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이런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과 6자회담 재개 문제가 계속 불거져나온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설은 지난 3월 내내  언론에 오르내렸다. 임박설이 나왔다가 곧 오리무중에 들어가는 양상이 과거와 달리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 관련국의 고위 관리들도 이러한 관측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여느 때보다 국제사회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위원장의 방중이 6자회담 재개와 그의 건강 문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4월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 움직임에 반발해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이러한 북한의 6자회담 불참 방침은 이후 중국의 중재 노력에 힘입어 조금씩 완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김정일 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북·미 회담 결과를 보고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를 표명하고 “다자회담에는 6자회담도 포함된다”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지난 2월 초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서는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유관 당사국들의 성의 있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여기서 ‘성의 있는 노력’이란 북한이 1월11일 외무성 성명에서 밝힌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우선 논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는 것이다. 스스로 6자회담 불참을 공언한 마당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내세울 명분이 필요했다. 이러한 북한의 명분 제시 그 자체가 6자회담 복귀를 염두에 둔 북한식 문제 해결 방법인 것이다. 북한이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한 안전 보장과 경제난 해소를 위한 경제지원 확보일 터이다. 이를 최대한 얻어내기 위해 6자회담 참가를 레버리지(지렛대)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은 북한의 실제적 요구에 대한 6자회담 관련국 사이에 어느 정도 타협점이 찾아지고 그 결과가 북한에 전달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즉 미국이 6자회담 이전에 지난해 12월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과 대등한 맥락에서 북·미 추가 접촉을 수락하고 중국이 제시한 6자 예비회담에서는 본회담의 의제 논의 순서를 협의하되 평화체제 문제가 다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와야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루어지리라 보인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과정에서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고 동시에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경제지원을 얻어냄으로써 방중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엔의 대북 제재는 사실상 무력해지고 북·미 추가 접촉은 향후 6자회담 진전의 방향타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중국, ‘북한 문제’ 해결하는 데 중심 역할

김 위원장의 방중은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의 중국 방문이 있었던 지난 2월 말부터 본격 준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방문 시기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이후인 3월 말이나 4월 초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거론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천안함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김 위원장은 중국을 가려야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북한은 사건 발생 이후 이와 관련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된 상태에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듯하다. 6자회담 재개와 김 위원장 방중 사이에 천안함 사건이라는 예기치 못한 새로운 변수가 추가된 것이다. 천안함 사건의 원인이 어떻게 규명될지 알 수 없지만 이는 6자회담의 향배와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동북아 정세 변화에도 영향을 주리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천안함 사건은 김 위원장의 방중과 6자회담 복귀를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4월12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후진타오 주석이 핵안보정상회의와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환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큰 틀에서 6자회담 재개로 방향은 잡혔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북핵을 중심으로 평화체제, 북미·북일 관계 개선, 경제협력, 에너지 지원 등이 동시다발로 이루어질 것이다. 주목할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과 6자회담의 재개 그리고 후속조처 이행의 한가운데에 중국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이전의 6자회담과 근본적 차이이다. 중국이 북한 문제와 북핵 문제 모두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정부의 대답을 듣고 싶다.

기자명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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