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월드컵을 보려면 SBS에 시선을 고정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협상 마감시한으로 제시한 4월30일까지도 SBS와 KBS·MBC 사이에 협상은 타결되지 못했다. SBS는 2006년 8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1억4000만 달러를 들여 2010년과 2014년 월드컵 경기의 한반도 중계권을 얻은 바 있다.

양측은 협상을 하면서 대외적으로 외국 사례를 인용했다. KBS·MBC 쪽에서는 일본의 ‘재팬 컨소시엄’과 유럽의 EBU 같은 경우를 예로 든다. 이에 대해 SBS 측은 “재팬 컨소시엄은 NHK가 협상을 주도하는 것으로 한국의 코리아풀처럼 모든 방송사가 공동 권리를 갖는 것이 아니다”라고 맞선다. SBS는 “2010 월드컵의 경우, 1개 방송사가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한 나라가 58개국에 이른다”라고 밝혔다.
 

ⓒReuter=Newsis월드컵을 중계하는 세계 170개국 가운데 방송사 두 곳 이상이 중계하는 나라는 25개국뿐이다.


미국, 오래전부터 민영 방송사 한 곳이 중계

〈시사IN〉은 FIFA 등의 자료를 조사해 세계 각국이 올해 월드컵을 어떻게 중계할 예정인지 직접 알아봤다. 조사 대상인 170개 국가 가운데 두 곳 이상 방송사가 월드컵 중계를 하는 나라는 25개국이었다. 15%에 해당된다. 공중파 세 곳 이상에서 중계를 하는 나라는 독일과 일본뿐이었다(왼쪽 표 참조).
물론 나라마다 방송 환경이 다르고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열기가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몇몇 나라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선 주최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중계권은 SABC가 독점하고 있다. SABC는 반공영 방송사로 3개 채널을 가지고 있다. 남아공에는 SABC 외에 MNet, DSTV (위성), e.tv(공중파) 등의 방송사가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민영 방송사 한 곳이 중계권을 확보해왔다. 2010 월드컵의 경우 영어 방송은 ABC-ESPN이, 스페인어 방송은 유니비전이 중계권을 가졌다. 미국은 올림픽도 NBC나 ABC가 단독 중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중국은 CCTV가 단독 중계한다.

축구 열기가 뜨거운 유럽과 남미도 비슷하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가, 네덜란드는 NOS가, 영국은 BBC와 ITV가 중계를 한다, 스페인은 텔레친고·쿠아트로 두 곳, 브라질은 레데 글로보·레데 반데이란테 두 곳이 중계한다. 아르헨티나도 카날7과 텔레프 두 곳이 맡았다. 
일본의 경우는 그래서 예외적이다. 광고회사 덴쓰가 애초 중계권을 확보했던 일본은 현재 NHK(22경기), NTV(5경기), 후지TV(5경기), TBS(5경기), TV아사히(4경기), TV도쿄(3경기)의 6개 공중파 방송사가 공동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재팬 컨소시엄’의 힘이다. 과거 한국의 월드컵 중계 양상과 가장 닮았다. 독일의 경우는 공중파 ARD와 ZDF가 월드컵 전 경기(55경기) 중계권을 가졌고, 역시 공중파 RTL이 9경기를 중계한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섣불리 외국 중계권 상황과 비교하기 힘들지만, 한국은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일본·독일 형태에서 벗어나 세계 ‘평균적인 중계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올해 월드컵이 끝나고 각 방송사의 광고 수익과 국민 여론을 정리해보면 어느 쪽이 더 옳았는지 드러날 것이다.

 

 

 

 

ⓒ뉴시스SBS가 1억4000만 달러를 들여 2010·2014 월드컵 중계권을 따자, KBS(맨 위)와 MBC(위)는 SBS가 협상을 어겼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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