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게 ‘보’라는 게 믿어지십니까? 정부가 보라고 주장하는 게 얼마나 거대한 시설인지 보여주고 싶어 여기 올라왔습니다.” 이포보에 오른 직후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처음 한 얘기다. 그는 자기들이 머물 40평쯤 되는 교각 위 상판을 가리키며 “부잣집 거실 부럽지 않다”라고도 했다. 보의 규모가 그만큼 거대함을 비유한 농담이다.

이에 대해 4대강살리기사업추진본부 측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보의 본래 높이는 10m 이하인데, 보를 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공도교 때문에 그런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창근 교수(관동대·토목공학)는 국제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포보는 보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국제대형댐위원회는 높이(15m 이상), 길이(500m 이상), 담수량(300만t 이상) 세 가지를 기준 삼아 대형 댐 여부를 판별하는데, 이포보의 경우 담수량이 1000만t에 이르러 이 기준 하나만으로도 대형 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강홍수통제소장 “보는 홍수 조절 기능 없다”

이게 ‘보’라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정부는 남한강 살리기 사업의 가장 큰 기대 효과로 홍수 방어 능력 향상과 수질 및 하천환경 개선을 꼽고 있다. 실제로 상습 수해 피해지였던 여주 일대 주민들은 환경운동가들이 이포보 점거 농성을 시작한 뒤로 거의 날마다 이들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시사IN 조남진이포보 농성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의 집회를 지역 주민들이 저지(위)해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보’에는 홍수 조절 능력이 없다고 박창근 교수는 지적했다. 보를 설치하면 특히 보 상류 등에서 수위가 상승하면서 오히려 홍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13일 민주당  김진애 의원 등이 한강홍수통제소를 찾았을 때 김석현 소장이 “보에는 홍수 조절 기능이 없다”라고 답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에 대해 4대강 사업본부 측은 지속적인 준설로 퇴적토를 제거하는 만큼 수위는 내려가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홍수 위험이 감소하는 것이 준설 때문이라는 건지 보 때문이라는 건지 아리송하다.

그런가 하면 함안보에서도 진실 게임이 이어지고 있다. 경남 함안 일대는 수박으로 유명하다. 섬유질이 적고 육질이 치밀해 맛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4대강 공사로 이들의 대표 작물이 수박에서 미나리 따위로 바뀔 상황에 처했다. 함안보 관리수위가 필요 이상으로 높아 인근 지대가 침수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대한하천학회 박재현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해 파란을 일으켰다. 시뮬레이션 결과 함안보 관리수위가 정부 원안대로 7.5m로 유지되면 남강과 함안천 수위가 상승해 인근 지하수위 또한 높아지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박 교수가 계수를 과다 설정했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두 달 뒤 박 교수 말이 옳았음이 입증됐다. 지난 1월, 정부는 함안보 관리수위를 2.5m 낮춘 5m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정부 계획이 졸속이었음이 드러나면서 주민들도 동요하고 있다. 함안보 인근 주민들이 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조현기)를 구성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합천보 인근 주민까지 가세했다. 서재천 합천보 피해대책위원장은 “관리수위를 2m만 낮춰도 농사에 지장이 없다는데 왜 그걸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라고 푸념했다.

기자명 여주·창녕/김은남·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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