. 

미국, 아프간 군의 능력 일부러 과대평가?

아프간 군대의 상황이 이런데도 그동안 미 행정부는 아프간 군대가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최근 늘어난 아프간 군대의 규모를 증거로 아프간 치안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미군과 연합군은 2008년 말까지 전투능력을 갖춘 아프간 부대가 단 한 개도 없었던 데 비해 불과 5개월 만인 지난해 5월까지 22개 부대가 완벽한 전투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의 호언은 사실이 아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아프간 재건 특별감찰관은 그중 최상의 전투능력을 갖췄다고 미군과 연합군에게 평가받은 부대를 조사했다. 그러나 이 부대의 실제 전투능력은 사실과 달랐다. 감찰관 측은 트럭 12대와 운전병이 배속된 한 부대를 점검한 결과, 운전병 12명 중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은 3명뿐이었다. 연합군의 평가 시스템은 해당 부대가 보유한 장비와 병력 규모 등에만 집중했다. 감찰관은 아프간 군대가 진정한 전투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없으며, 미군과 연합군의 아프간 치안병력 평가에 문제가 있고, 실제 아프간 군의 능력이 과대평가됐다고 보았다.

아프간 군대의 전력이 과장된 이유는 아프간 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하루라도 빨리 이곳에서 나가려는 조급한 출구 전략과 전쟁 9년의 성과를 묻는 국제사회의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상황과는 달리 아프간에서 국제사회가 요구할 만한 정도의 군대가 창설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샤하프 기자는 “아프간은 오랜 역사 속에 많은 전쟁을 겪은 나라이다. 단순히 총 들고 싸우는 군인은 많다. 하지만 이들은 미군과 연합군이 원하는 현대적 군인은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아프간 군대는 아마 몇 십년이 걸려야 완성될지도 모른다. 이제 걸음마를 하는 아기에게 어른처럼 뛰기를 원하는 서방 세계를 아프간 군대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다국적 아프간 군 훈련자문 프로그램(OMLT)의 인력지원 국가는 미국·영국을 비롯한 10개국이다. 2008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정몽준 의원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한국군이 아프간 군과 경찰의 훈련을 맡아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때는 한국군 파병도 가시화되지 않았던 때이다. 현재 아프간에서는 군 훈련을 담당할 요원이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미국은 아프간에 지방재건지원팀(PRT)으로 파병된 한국군에게 아프간 군·경의 훈련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다른 연합군의 사례를 보듯이 한국군도 아프간 군대를 상대하며 결코 쉽지 않은 이곳의 현실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기자명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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